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준공된 세계 최대급 조선소가 16년 만에 새 주인을 맞았다. 지난 6월 26일 HD현대중공업과 신설법인 제이오션중공업이 7800억원 규모의 군산조선소 자산 양수도 본계약에 서명하면서 ‘HD현대는 떼어내고, 에코프라임마린퍼시픽은 끌어안는’ 거래가 매듭을 지었다. 양측이 입을 모아 ‘윈윈’이라 부르는 이 거래의 이면에는 각기 다른 전략이 자리한다. 거래의 구조와 양측의 속내, HJ중공업의 성장 시나리오, 그리고 7800억원의 셈법을 세 차례에 걸쳐 짚는다.<편집자 주>
300km 남짓 떨어진 전북 군산과 부산 영도의 두 조선소가 하나의 거래로 묶였다. 지난 3월 13일 자산 양수도를 위한 합의각서(MOA)를 맺은 HD현대중공업과 에코프라임마린퍼시픽은 약 세 달간 현장검증과 실사를 거쳐 6월 26일 군산조선소 현장에서 본계약을 체결했다. 매각 대상은 군산조선소의 공장, 기술교육원, 기숙사를 비롯한 부동산·동산 일체의 유형자산이며, HD현대중공업이 공시한 처분금액은 7800억원이다. 2025년 말 연결 기준 자산총액의 2.98%에 해당하는 규모로, 제이오션중공업은 연내 대금을 지급하고 12월 31일 자로 소유권 이전 등기를 마칠 계획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군산조선소는 HD현대중공업이 2010년 약 1조2000억원을 투입해 군산국가산업단지에 조성한 180만㎡(약 54만평) 규모의 조선소다. 길이 700m의 도크와 국내 최대 규모인 1650톤급 골리앗 크레인, 1.4km에 이르는 안벽을 갖춰 연간 18만톤급 벌크선 기준 최대 12척을 건조할 수 있다. 대형 선박 여러 척을 동시에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 그러나 2017년 일감 부족으로 신조(新造)를 멈춘 뒤 2022년 10월부터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에 납품할 블록을 연 10만톤가량 찍어내는 반쪽짜리 공장에 머물러 왔다.
매각 주체인 HD현대중공업의 속내는 ‘선택과 집중’으로 요약된다. 군산조선소에서 제작한 블록을 바지선에 실어 울산까지 옮기는 과정에서 적지 않은 물류비가 발생했고, 신조가 끊긴 야드의 가동률은 좀처럼 회복되지 않았다. HD현대중공업으로서는 비핵심 자산을 정리해 재무 건전성을 끌어올리고, 매각 대금을 미래 성장을 위한 재원으로 돌릴 수 있다. 여기에 포함되는 게 한미 조선업 협력 프로젝트인 마스가(MASGA)를 겨냥한 투자라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한화오션이 미국 필리조선소를 선점한 상황에서 HD현대 또한 현지 생산 기반을 확보하는 데 막대한 실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처분금액 7800억원은 그간 시장이 예상해 온 범위 안에 들어왔다. 군산조선소의 장부가액은 2021년 9월 HD현대중공업 상장 당시 8102억원이었고, 이후 감가상각을 거쳐 6650억원 수준으로 낮아졌다. 최종 인수가격은 장부가액을 약 17% 웃도는 값으로, 매각 전까지 시장에서 거론되던 7000억원에서 1조원 사이의 하단에 가깝게 매겨졌다. 업계에선 조선업 슈퍼사이클로 도크 부족이 길어지면서 한때 계륵으로 불리던 군산조선소가 제값을 받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거래의 주요 관심사였던 양수 주체도 본계약 체결로 최종 확정됐다. 군산조선소를 넘겨받는 곳은 HJ중공업의 최대주주인 에코프라임마린퍼시픽이 새로 세운 법인인 제이오션중공업이다. 에코프라임마린퍼시픽은 2021년 동부건설과 한국토지신탁 등이 한진중공업(현 HJ중공업)을 인수하고자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이다. 군산조선소를 운영할 예정인 제이오션중공업에는 에코프라임마린퍼시픽과 HJ중공업 등이 출자했다.
업계 관계자는 “HJ중공업이 직접 양수인이 될 때 떠안을 재무 부담을 분산하고, 군산과 영도의 사업 영역을 분리하려는 것”이라며 “에코프라임마린퍼시픽은 군산의 제이오션중공업과 영도의 HJ중공업을 거느리게 됐다”고 말했다.
HD현대중공업은 군산조선소 매각 이후에도 발을 완전히 빼지는 않는다. 향후 3년간 군산조선소 정상화를 지원하기 위해 블록 제작 물량을 발주하고, 설계 용역과 원자재 구매대행, 자동화·스마트조선소 기술 지원을 하기로 했다.
제이오션중공업은 블록 제작에 머물던 군산조선소를 대형 선박 건조기지로 되살려 지역 조선 기자재·협력업체의 일감과 가동률을 끌어올린다는 구상이다. 선박 건조에 필요한 철강·자재·부품 등 공급망 전반을 아우르는 후방 산업 낙수효과와 전방 산업인 해운·항만 물류의 시너지 효과가 나타나면 침체됐던 전북권 조선 생태계 전반에 활력이 돌 것으로 지역사회는 기대한다.
제이오션중공업 관계자는 “이번 인수는 단순히 회사가 조선소 부지와 설비를 확보하는 차원을 넘어 전북권 경제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는 큰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철저한 준비를 통해 신규 수주와 함께 공정이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병훈 기자 / andrew45@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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