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카드 본사. <사진=연합뉴스>
금융당국이 297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롯데카드 해킹 사고와 관련해 1.5개월 업무정지와 50억원의 과징금을 확정했다. 당초 4.5개월 업무정지안보다 제재 수위는 크게 낮아졌지만, 전문가들은 과거보다 금리와 수익성 여건이 악화된 만큼 영업 재개 이후 회원 기반 회복과 수익성 개선 여부가 향후 핵심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최근 열린 정례회의에서 롯데카드에 대해 1.5개월 업무정지 및 과징금 50억원 부과를 의결했다. 당초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가 의결한 4.5개월 업무정지안과 비교하면 제재 수위가 대폭 낮아진 셈이다.
업무정지 기간이 당초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의 권고안보다 줄어든 것은 기존 제재 사례와의 형평성, 사고 이후 수습 노력, 금융시장과 소비자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다. 사고 당시 대표였던 조좌진 전 롯데카드 대표에게는 문책경고가 통보될 예정이다.
이번 제재는 지난해 8월 해커가 롯데카드 내부 결제 시스템을 침해해 고객 297만명의 개인신용정보를 유출한 사건에 따른 것이다. 금융감독원 검사 결과 롯데카드의 온라인 결제 시스템 운영 과정에서 △정보처리시스템 보정(패치) 작업 미실시 △주민등록번호·비밀번호 암호화 미이행 △바이러스 백신 소프트웨어 미설치 등 보안 의무 위반 사항이 확인됐다.
롯데카드는 앞서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개인정보보호위원회로부터 과징금 96억2000만원을 부과받았으며, 이번에는 신용정보법 위반에 따른 추가 제재가 확정됐다.

업무정지 기간은 8월 1일부터 9월 15일까지다. 해당 기간에는 롯데카드의 신규 회원 대상 신용·체크·선불카드 발급과 신규 카드대출 취급이 제한된다. 다만 기존 회원은 카드 결제와 카드론·현금서비스·리볼빙 신청, 이용한도 증액 등 대부분의 서비스를 정상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
신용평가업계는 업무정지 기간 자체보다 이후의 회복 과정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 2014년 카드 정보유출 사태 당시 영업정지를 받은 카드사들의 경우 회원 감소 폭은 크지 않았지만, 회원 기반을 회복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는 분석이다.
구체적으로 KB국민카드는 약 2년, 롯데카드는 약 4년이 지나서야 이전 수준의 회원 수를 회복했다. 뿐만 아니라 영업 재개 이후에는 회원 확보를 위한 모집·마케팅 비용이 늘면서 수익성이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안태영 한국기업평가 책임연구원은 “이번 업무정지 기간은 과거보다 짧지만,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영업정지 자체보다 이후 회원 이탈 규모와 고객 신뢰 회복 여부에 달려 있다”며 “금리 상승과 카드업권의 수익성 저하 등으로 회복 여건이 더 어려워진 만큼, 영업 재개 이후 회원 기반과 수익성 회복 과정을 지속적으로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한국신용평가는 이번 업무정지 기간이 4.5개월에서 1.5개월로 줄어들면서 단기적인 영업 부담은 완화됐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고객 기반 축소와 시장지위 약화 여부를 지속적으로 점검하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최근 금리 상승으로 조달비용이 커진 데다 정보보호 투자 확대와 영업 재개 이후 고객 유치를 위한 프로모션 비용 증가 가능성까지 겹치면서 수익성에는 하방 압력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신용도 역시 단기 손익보다 회원 기반 회복과 자산건전성 관리 수준이 핵심 변수라는 분석이다.
오지민 한국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업무정지 기간이 단축되면서 영업 부담은 일부 완화됐지만, 핵심은 단기적인 손익 훼손보다는 중기적인 영업기반 약화 가능성”이라며 “신규 회원 유입 차단에 따른 고객기반 축소와 시장점유율 변화 등 중기적인 영업기반 약화 여부와 그 수준이 신용도를 좌우하는 요소가 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조달비용 상승과 정보보호 투자, 프로모션 비용 확대 가능성 등을 감안하면 수익성에 대한 하방 압력이 당분간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나이스신용평가 역시 신용등급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봤다. 다만 영업정지에 따른 실적 감소와 회원 회복 속도는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과거 2014년 사례에서도 영업정지 기간에는 마케팅 비용 감소로 수익성 악화가 크지 않았지만, 이후 시장점유율을 회복하기 위한 비용 증가로 ROA가 하락했던 만큼 이번에도 영업 재개 이후의 영업 전략이 중요할 것으로 내다봤다.
김석우 나이스신용평가 연구원은 “금번 1.5개월 영업정지의 영향으로 올해 롯데카드의 개인실질회원수와 총카드이용실적 점유율은 전년 대비 일부 하락할 것”이라면서도 “최근 가계부채 억제 등과 관련해 카드사 전반의 영업 확대가 제한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할 때 1.5개월 영업정지가 회사 실적 등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과거 사례와 같이 영업정지 기간 중 모집 및 마케팅 비용 감소가 영업수익 감소 영향을 상쇄시킬 경우 수익성 저하도 제한적인 수준에 머물 것으로 예상되나, 영업정지 기간 이후 저하된 시장지위 회복을 위한 경비부담 확대가 나타날 경우 수익성에 하방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영업정지 등의 제재가 회사 실질 회원 기반 및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과 최근 저하된 수익성의 회복 여부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한편 금융당국은 이번 제재와 별개로 중대한 보안사고 발생 시 전체 매출액의 3% 이내까지 부과할 수 있는 ‘징벌적 과징금’ 제도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앞으로 유사한 해킹 사고에 대한 제재 수위는 이번보다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CEO스코어데일리 / 이지원 기자 / easy910@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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