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배터리 업계가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둔화) 한파로 위기를 맞고 있는 상황에서,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고 있다. AI 데이터센터 확산과 재생에너지 발전 증대로 전력망 안정화를 위한 ESS 수요가 가파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특히 북미와 유럽을 중심으로 중국산 배터리에 대한 공급망 규제를 강화하면서, 비중국 업체에 유리한 시장 환경이 조성되면서 국내 배터리 업체들이 반사효과를 보고 있다.
글로벌 ESS 시장은 중국 중심에서 북미, 유럽, 중동 등으로 확대되면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상반기 글로벌 리튬이온배터리 ESS 출하량은 461.3GWh로 지난해 같은 기간 269.7GWh 대비 71% 증가했다.
지역별로 보면, 중국이 여전히 최대 시장 지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성장세 측면에서는 글로벌 지역에서 골고루 가파르게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의 올 상반기 성장률은 49%, 북미와 유럽은 각각 83%, 74%를 기록했다. 특히 미국과 유럽 뿐만 아니라 중동과 호주 등 신흥 시장에서 대형 프로젝트가 본격화되면서 글로벌 ESS 시장이 급 팽창하고 있다.
특히 전력망용(Grid) ESS 수요가 전체의 75%를 차지하면서 성장을 이끌고 있다. AI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전력 수요가 급증한 데다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확대에 따른 전력망 안정화 수요가 맞물리면서, 전력망용 ESS 설치가 빠르게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전력망용 ESS 출하량은 지난해 상반기 대비 69% 상승한 347GWh에 달했다.

LG에너지솔루션 미시간 홀랜드 공장 전경. <사진=LG에너지솔루션>
전 세계적인 ESS 시장 확산은 국내 배터리 업계에 새로운 기회가 되고 있다. 국내 업체들은 전기차 캐즘이 장기화되면서, 기존의 EV 중심의 생산체계를 ESS 중심으로 전환하고 있고, LFP 배터리 양산도 확대하는 모습이다.
특히 북미, 유럽 지역은 중국산 배터리에 대한 규제장벽이 큰 만큼, 상대적으로 국내 업체들이 시장 수요를 받쳐줄 만한 새로운 대안으로 급부상 하고 있다.
국내 배터리 3사중 현재 가장 두드러진 성과를 내고 있는 곳은 LG에너지솔루션(이하 LG엔솔) 이다. LG엔솔은 상반기 ESS 출하량 12.0GWh를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357% 성장했다. 삼성SDI의 경우도 상반기 6.4GWh를 출하하며 물량을 크게 늘렸다.
두 회사의 ESS 성과는 북미 시장을 중심으로 살펴보면 더 두드러진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 상반기 10.3GWh를 출하해 점유율을 4.2%에서 13.6%로 확대하며 CATL과 Hithium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삼성SDI도 올 상반기 4.7GWh를 출하해 지난해 같은 기간 4GWh 대비 16% 증가했다. 북미 AI 데이터센터용으로 1.6GWh를 공급하며 신규 수요처에서 공급 기반을 확보했다. 두 회사의 북미 합산 점유율은 지난해 상반기 13.9%에서 19.7%로 상승했다.

삼성SDI ‘스타플러스에너지’ 인디애나주 공장 전경. <사진=삼성SDI>
글로벌 ESS 시장을 중국 업체들이 장악하고 있는 가운데, 올 하반기에는 K-배터리가 북미 시장을 중심으로 한 ESS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특히 SK온도 ESS 시장에 본격 합류하면서 K-배터리 진영의 ESS 시장점유율도 확대될 전망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북미 시장 공략을 위해 ESS 생산능력 확대를 역점 과제로 추진 중이다. GM과 혼다의 합작법인에서 ESS 라인 가동에 돌입한 상태다.
특히 올 연말까지 북미 내 50GWh 이상의 ESS 생산능력을 확보하기 위해 2개의 합작공장과 미시간 홀랜드 공장, 미시간 랜싱 공장, 캐나다 넥스트스타 에너지 등 3개 단독공장 등 5개 생산 거점을 빠르게 램프업(생산 안정화 및 생산량 확대) 한다는 구상이다.
삼성SDI는 다수의 장기 공급 계약을 기반으로 수주 내실을 다진다. 특히 미국의 non-PFE 공급망 요건에 맞춘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현재 확보된 수주 규모가 2029년까지 생산능력을 풀 가동해야 하는 수준으로 알려졌다.
특히 삼성SDI는 하반기 수주 가능성이 높은 프로젝트를 고려하면 생산능력이 부족할 수 있는 만큼, 추가 생산능력 확보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와 함께 하반기 중 ESS용 각형 LFP 배터리가 탑재된 ‘SBB 2.0’ 제품도 공급에 돌입한다.
SK온도 미국 현지 EV 라인 일부를 ESS 라인으로 전환하고 ESS 브랜드 ‘그리드온’을 내세워 현지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플랫아이언과의 ESS 프로젝트 외에도 북미 지역 내에서 20GWh의 수주를 목표로 사업을 추진 중이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프로젝트 수주 물량이 본격적으로 출하에 반영될 경우, 국내 업체의 출하량과 시장 점유율도 추가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박대한 기자 / dayhan@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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