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두나무 빅딜 앞두고 ‘날벼락’… 빗썸 사태, ‘대주주 지분제한’ 불똥

정부여당, 빗썸 오지급 사고 빌미로 ‘지분 15~20% 제한’ 입법 추진
업계 “시스템 오류와 지분율 무관…엉뚱한 과잉 규제”
네이버-두나무 포괄적 주식교환 ‘좌초’ 위기…“글로벌 경쟁력 훼손”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이 지난해 11월 경기도 성남시에 위치한 네이버 1784에서 열린 네이버-네이버파이낸셜-두나무 3사 공동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출처=네이버>

네이버와 두나무 간 합병이 규제 리스크에 직면했다. 최근 발생한 빗썸의 코인 오지급 사태를 막겠다며 정치권에서 입법을 추진하면서 그 불똥이 엄한 곳으로 향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규제가 빗썸 사고와 같은 내부통제 실패를 막는 데 아무런 실효성이 없다며, 사고 수습을 명분으로 한 ‘규제 만능주의’가 기업 혁신 의지를 꺾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여당은 가상자산 거래소를 ‘공공 인프라’ 성격을 지닌 시설로 규정하고, 대주주 지분을 15~20%로 제한하는 내용을 담은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을 추진 중이다. 이는 자본시장법상 대체거래소(ATS) 수준의 규제로, 최근 빗썸에서 발생한 60조원 규모의 비트코인 오지급 사고가 입법의 명분이 됐다.

업계와 전문가들은 이 같은 규제가 사고 예방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고 비판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오지급 사고는 내부 통제 시스템과 전산망의 문제이지, 대주주가 지분을 많이 가지고 있어서 생긴 일이 아니다”라며 “지분율을 인위적으로 낮춘다고 시스템 오류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기에 인과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야당 역시 정부여당의 움직임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야당 측은 사기업의 지배구조를 정부가 사후적으로 강제 조정하는 것은 위헌적 소지가 있는 규제라며 법안 처리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한정애 정책위의장(오른쪽)이 지난해 9월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디지털자산TF 발대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문제는 이 규제가 현실화될 경우, 국내 핀테크 산업의 지형을 바꿀 것으로 기대됐던 네이버와 두나무의 ‘빅딜’이 무산될 위기에 처한다는 점이다.

양사는 오는 5월 주주총회를 거쳐 6월 포괄적 주식교환을 완료할 계획이다. 빅딜이 성사되면 두나무는 네이버파이낸셜의 100% 자회사가 되고, 송치형 두나무 의장은 네이버파이낸셜의 주요 주주(19.5%)로 올라서게 된다. 이를 통해 ‘한국판 코인베이스’를 탄생시켜 글로벌 웹3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것이 양사의 구상이다.

하지만 대주주 지분 한도가 15~20%로 설정되면 빅딜은 구조적으로 성립이 불가능해진다. 네이버파이낸셜이 두나무 지분 100%를 보유하는 모회사-자회사 구조 자체가 불법이 되기 때문이다. 현재 송치형 의장(25.52%)을 비롯해 빗썸홀딩스(73.56%), 코인원 차명훈 대표(53.44%) 등 주요 거래소 대주주들 모두 강제로 지분을 매각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업계에서는 이번 규제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국내 기업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하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최근 성명을 통해 “전세계에 유례없는 대주주 지분 제한은 또 하나의 갈라파고스 규제”라며 “한국형 지분 규제 도입 시, 창업자의 리더십과 신속한 의사결정을 바탕으로 치열하게 경쟁하는 글로벌 디지털 금융 시장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디지털자산 TF 자문위원들조차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 성장한 기업의 지배구조를 정부가 사후적으로 좌지우지할 수 있는 나라에서 창업과 혁신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우려를 표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동일 기자 / same91@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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