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의 명과 암] ① ‘유통공룡’ 홈플러스 인수 10년…‘점포 매각·임대’, 실적악화 빌미됐나

블라인드펀드·RCPS·LBO로 짜인 인수 구조
자산 매각과 임대 전환 속…수익성 급락·적자기조 지속
회생계획안 기한 임박…채권단 합의 관건

국내 2위 대형마트인 홈플러스가 법원의 관리 아래 놓인 지 벌써 1년이 지났다. 결국, 오는 5월 4일까지 채권단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파산·청산 절차로 넘어갈 수 있는 극한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한때 전국적으로 140여개 매장에 수만 명의 직원을 거느린 유통 공룡이 어쩌다 생존의 기로에 놓이게 됐을까. 그 출발점은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국내 최대 규모의 사모펀드 투자 운용사인 MBK파트너스(이하 MBK)가 7조2000억원을 들여 홈플러스를 인수하면서, 홈플러스는 과거와는 전혀 다른 지배구조와 경영환경에 놓이게 된다.

◆MBK는 어떻게 인수자금 7조를 모았나

MBK가 2015년 홈플러스를 인수할 당시 거래 규모는 약 7조2000억원으로 거론된다. 다만 이 수치에는 홈플러스가 보유하고 있던 기존 차입금이 포함된 것으로, MBK가 실제로 지불한 인수대금은 6조원이다. 당시 이마트의 시가총액이 6조원 안팎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오프라인 유통 2위 업체를 1위 기업과 맞먹는 규모에 인수한 셈이다. MBK는 블라인드펀드 등을 통해 자기자본을 조달하고, 인수금융 등을 결합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마련했다.

블라인드펀드는 MBK를 신뢰하는 기관투자자들이 사실상 ‘어디에 투자하든 알아서 하라’며 자금을 맡기는 방식이다. MBK의 블라인드펀드는 홈플러스 외에도 신한라이프(구 오렌지라이프), 두산공작기계, 골프클럽 아코디아 넥스트 등 여러 기업에 분산 투자됐다. 홈플러스에서는 손실이 났지만 다른 포트폴리오에서는 수익이 창출되면서, 당시 3호 블라인드펀드의 수익률은 많게는 26%에 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MBK는 펀드 전체가 수익을 냈기 때문에 성과보수도 챙겼다.

RCPS는 상환권과 전환권을 동시에 가진 우선주로, 스타트업 등에서 투자 유치에 널리 쓰이는 자본구조다. 블라인드펀드와의 차이점은 RCPS가 홈플러스에 직접 투자한 방식이라는 점이다. 국민연금을 비롯한 새마을금고, 수협, 행정공제회 등 공공기관 자금이 이같은 방식으로 투자됐다 손실 위기에 처해 있다. 국내 최대 투자기관인 국민연금의 경우, 6121억원이 넘는 큰 돈을 이같은 방식으로 투자했지만, 실제 3131억원만 회수된 상태에서 홈플러스가 회생 절차에 들어갔다.

MBK는 인수 대상인 홈플러스의 지분을 담보로 2조원이 넘는 대출도 받았다. 홈플러스를 매입하는 주인이 인수 기업의 지분을 담보로 돈을 대출받아 되갚는 구조다. 

◆자산유동화 나선 MBK…세일앤리스백 구조의 역설

MBK는 홈플러스 인수 이후 점포 매각과 세일앤리스백을 통해 현금을 확보하는 전략을 반복해 왔다. 2018년부터 2024년까지 총 16개의 홈플러스 점포가 감소했다. 이중 임대인 계약갱신 거부로 점포 6곳, 홈플러스 투자 재원 및 재무구조 개선 목적으로 10곳이 폐점했다.

세일앤리스백은 점포를 매각하고, 영업을 이어가기 위해 다시 임대 계약을 맺는 방식이다. 번듯하게 자가 건물에서 영업하던 기업이, 어느새 남의 건물에 세입자가 돼 영업을 하게 된 것이다. MBK로서는 자산을 팔아 단기간에 현금을 마련했지만, 새로 부과된 임대료 부담은 인수 직후 대비 수천억원 단위로 늘었다.

특히 장사가 잘 되는 우량 점포 매각을 우선순위에 둔 점도 장기적으로 상황을 악화시켰다. 우량 점포의 경우, 부동산 가치도, 매각 가격도 높았기 때문이다. 실제 2021년 부산 지역 매출 1위를 기록하던 가야점도 그 목록에 있었다.

심지어, MBK는 인수 3년 차인 2018년에는 홈플러스 리츠 상장 카드까지 꺼내 들었다. 전국 홈플러스 점포의 부동산을 하나의 리츠(부동산투자신탁) 회사로 묶어 주식시장에 상장하겠다는 구상이었다. 유통업계에서는 MBK가 인수 3년 만에 리츠 카드까지 꺼내 든 것이, 이미 홈플러스를 정상적으로 성장시키기 어렵다는 내부 판단 때문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MBK 인수 이후, 홈플러스 실적 ‘악화일로’

MBK 인수 전인 2014년 홈플러스의 영업이익은 1944억원에 달했다. 그러나 MBK가 경영권을 쥔 첫해인 2015년 영업이익은 곧바로 1490억원의 적자기업으로 추락했다. 이후부터도 △2016년 3090억원 △2017년 2384억원 △2018년 1510억원 △2019년 1601억원 △2020년 933억원 등으로 흑자규모가 줄어들다, 2021년에 다시 1335억원의 적자로 돌아선데 이어 △2022년 -2601억원 △2023년 -1994억원 △2024년 -3141억원을 기록하며, 최근 4년 연속 수천억대의 적자기조가 지속되고 있다. 점포 수도 2015년 142개에서 2026년 4월 기준 107개로 줄었다.

MBK는 홈플러스의 최대주주로서 단 한 푼의 배당도 받지 않았다고 공개적으로 주장해왔다. 하지만 상환전환우선주(RCPS) 투자자들에게는 매년 100억~300억원의 배당금이 꾸준히 지급됐다.

MBK가 7조원대 인수 자금 중 약 2조7000억원을 LBO 방식으로 조달한 것도 큰 부담이 됐다. 이에 따른 이자 비용은 인수주체인 MBK가 아니라 홈플러스의 재무제표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이자보상배율(영업이익이 이자비용을 몇 배 감당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지표)은 2017년부터 2020년까지는 1배를 웃돌았으나, 이후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결국 1배를 밑도는 구간이 나타났다. 사업을 통해 벌어들이는 수익보다 갚아야 할 이자가 더 커진 것이다. 적자가 누적되는 상황에서 재무 부담이 커지며, 법정관리 신청 직전 홈플러스의 부채비율은 1408%에 이르기도 했다.

◆선제적 기업회생 논란…사모펀드의 도덕적 해이 도마위

홈플러스는 지난해 3월 4일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고, 같은 날 약 11시간 만에 개시 결정이 내려졌다.

회생 신청 과정이 기습적이었다는 평가와 함께 사전 조율 여부를 둘러싼 논란도 제기됐다. 신용등급 하락 직전 820억원 규모의 단기사채 발행, 자구책 부족, 최대주주인 MBK의 대응 등을 둘러싸고 비판이 거세지기 시작한 것이다.

통상 기업은 채무부담이 심화될 경우, 채권자와의 사적 협상인 워크아웃을 먼저 거친 뒤, 해결이 어려울 때 법원의 기업회생 절차로 넘어간다. 그러나 홈플러스는 이같은 정상적인 과정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이 같은 절차는 시장에서 도덕적 해이 논란을 촉발시켰다. 이와 동시에 신청 당일 개시 결정이 내려진 점도 이례적인 사례로 평가된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법원이 선제적 구조조정이라는 접근을 사실상 수용한 것이라는 해석도 제기되고 있다.

◆회생, 불씨 살리나…5월 4일 시한

홈플러스는 지난해 3월 4일 회생절차에 들어간 이후 회생계획안 제출 기한을 총 5차례 연장해왔다. 지난해 12월 29일에는 구조조정안을 기반으로 한 회생계획안을 제출했다.

해당 계획안에는 DIP(Debtor-In-Possession) 금융을 통해 3000억원의 신규 자금을 조달하고, 슈퍼마켓 사업부 매각 등을 통해 변제 및 운영 자금을 확보한 뒤 구조조정과 인수합병(M&A)을 추진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MBK는 법원의 연장 여부 결정에 앞서 1000억원 규모의 긴급 운영자금을 DIP 방식으로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자금은 김병주 MBK 회장의 자택 등 개인 자산을 담보로 마련됐으며, 체불 임금과 납품 대금 지급 등에 쓰일 예정이다. 이와 함께, 지난 1월부터 차장급 이상을 대상으로 한 희망퇴직이 시작된 것을 비롯해 구조조정 작업도 본격화 되고 있다.

결국, 법원은 홈플러스의 회생계획안 가결 기간을 5월 까지로 연장한 상태다. 이에 따라, 5월 4일까지 채권단 합의와 회생계획안 인가가 이뤄지지 않으면, 법원은 회생절차를 계속할지 중단할지 여부를 최종 판단하게 된다. 법원이 회생절차를 종료시키면, 한때 국내 유통공룡으로 불렸던 홈플러스는 파산 또는 청산 절차로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

[CEO스코어데일리 / 박소연 기자 / soyeon0601@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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