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ETF 400조 시대 열렸지만…다양성 실종, ‘복붙 상품’ 경쟁 심화

작년 6월 200조 돌파 후 1년도 안 돼 두 배 성장…종목 수 1000개 넘어
반도체·우주항공 등 인기 테마 상품 우후죽순…구성 종목은 거의 같아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순자산총액 규모가 사상 처음으로 400조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6월 200조원을 돌파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아 두 배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이러한 가운데 다수 운용사가 인기 테마 위주로 유사한 상품을 잇따라 출시하면서 시장 다양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부 ETF는 편입 종목이 시장에 영향을 미치며 괴리율이 확대되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17일 금융투자협회 공시에 따르면 지난 15일 국내 ETF 순자산총액은 404조627억원으로 집계되며 400조원을 돌파했다.

국내 ETF 시장은 2023년 6월 29일 100조원을 돌파한 이후 약 2년 만인 2025년 6월 4일 200조원을 넘어섰다. 이후 1년도 채 되지 않는 기간 동안 다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시장 성장에 맞춰 운용사들도 상품 출시를 확대하고 있다. 코스콤에 따르면 17일 기준 증시에 상장된 ETF 종목은 총 1088개에 달한다.

ETF 시장은 급성장 과정에서 저보수 출혈 경쟁이 불거지기도 했으나, 당국의 개입으로 현재는 보수 경쟁이 다소 완화된 상태다. 다만 가격 경쟁력 확보가 어려운 운용사들이 유사 상품을 다수 출시하면서 시장 다양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실제로 최근 상장된 ETF를 보면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중심 테마를 비롯해 우주항공, 인공지능(AI) 등 특정 인기 테마에 집중되는 모습이다.

일례로 지난 7일 상장한 삼성자산운용의 ‘KODEX 삼성전자SK하이닉스채권혼합50’은 17일 기준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를 각각 25.38%씩 편입하고 일부 국고채에 투자하고 있다.

앞서 지난 2월 출시된 KB자산운용의 ‘RISE 삼성전자SK하이닉스채권혼합50’ 역시 두 종목을 각각 25%씩 편입하고 국고채 등을 포함하고 있어 구성이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4일 상장한 한국투자신탁운용의 ‘ACE 미국우주테크액티브’는 에코스타, 로켓랩, 플래닛랩스, MDA스페이스, 알파벳(구글) 등을 편입하고 있다.

같은 날 상장된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미국우주테크’ 역시 로켓랩, 인튜이티브머신스, 레드와이어, AST스페이스모바일, 플래닛랩스, 에코스타 등을 담고 있다.

이보다 한 달 앞선 지난달 17일 상장한 삼성자산운용의 ‘KODEX 미국우주항공’ 역시 유사한 종목들을 편입하고 있다.

세부 구성비에는 차이가 있으나 비슷한 콘셉트의 상품이 짧은 기간에 연이어 출시되면서 참신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부 종목은 실적이나 업황과 무관하게 ETF 편입 여부가 주가에 영향을 미쳐 괴리율을 확대시키는 ‘왝 더 독(Wag the dog)’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10일에는 큐리언트와 성호전자가 ‘KoAct 코스닥액티브 ETF’에 편입된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주가가 20% 이상 급등하기도 했다.

서재완 금융감독원 부원장보는 “시장 변동성 확대 등에 따른 불가피한 경우도 있으나 과도한 괴리율 확대는 투자자 불이익을 초래할 수 있다”며 “자산운용사와 유동성공급자(LP) 간 협업을 통해 안정적인 호가 제공에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박예슬 기자 / ruthy@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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