HBM(고대역폭메모리) 시대를 열며 ‘반도체 슈퍼 사이클’을 주도하고 있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향후 대규모 데이터 연산·처리에 따른 막대한 전력 소모를 줄일 수 있는 저전력 D램 시장의 선두 자리를 놓고 격돌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LPDDR 기반 서버용 메모리 모듈인 ‘소캠(SOCAMM)2’를 개발하며 차세대 저전력 메모리 솔루션 패권 확보에 나섰다. 삼성은 AI 반도체 공룡 엔비디아에 소캠2 샘플을 공급하는 데 성공하며 글로벌 시장 선점을 위한 발판을 닦았다. SK하이닉스도 AI 서버용 특화 소캠2를 선보이며 폭증하는 AI 데이터센터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제품 포트폴리오 라인업을 구축했다. K-반도체는 ‘제2의 HBM’으로 일컬어지는 소캠2 주도권을 선점해 ‘메모리 최강자’ 타이틀을 수성한다는 구상이다.
14일 시장조사업체 베리파이드마켓리포트에 따르면 소캠2 등을 포함한 글로벌 LPDDR 시장 규모는 지난해 268억5000만달러(약 39조6789억원)에서 2030년 326억달러(약 48조1763억원)로, 연평균 8%씩 고속 성장할 전망이다.
소캠2 등 저전력 D램 분야에 대한 낙관론이 제기된 것은 최근 들어 AI 워크로드를 안정적으로 처리하면서도 에너지 사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저전력 메모리 솔루션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주요 빅테크를 중심으로 생성형 AI 도입이 가속화하면서 데이터센터의 연산 워크로드는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여기에 대규모 AI 모델 학습 뿐만 아니라 사용자 요구에 즉각 대응하기 위한 상시 추론 수요까지 늘면서 성능과 전력 효율을 동시에 충족하는 차세대 AI 인프라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진 상황이다.
이에 따라, 반도체 업계는 차세대 저전력 메모리 솔루션으로 각광 받는 소캠2를 주목하고 있다.
소캠2는 저전력 D램인 LPDDR을 새로운 폼팩터에 구현해 기존 서버용 메모리 대비 높은 대역폭, 향상된 전력 효율, 유연한 시스템 연동성을 제공함으로써 AI 데이터센터의 효율과 확장성을 한층 끌어 올린 차세대 저전력 메모리 솔루션이다. 현재 국제반도체표준협의기구(JEDEC)에서 막바지 표준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HBM 만큼 높은 대역폭을 지원하지는 않지만 대용량 메모리 구성이 가능하다는 장점도 갖는다. AI 가속기에 HBM과 함께 탑재할 수 있는 것도 큰 특징이다. 게다가 전력 효율이 뛰어나고 가격 경쟁력도 우수해 ‘HBM의 가성비 제품’으로 손색이 없다는 평가를 받는다.
‘제2의 HBM’으로 불리는 소캠2 분야에서 성장 가능성을 엿본 K-반도체는 저전력 메모리 솔루션 경쟁력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소캠2 경쟁에서 가장 앞서 있는 곳은 삼성전자다. 삼성은 AI 데이터센터에 특화된 LPDDR 기반 서버용 메모리 모듈 소캠2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삼성 소캠2는 높은 응답성과 전력 효율을 동시에 요구하는 AI 가속 서버에 적합한 솔루션으로 평가된다.
먼저 소캠2 용량은 192GB, 속도는 8.5~9.6Gbps로, 고성능 AI 서버용 제품으로 활용 가능하다. 특히 이전 세대인 ‘소캠1’과 비교해 속도가 20% 이상 개선됐다. 또 기존 서버용 메모리 모듈인 DIMM(듀얼인라인메모리모듈) 대비 57% 작게 설계돼 공간 활용도가 높고, RDIMM(랭크듀얼인라인메모리모듈) 대비 2배 이상의 대역폭과 55% 이상 낮은 전력 소비를 제공해 고부하 AI 워크로드에서도 안정적인 성능을 유지한다.
이에 LPDDR5X 기반 저전력·고대역폭 특성을 그대로 활용하면서도 서버 보드 공간을 크게 줄인 삼성 소캠2는 고성능 칩이 밀집된 차세대 AI 서버 환경에서 강점을 갖는다.
아울러 소캠2의 우수한 전력 효율은 AI 서버의 발열을 줄여 데이터센터의 열 안정성을 높여준다. 이는 냉각 부담을 완화하고, 전체 시스템의 에너지 효율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다. 고집적 AI 인프라 환경에서 데이터센터가 직면하는 운영 비용과 열 관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이뿐만 아니다. 기존 온보드 방식의 LPDDR과 달리 탈부착이 가능한 모듈형 구조를 선택해 고장 시 교체와 업그레이드가 용이한 점도 특징이다.
분리형 모듈 구조는 시스템 유지 보수와 수명 주기를 수월하게 관리할 수 있도록 돕는다. 기존에는 서버에 LPDDR을 새로 장착하려면 메인 보드에 직접 납땜해야 했다. 그러나 소캠2는 메모리를 쉽게 교체하거나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 이에 시스템 운영 중단 시간을 줄이고, 총소유비용(TCO)을 크게 낮출 수 있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는 “삼성의 최신 LPDDR5X 기반 소캠2는 LPDDR의 저전력 특성과 모듈형 구조의 확장성을 결합해 기존의 서버 메모리와는 차별화된 가능성을 제시한다”며 “주요 고객사의 데이터센터에서 유의미한 가치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자평했다.
혁신 기술이 집약된 삼성 소캠2은 경쟁사보다 빠르게 엔비디아 ‘고객 샘플(CS)’ 단계에 진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CS 단계는 실제 시스템 환경에서 안정성과 호환성을 검증하는 핵심 관문으로, 이 단계에 도달한 것은 엔비디아가 요구하는 전력 효율·대역폭·열 관리 기준을 충족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디온 해리스 엔비디아 HPC(고성능컴퓨팅)및 AI인프라솔루션 총괄이사는 “AI 워크로드가 학습 중심에서 복잡한 추론 및 피지컬 AI로 확대되는 상황에서, 차세대 데이터센터는 성능과 전력 효율을 동시에 만족하는 메모리 솔루션이 필수다”며 “삼성전자와의 지속적인 기술 협력을 통해 소캠2와 같은 차세대 메모리가 AI 인프라에 요구되는 높은 응답성과 효율을 구현할 수 있도록 최적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HBM 1등’ SK하이닉스도 소캠2 역량 제고에 사활을 걸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6일부터 9일까지 나흘 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6’에서 차세대 AI 메모리 솔루션을 전격 공개했다. 베네시안 엑스포에 고객용 전시 부스를 꾸린 SK는 6세대 HBM ‘HBM4’ 16단 48GB를 최초로 공개함과 동시에 AI 서버용 특화 저전력 메모리 모듈인 소캠2를 선보이며 글로벌 시장 공략을 본격화했다.
지난해 SK하이닉스는 ‘풀 스택 AI 메모리 크리에이터’로의 도약을 천명했다. 이에 따라 당초 범용성과 호환성을 중심으로 발전해 온 D램의 영역을 더 세분화하고, 각 영역의 요구에 최적화된 메모리 솔루션을 준비해 왔다.
특히 SK는 TCO를 절감하고 운영 효율화를 지원하는 고성능 저전력 D램 ‘AI-D O(Optimization)’ 개발에 만전을 기했다. 그리고 마침내 AI 데이터센터 맞춤형 저전력 메모리 솔루션 제품인 소캠2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기존 서버용 메모리 대비 작은 폼팩터를 갖춘 SK 소캠2는 AI 데이터센터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처럼 소캠2 역량 제고에 전력을 다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전 세계 저전력 시장의 최대 수혜주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특히 엔비디아 첨단 AI 칩 ‘루빈’의 출하가 본격화하는 올해부터 K-반도체의 시장 지배력이 더 가파르게 진행될 전망이다.
소캠2 시장이 아직 개화하기 전인 가운데, 삼성·SK가 소캠2를 앞세워 엔비디아 루빈 공급망에 진입한다면 향후 K-반도체의 영향력은 더 확대될 공산이 크다. 머지않아 소캠2가 HBM과 함께 AI 메모리의 양대 축으로 자리 잡을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 관계자는 “AI 워크로드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복잡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서버용 메모리 제품군을 한층 강화해 AI 데이터센터가 요구하는 성능, 전력, 확장성을 균형 있게 제공하는 차세대 저전력 메모리 솔루션을 지속적으로 선보이겠다”고 강조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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