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장성 보험, 계약 건수 늘었는데 금액은 줄어 ‘기현상’…삼성생명도 예외 아냐

보장성보험 신계약 81만건 증가할 때 가입 금액은 20조원 감소
“고령화·수익성 중심 상품 구조 개편…건강 리스크 보장해야”

주요 생보서 보장성보험 신계약 건수 및 신계약 금액 현황. <그래프=CEO스코어데일리>

AIA생명, KB라이프, 한화생명, KDB생명, 삼성생명 등 5개 생명보험사가 이번 달 들어 건강보험, 간병보험과 같은 보장성 보험 신상품을 출시하며 새로운 고객 잡기에 나섰다. 이러한 현상은 생명보험 업계가 새 보험회계 기준인 IFRS17 도입 이후 핵심 수익성 지표인 보험계약마진(CSM)을 더 많이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행보로 풀이된다.

다만 최근 1년간 생보사 보장성 보험 시장에서는 신계약 건수가 폭증한 반면 신계약 금액은 오히려 수십 조 원 줄어드는 기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업계는 이와 관련해 과거 주를 이루던 고액의 종신보험 대신 고객의 비용 부담을 낮추고 필요한 보장만 선택해 가입할 수 있는 가격 맞춤형 상품 위주로 시장이 빠르게 재편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영업 중인 생보사들의 보장성 보험 신계약 건수는 2025년 12월 기준 1098만5809건이다. 이는 전년 동기 1017만3045건 대비 81만2764건 증가한 수치다. 반면 같은 기간 이들의 보장성 보험 신계약 금액은 161조7883억 원에서 141조3860억 원으로 20조4023억 원 급감했다.

상위 3개 생보사(삼성·한화·교보생명) 중 삼성생명과 교보생명의 보장성 보험 신계약 건수와 신계약 금액 역시 반대 방향으로 움직였다. 삼성생명의 보장성 보험 신계약 건수는 2024년 12월 171만2665건에서 2025년 12월 186만7165건으로 15만4500건 늘었지만, 신계약 금액은 30조5978억 원에서 23조807억 원으로 7조5171억 원 줄었다.

같은 기간 교보생명의 보장성 보험 신계약 건수도 62만5341건에서 72만2843건으로 9만7502건 늘어난 데 반해, 신계약 금액은 16조6066억 원에서 14조629억 원으로 2조5436억 원 줄었다.

반대로 한화생명의 보장성 보험 신계약 건수와 신계약 금액은 동반 상승했다. 한화생명의 보장성 보험 신계약 건수는 2024년 12월 132만2137건에서 2025년 12월 139만9305건으로 7만7168건 늘었으며, 신계약 금액도 18조6583억 원에서 18조8449억 원으로 1866억 원 증가했다.

이번에 보장성 보험 신상품을 시장에 내놓은 AIA생명, KB라이프도 상황은 비슷하다. 2024년 12월부터 2025년 12월까지 AIA생명의 보장성 보험 신계약 건수는 2951건 늘어난 데 반해 신계약 금액은 1조9503억 원 줄었다. KB라이프의 보장성 보험 신계약 건수도 2만527건 늘었지만 신계약 금액은 7626억 원 감소했다. KDB생명의 경우 보장성 보험 신계약 건수와 신계약 금액 모두 각각 1만1188건, 1조3433억 원 줄었다.

이러한 기현상은 업계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 과정에서 발생하는 진통으로 보인다. 보험연구원이 발표한 ‘2026년 보험산업 전망’에 따르면 향후 보험 시장은 글로벌 경기 둔화와 관세 충격 등 대외 변수로 인해 2%대 후반의 완만한 성장세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보고서는 생보사들이 직면한 과제로 ‘ASAP(AI, Sustainability, Aging Society, Productive Finance)’ 전략을 제시했다. 그중에서도 ‘고령사회(Aging Society)’에 대응한 간병·요양서비스 결합상품 출시가 생보사들의 주된 먹거리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고액의 사망보험금을 지급하는 종신보험 수요가 줄어드는 대신, 고령층의 실질적인 건강 리스크를 보장하는 세분화된 상품으로 CSM을 방어해야 한다는 의미다.

업계 관계자는 “생보사들이 생산적 금융으로의 전환과 실물경제 기여를 요구받는 상황에서, 기존의 양적 팽창보다는 고령층 타깃의 건강·간병보험 등 CSM 효율이 높은 상품 위주로 질적 성장을 도모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IFRS17 하에서는 계약 금액의 규모보다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이익을 가져다주는 CSM 확보가 최우선”이라며 “과거처럼 한 명에게 고액의 보험상품을 파는 시대는 지났다. 소비자 부담을 낮춘 핀셋형 보장성 상품으로 가입 문턱을 낮춰 계약 건수를 최대한 확보하는 ‘박리다매형’ 경쟁은 앞으로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백종훈 기자 / jhbaek@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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