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드업계가 수익성 악화와 업황 부진 속에서 신사업 투자에 속도 조절에 나섰다. 지난해 주요 카드사의 개발비는 2년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으며, 대부분 카드사가 비용 절감 기조 속에 디지털·플랫폼 투자 규모를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삼성카드는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개발비를 40% 이상 늘리며 상반된 행보를 보였다.
15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의 자료를 종합한 결과, 개발비 항목을 공시하고 있는 6개 카드사(신한·삼성·현대·롯데·우리·하나카드)의 지난해 연간 개발비는 총 4098억6200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4106억9100만원) 대비 0.20% 줄어든 수준이다.
카드사별로 살펴보면 하나카드의 개발비가 1년새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하나카드의 지난해 연간 개발비는 456억원으로, 전년 동기(617억5100만원) 대비 26.16% 감소했다.
뒤이어 △롯데카드 568억8300만원(전년 대비 15.08% 감소) △신한카드 691억1800만원(6.42% 감소) △우리카드 467억5700만원(4.86% 감소) 등의 카드사도 1년새 개발비를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개발비란 마이데이터와 디지털 플랫폼 등 신사업을 구축하는 데 들이는 비용을 뜻한다. 카드사들의 경우 본업인 지급결제 수익성이 악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자 지난 몇 년간 개발비를 늘려왔으나, 최근 들어 업황이 악화되며 관련 투자 역시 줄어든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지난 2020년 2037억5000만원이던 카드업계의 개발비는 △2021년 2761억6500만원 △2022년 3839억9600만원 △2023년 4169억2000만원 등으로 지속 증가했다. 하지만 2024년 4106억9100만원으로 소폭 감소하더니, 2025년에도 소폭 줄어들며 2년 연속 감소 추세를 유지했다.
이에 반해 삼성카드의 개발비는 전년 대비 큰 폭 오르며 개발비를 감축하는 업계 전반적인 분위기와 반대되는 행보를 보였다. 삼성카드의 지난해 연간 개발비는 1104억8000만원으로, 전년 동기(786억5300만원)보다 40.47% 급증했다.
개발비가 1000억원대를 넘어선 곳은 삼성카드가 유일했다. 특히 카드사 한 곳에서 1000억원 이상의 개발비를 투자한 것은 약 7년여 만에 처음이었다.
삼성카드는 삼성금융 통합 앱 ‘모니모’를 핵심 전략으로 삼고, 관련 조직을 신설하는 등 플랫폼 인프라 구축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다른 카드사들이 개발비를 줄이는 상황에서도 데이터·플랫폼 사업자로의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는 셈이다.
삼성카드 관계자는 “삼성카드는 본업의경쟁 우위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플랫폼, AI 등 미래 성장을 위한 노력을 지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현대카드의 지난해 연간 개발비는 810억2400만원으로, 전년(803억600만원) 대비 소폭 늘어나긴 했으나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는 데 그쳤다.
이처럼 카드업계의 신사업 투자가 주춤해진 데는 불안정한 업황과 줄어든 수익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7개 전업 카드사의 지난해 연간 순익은 2조3602억원으로, 전년(2조5910억원)보다 8.91% 감소했다.
기본적으로 디지털 인프라의 유지비용이 있는 만큼 관련 비용 역시 큰 폭 줄일 수는 없으나, 추가적인 사업 확보를 위한 여력마저 부담으로 작용하며 카드사의 신규 먹거리 확보에도 제동이 걸렸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카드업계의 한 관계자는 “디지털이나 신사업, 플랫폼 개발이 일상화된 카드업에서 디지털 및 ICT 인프라 구축을 위한 카드사의 개발비는 일정 규모 이상으로 유지될 수밖에 없다”면서도 “다만 경영환경의 어려움으로 대부분의 카드사에서 비용절감 및 내실경영을 추진하는 상황인 만큼 신규 개발 및 투자가 축소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현재 카드업계의 수익성 악화 등으로 투자 여력이 부족해 개발비가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다만 현재 업황을 고려하더라도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연구개발 투자는 지속될 필요가 있다며, 연구개발비를 단순 비용이 아닌 투자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제언도 내놨다.
한국신용카드학회 학회장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카드사들이 R&D 투자를 장기 성장 동력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한데, 여건상 여력이 없다 보니 개발비가 줄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현재와 같은 업황이 이어져도 최소한 현 수준은 유지해야 할 것이며, 미래 성장 동력 측면에서 비용이 아닌 투자로 바라봐야 할 것”이라면서 “또한 데이터 사업이나 신사업 상품 개발 등 핵심 분야에 선택과 집중을 하면서 효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가야 할 것이라 본다”고 덧붙였다.
[CEO스코어데일리 / 이지원 기자 / easy910@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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