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기 적발 1.1조원 넘어…메리츠·DB손보, 환수 승소율 100% ‘두각’

손보사 ‘보험사기 소송’ 전부승소율 7.1%p↑
AI 보험사기 늘자 손보사들 환수 소송 강화
금융당국, 보험사기 방지체계 구축 TF 출범

국내 손해보험사들이 보험사기 유죄확정판결을 받은 피고인을 상대로 제기하는 민사 본안소송(이하 보험사기 소송)에서 대체로 높은 전부승소율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손보사는 전부승소율이 소폭 하락하거나 전부패소율이 새로 발생하는 등 변화도 감지됐다.

보험사기 소송은 보험사기죄로 형사재판에서 유죄가 확정된 이후 보험사가 원고로 나서 부당하게 지급된 보험금의 반환을 청구하는 민사소송(채무부존재확인 소송 또는 부당이득반환청구 소송 등)을 의미한다.

14일 손해보험협회 공시를 분석한 결과, 국내 손보사들이 원고로 나선 보험사기 소송 전부승소율 평균은 2024년 하반기 77.5%에서 2025년 하반기 84.6%로 7.1%포인트 상승했다. 다만 전부패소율 평균도 같은 기간 0.30%에서 0.34%로 소폭 상승했다.

메리츠화재, DB손해보험, 흥국화재, 하나손해보험, AIG손해보험 등 5개사는 2024년 하반기와 2025년 하반기 모두 전부승소율 100%를 기록했다. 전부패소율 역시 두 기간 모두 0%를 유지했다.

업계는 유죄확정판결에 기반한 보험사기 소송에서 통상 보험사가 유리한 위치에 있지만, 상대방이 무자력 상태이거나 집행 가능한 재산이 없는 경우 실제 환수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어 소 제기 단계부터 선별적인 전략 수립이 중요하다고 평가한다.

한화손해보험은 2024년 하반기 전부승소율 96.30%에서 2025년 하반기 98.21%로 1.91%포인트 상승했다. 다만 전부패소율도 0%에서 1.79%로 소폭 올랐다.

같은 기간 롯데손해보험의 전부승소율은 95.45%에서 100.00%로 4.55%포인트 개선됐으며 전부패소율은 2.27%에서 0%로 낮아졌다. 현대해상의 전부승소율은 100.00%에서 99.04%로 소폭 하락했으나 전부패소율은 두 기간 모두 0%를 유지했다.

삼성화재는 2024년 하반기 전부승소율 96.64%에서 2025년 하반기 97.89%로 상승했으며 전부패소율은 2.01%에서 0.42%로 낮아졌다. AXA손해보험의 전부승소율은 100.00%에서 98.11%로 1.89%포인트 하락했지만 전부패소율은 0%를 유지했다.

KB손해보험의 전부승소율은 같은 기간 97.30%에서 92.31%로 4.99%포인트 하락했으며 전부패소율도 0%에서 2.56%로 상승했다.

◇ 진화하는 신종 보험사기 범죄…커지는 민사 환수 중요성

보험사들이 민사소송을 통한 보험금 환수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보험사기 피해가 좀처럼 줄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보험사기 적발 규모는 2025년 기준 1조1571억원으로 매년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적발되지 않은 보험사기까지 감안할 경우 피해 규모는 약 9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보험 분야별로는 실손의료보험과 건강보험 등이 포함된 장기손해보험(44.7%), 자동차보험(22.4%), 생명보험(21.8%), 일반손해보험(11.2%) 순으로 보험사기 피해가 집중됐다. 이 같은 보험금 누수는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져 결국 선량한 보험계약자들에게 부담을 전가한다는 점에서 사회적 문제로 지적된다.

최근에는 의료기관, 정비공장, 브로커, 모집인 등이 결탁한 조직적·지능적 범죄로 보험사기가 진화하는 가운데 생성형 AI와 딥페이크 기술을 악용한 신종 보험사기도 새로운 위협으로 떠오르고 있다.

과거에는 영수증을 수작업으로 오려 붙이거나 포토샵을 활용해 위·변조한 경우 폰트나 자간 변화 등으로 탐지가 가능했지만, 생성형 AI를 활용하면 이미지 픽셀 자체가 새롭게 생성돼 기존의 물리적 단서가 사라지면서 탐지가 훨씬 어려워졌다.

이에 금융위원회는 올해 6월 'AI 기반 보험사기 방지체계 구축 TF'를 출범하고 보험사기 정보를 집중·공유하는 한편 원본 대조를 통한 위·변조 검증, AI 기반 보험사기 패턴 분석 및 위험지수 개발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TF는 법·제도 분과, 데이터 분과, 인프라 분과 등 3개 분과로 구성됐으며 오는 9월까지 'AI 기반 보험사기 방지 플랫폼 구축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보험사기에 대한 형사처벌 수준이 일반 사기죄보다 낮다는 지적은 업계의 오랜 과제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보험사기죄로 기소된 경우에도 구약식(벌금형)이나 기소유예로 종결되는 비율이 일반 사기죄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법원에서도 유기징역 실형이 선고되는 비중은 일반 사기죄가 약 59%인 반면 보험사기죄는 약 20%에 그쳤다.

이 때문에 보험사기 형사재판에서 유죄가 확정된 이후 민사소송을 통해 보험금을 환수하는 절차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다만 형사 유죄가 확정되더라도 별도의 민사소송을 제기해야 하고 상대방이 무자력 상태인 경우 실제 환수가 어려울 수 있어 소송 단계부터 면밀한 전략 수립이 요구된다.

업계 관계자는 "보험사기에 대해 무죄가 선고되는 사안의 경우 주로 증거 불충분이 원인인 만큼 형사 단계에서 충분한 증거를 확보하는 것이 민사 환수 단계에서도 중요하다"며 "보험사기 실태를 정확히 파악하기 위한 데이터와 통계의 체계적인 축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백종훈 기자 / jhbaek@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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