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영식 SD(에스디) 그룹 회장이 두 자녀의 세금 납부를 위해 개별 회사의 부동산을 담보로 제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분 100%를 보유한 개인회사라 하더라도 법인과 주주는 별개의 주체인 만큼, 회사의 자산인 부동산을 직계가족의 개인적인 납세 편의에 반복적으로 활용한 것을 두고 적정성 논란이 일고 있다. 일각에서는 기존 판례를 적용할 경우, 배임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 개인회사 빌딩 두 자녀에 납세담보 제공
SDB인베스트먼트의 감사보고서와 부동산등기부를 분석한 결과, 이 회사는 서울 강남구 청담동 소배 빌딩과 명일동 빌딩을 조 회장의 두 자녀를 위한 납세담보로 제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납세담보는 세금 납부기한을 연장하거나, 분할 납부하도록 허용하는 과정에서 국가가 세금채권을 확보하기 위해 요구할 수 있는 담보다. 국세 납부기한 연장이나 납부고지 유예, 상속세·증여세 연부연납 등이 대표적이다.
SDB인베스트먼트는 지난 2023년 6월 조 회장의 장녀인 조혜임 에스디바이오센서 부사장과 장남인 조용기 바이오노트 상무이사를 각각 채무자로 하는 납세담보 제공계약을 체결하고, 같은 달 28일 서울특별시 강남구 청담동 124-3 소재 건물에 국가 명의의 근저당권을 설정했다. 해당 건물과 같은 주소의 토지도 공동담보로 제공됐다.
장녀 조혜임을 위한 담보의 채권최고액은 100억원으로 처분청은 강남세무서장이며, 조용기를 위한 담보도 채권최고액 100억원으로 처분청은 동화성세무서장이다. 또한 이듬해인 2024년 9월에는 조혜임 부사장을 채무자로 청담동 빌딩에 53억5880만원의 근저당권이 추가됐다. 처분청은 강남세무서장이다.
청담동 빌딩 뿐만 아니라 명일동 소재 건물에도 근저당권이 설정됐다. 이 회사는 2024년 9월 4일 조혜임 부사장을 채무자로 하는 납세담보제공계약을 체결한 뒤, 같은 달 6일 서울 강동구 명일동 335-3 소재 건물에 국가 명의의 근저당권을 설정했다. 같은 주소의 토지도 공동담보로 제공됐다. 채권최고액은 113억7680만원이며 처분청은 강남세무서장이다.
이에 따라, 납세담보와 관련해 설정된 근저당권의 채권최고액 합계는 조혜임 부사장 267억3560만원, 조용기 상무이사 100억원 등 총 367억3560만원으로 늘었다.
2025년 말 기준 담보 부동산의 장부가액은 청담동 빌딩이 333억4498만원, 명일동 빌딩이 119억8158만원에 달한다. 따라서 두 남매에 대한 납세담보 설정액은 해당 부동산 장부가액의 81%에 달한다.
◆SDB인베스트먼트, 조 회장 100% 보유 개인회사…이사회도 직계가족 중심
SDB인베스트먼트는 조영식 회장이 지분 100%를 보유한 비상장 개인회사다. 조 회장은 회사가 발행한 주식 1101만주를 모두 소유하고 있으며, 자본금 550억5000만원도 모두 조 회장 몫이다.
SD그룹의 지배구조는 조영식 회장→바이오노트→에스디바이오센서로 연결돼 있다. 특히 조 회장이 100% 지분을 보유한 SDB인베스트먼트가 바이오노트 지분 15.27%를 보유하며, 조 회장 일가가 두 회사를 직·간접적으로 지배하는 형태다. 2025년 말 기준 총자산은 3824억3448만원, 자본총계는 3251억4172만원이다. 미처분이익잉여금도 2160억3843만원 쌓여 있다.
주요 자산은 주식과 부동산에 집중돼 있다. 2025년 말 기준 투자자산은 2221억6534만원, 토지·건물 등 유형자산은 1342억7236만원으로, 이를 모두 합하면 전체 자산의 93.2%에 달한다.
이사회 역시 최근 오너 일가 중심으로 구성됐다. 등기상 이사는 조영식 대표이사와 장남 조용기 사내이사, 사위 김정훈 사내이사, 윤석두 기타비상무이사 등 4명이다.
결과적으로 조 회장이 개인회사의 핵심 자산인 부동산을 직계가족인 두 남매의 세금납부를 위한 용도로 반복적으로 활용하면서, SDB인베스트먼트가 오너 일가의 납세 지원을 위한 ‘개인 금고’처럼 활용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분 승계 시기와 맞물려 납세담보 확대
납세담보 제공시점이 조 회장이 장녀 중심으로 바이오노트 지분 증여를 확대해온 시기와 맞물리는 점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조 회장은 2023년 말 조혜임 부사장에게 바이오노트 주식 500만주를 증여했다. 이에 따라 조 부사장의 바이오노트 지분율은 1.57%대에서 6.59%대로 상승했다. 이후 2025년에는 바이오노트 주식 1000만주를 추가로 증여, 지분율은 16.39%로 급증했다.
조 부사장을 위해 167억3560만원의 추가 납세담보가 설정된 시기도, 첫 번째 500만주 증여 이후인 2024년 9월 설정됐다. 이에 따라, 부동산 담보 설정이 해당 증여에서 발생한 세금과 관련됐을 가능성이 제기되지만, 등기부에는 세목과 과세 원인이 공개되지 않아 직접적인 연관성은 확인되지 않는다.
또한 2025년 조 부사장은 조 회장으로부터 주식 1000만주를 추가로 증여받은 뒤 자신의 바이오노트 주식 600만주를 증여세 연부연납을 위한 국세 담보로 별도 제공한 바 있다.
◆직계가족 위해, 개인회사 부동산 담보제공…유사 사건, 대법원에서 배임 인정
조 회장이 100% 지분을 보유한 개인 회사라 하더라도, 법인 재산을 조 회장의 개인 재산과 동일하게 취급할 수는 없다. 회사와 주주는 별개의 권리 주체이며, 특히 회사의 재산은 금융기관과 거래처 등 채권자의 채권 회수를 뒷받침하는 책임재산이기 때문이다.
납세담보를 제공받은 특수관계인이 정해진 기간 안에 세금을 납부하지 못하면 관할 세무서장은 담보로 제공된 SDB인베스트먼트의 청담동·명일동 빌딩을 통해 세액을 징수할 수 있다. 실제 담보권이 실제 실행될 경우, 오너 자녀의 개인 납세의무에서 비롯된 손실액을 해당 법인이 직접 부담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회사가 이 같은 위험을 부담하면서 특수관계인 으로부터 시장 수준의 담보 제공 수수료나 충분한 반대담보를 확보하지 않았다면, 세무상 문제로도 이어질 수 있다.
실제, 이와 유사한 담보 제공을 배임으로 판결한 대법원 판례도 있다. 대법원은 앞서 지난 2005년 1인 주주가 상속세 납부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체결한 개인적인 주식매매계약과 관련해 회사의 유일한 부동산을 담보로 제공한 행위가 배임죄를 구성한다고 판단했다. 개인 거래를 위해 회사 재산을 담보로 제공해 회사에 손해 발생 위험을 초래했다면 주주총회 결의를 거쳤다는 이유만으로 정당화할 수 없다는 취지다.
이와 관련, SDB인베스트먼트 관계자는 “개인정보이기 때문에 공시된 자료 외에는 제공할 수 없다”며 회사 부동산을 담보로 제공한 배경에 대해서 구체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CEO스코어데일리 / 박소연 기자 / soyeon0601@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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