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오션, HD현대重 제치고 7.8조 KDDX 선도함 계약…남은 과제는?

방사청과 8380억 규모 선도함 건조 본계약
기술점수 앞선 HD현대重, 보안감점에 밀려
설계 분리·통합전기 추진 등 남은 과제 산적

KDDX조감도.<사진제공=한화오션>
KDDX조감도.<사진제공=한화오션>

한화오션이 7조8000억원 규모 한국형 차기구축함(KDDX) 사업의 첫 건조 계약을 따냈다. 사업자 선정을 둘러싼 갈등으로 2년 가까이 미뤄졌던 국산 이지스급 함정 건조가 실행 단계에 들어섰다. 그러나 경쟁사가 수행한 기본설계를 넘겨받아 통합전기 추진 등 고난도 기술을 적용한 선도함을 2032년까지 전력화해야 하는 과제가 남았다.

3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방위사업청은 지난달 31일 한화오션과 KDDX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본계약을 맺었다. 계약 규모는 8380억원으로, 지난해 연결 매출 12조7835억원의 6.6%에 해당한다. 계약 기간은 2032년 6월 30일까지다.

KDDX는 7000톤급 구축함 6척을 순수 국내 기술로 확보하는 사업이다. 핵심 무기체계인 전투체계부터 다기능 위상배열 레이더, 함대공 유도탄까지 주요 장비를 국산화하는 첫 '한국형 이지스 구축함'으로, 정부는 2032년 선도함 전력화를 시작으로 2036년까지 6척을 순차 배치해 해군 기동함대의 중추 전력으로 운용할 계획이다. 이번 계약은 6척 중 선도함 1척의 상세설계와 건조를 대상으로 한다. 후속함 5척은 향후 별도로 발주된다.

◇기술 점수 앞서고도 감점에 밀린 HD현대중공업

한화오션이 사업자로 선정된 과정은 통상적인 함정 사업의 관례에서 벗어난다. 함정 사업은 개념설계, 기본설계,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후속함 건조 순으로 진행된다. KDDX는 개념설계를 한화오션의 전신인 대우조선해양이, 기본설계를 HD현대중공업이 맡았다. 기술 연속성과 전력화 일정을 고려하면 기본설계를 수행한 HD현대중공업이 상세설계와 건조까지 이어받을 것으로 예상됐다.

실제 제안서 평가에서 기술능력 점수는 HD현대중공업이 한화오션을 약 0.6점 앞선 것으로 알려졌다. 순위를 가른 것은 1.2점의 보안 감점이었다. HD현대중공업 직원들은 2012~2015년 대우조선해양의 KDDX 개념설계 자료 등을 무단 촬영·유출했다. 이 사건으로 관련자 9명 중 8명은 2022년 11월, 나머지 1명은 2023년 12월 유죄가 확정됐다. 방사청이 이 사건을 근거로 보안 감점을 적용하면서 최종 총점은 한화오션이 0.5867점 차로 앞섰다. 기술능력에서 우위였던 HD현대중공업이 감점 반영 후 종합 순위에서 밀린 것이다.

선정 절차 자체도 지연을 거듭했다. 사업은 당초 2023년 말 기본설계를 마치고 2024년 상세설계·건조에 착수할 예정이었으나, 사업자 선정 방식과 설계자료 소유권을 둘러싼 공방으로 2년 가까이 지연됐다. 1차 입찰은 HD현대중공업이 불참하며 유찰됐고, 재입찰을 거쳐 한화오션이 지난달 1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HD현대중공업은 기본설계 자료가 경쟁사에 제공됐다며 자료 공개 금지 가처분을 냈으나 기각됐고, 보안 감점 연장에 대한 가처분과 선정 뒤 제기한 이의신청도 각각 기각·불수용됐다. 약 한 달간 협상을 거쳐 체결된 이번 본계약으로 사업자 선정 논란은 일단락됐다.

한화오션이 건조한 ‘장보고-Ⅲ(수출명 KSS-Ⅲ) 배치-Ⅱ’ 잠수함.<사진제공=한화오션>
한화오션이 건조한 ‘장보고-Ⅲ(수출명 KSS-Ⅲ) 배치-Ⅱ’ 잠수함.<사진제공=한화오션>

◇한화오션 수상함 명가 입지…계약 이후 과제 산적

한화오션은 2023년 5월 출범 이후 3년여 만에 대형 구축함 사업을 확보했다. 울산급 배치-Ⅲ 5·6번함과 배치-Ⅳ 1·2번함을 수주·건조하며 축적한 대형 수상함 설계·건조 실적에 국산 이지스함 레퍼런스가 더해졌다. 선도함 건조사가 사실상 사업 주도권을 갖는 만큼 후속함 물량 배분과 MRO(유지·보수·정비), 수출 실적 확보에서도 우위를 갖게 됐다.

하지만 계약 이후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우선 설계 분리에 따른 위험성이다. 통상 기본설계를 수행한 업체가 기술 연속성을 이유로 상세설계와 선도함 건조까지 맡지만, KDDX에선 이 관행이 적용되지 않았다. 한화오션은 경쟁사인 HD현대중공업이 작성한 기본설계를 넘겨받아 상세설계와 실물 건조로 빈틈없이 이어가야 한다. 설계 이관 과정의 기술적 간극이 일정과 품질에 미칠 영향이 사업 초반의 최대 변수다.

기술적 난도도 높다. 선도함에는 통합전기 추진체계와 통합마스트를 비롯한 국산화 개발장비 9종이 탑재된다. 특히 25MW급 대용량 추진 전동기로 감속기어 등 기계식 구동장치 없이 함을 구동하는 통합전기 추진은 대형 수상함에 적용되는 국내 첫 사례다. 한화오션은 장보고-Ⅲ 잠수함에 전기 추진을, 울산급 배치-Ⅱ에 가스터빈·전기모터 하이브리드 추진을 적용하고 육상시험시설(LBTS)로 통합 성능을 검증한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운다. 다만 개별 장비 검증과 7000톤급 수상함 전체의 체계통합은 별개의 문제다. 전투체계와 레이더, 무장, 추진·전력을 하나의 함정체계로 통합하는 역량이 사업 성패를 좌우할 전망이다.

법적 불확실성도 남아 있다. HD현대중공업은 설계자료 소유권과 보안 감점 적용을 둘러싸고 항고 등 법적 절차를 이어 왔다. 별도 발주되는 후속함 5척을 놓고 양사가 다시 경쟁할 가능성도 있다. 일정도 빠듯하다. 2년 가까이 지연된 사업은 2032년 선도함 전력화 일정을 지켜야 한다. 무인기 위협과 사이버 공격으로 변화하는 2030년대 전장 환경, 병력 감소에 대응한 자동화·스마트 함교 요구를 반영하면서 지연분을 만회해야 하는 만큼 설계·생산 관리 역량이 관건으로 지목된다.

한화오션은 유·무인 복합전투체계, 다층 방어체계, 강화된 사이버 방호체계, 병력절감 자동화 기술 등을 적용한 KDDX를 탄생시킨다는 방침이다. 김호중 한화오션 특수선사업부 국내영업 담당 상무는 “한화오션은 KDDX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사업자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며 “2030년대 대한민국 해군력을 이끌고, K-해양방산의 대표 모델이 될 KDDX가 해외 방산 시장을 리딩할 수 있는 최고의 구축함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병훈 기자 / andrew45@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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