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주요 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규제리스크, 신사업 전개과정에서 대규모 투자자 역할을 해 온 글로벌 사모펀드(PE)들이 최근 잇따라 투자 지분을 정리하고 엑시트에 나서고 있다. 특히 국내 주요 대기업의 재무적투자자(FI)로 대규모 자금을 투자한 사모펀드들이 기업공개(IPO)와 블록딜 등을 통해 투자금을 회수하면서, 주요 펀드별로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글로벌 대형 사모펀드 중 LG CNS와 HD현대마린솔루션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맥쿼리PE와 KKR은 각각 조 단위 투자금을 회수하며 성공 스토리를 써 내려간 데 반해, 현대차그룹 계열 이노션에 투자한 모건스탠리PE는 10년이 넘는 장기간 투자에도 불구하고 큰 손실을 감수하고 사실상 손절에 나섰다.
6일 본지와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가 조사한 결과, 맥쿼리PE는 최근 1년간 LG CNS 지분을 세 차례 블록딜을 통해 모두 처분했고, KKR도 HD현대마린솔루션 지분을 추가 매각해 보유 지분율을 5% 미만으로 낮췄다. 모건스탠리PE 역시 지난해 6월 말 15.60%였던 이노션 지분율을 올해 6월 말 현재 3.00%까지 낮추는 등 글로벌 사모펀드의 투자금 회수가 두드러졌다.
◇ 맥쿼리, LG 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제 해소 일조…LG CNS 지분 1조원에 인수, 2조원대 회수
호주계 자산운용사인 맥쿼리PE의 LG CNS에 대한 대규모 투자와 지분매각은 해외 사모펀드의 가장 대표적인 엑시트 사례로 꼽힌다.
맥쿼리PE는 국내 투자목적회사(SPC)인 ‘크리스탈코리아 유한회사’를 통해 지난 2020년 ㈜LG로부터 LG CNS 지분 35%(약 3052만 주)를 약 1조 원에 인수했다.
맥쿼리PE가 LG그룹내 알짜기업인 LG CNS 지분을 3분의 1 넘게 인수한 시점은 공교롭게도 대기업의 사익편취 규제를 강화하던 시점과 맥을 같이한다.
당시, 입법작업이 추진되던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총수일가가 상장·비상장 여부와 관계없이 지분 20% 이상을 보유한 계열사뿐만 아니라, 이 회사가 지분을 50% 초과 보유한 자회사까지 사익편취 규제 대상으로 포함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LG CNS는 그룹내 지주회사인 ㈜LG가 지분 85%를 보유하고 있었고, ㈜LG는 구광모 LG그룹 회장 일가가 상당한 지분을 보유한 지주사였던 만큼, LG CNS가 사익편취 규제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컸다. 이에 따라 ㈜LG는 LG CNS 지분율을 50% 미만으로 낮추기 위해, 보유 중이던 지분을 상당 부분 맥쿼리PE에 넘겼다. 맥쿼리PE가 결국 ㈜LG의 LG CNS 지분을 매입함으로써, 규제 리스크를 해소하는 흑기사 역할을 해 준 셈이다.
맥쿼리PE는 이처럼 LG그룹의 흑기사 역할을 하면서 바로 큰 보상을 챙겼다.
LG CNS가 2025년 2월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하면서, 맥쿼리PE는 IPO 구주매출을 통해 약 6000억 원을 회수했다. 이어 상장 후 6개월간의 의무보유확약이 종료되자, 2025년 8월, 11월, 2026년 1월 등 세 차례에 걸쳐 블록딜로 잔여 지분을 모두 처분하면서, 엑시트를 마무리했다. 이에 따라, 2025년 6월 말 21.50%에 달했던 LG CNS 지분율은 올해 6월 말 현재 0%가 됐다.
맥쿼리PE가 LG CNS 지분을 매입한 후 IPO 구주매출과 블록딜, 배당 등을 통해 회수한 금액은 총 2조 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 KKR, HD현대 신사업 육성 파트너…HD현대마린솔루션에 6500억 원 투자, 1조 이상 차익
HD현대마린솔루션은 글로벌 PE가 그룹의 신사업 육성 과정에 참여한 대표 사례다.
HD현대마린솔루션은 정기선 HD현대 회장이 미래 성장동력으로 육성한 선박 유지·보수 사업을 영위하는 핵심 계열사다. 이 회사는 2016년 11월 현대중공업 조선·엔진·전기전자 사업부의 AS 사업을 양수하는 현물출자 방식으로 설립됐다.
미국계 사모펀드인 KKR은 2021년 2월 약 6500억 원을 투자해 상장 전이었던 HD현대마린솔루션 지분 38%를 확보하며 2대 주주에 올랐다.
정기선 회장(당시 부사장)이 주도한 친환경·디지털 선박 전략이 본격화하는 과정에서, HD현대는 외부 FI를 유치했고, KKR은 성장 자금을 공급하며 사업 확대와 기업가치 제고를 뒷받침했다.
이후 HD현대마린솔루션은 2024년 5월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했고, KKR은 IPO 당시 구주매출로 약 3700억 원을 회수했다. 또한 2025년 2월 지분 4.49%(약 2950억 원), 같은 해 5월에는 지분 9.5%(약 6200억 원)를 잇따라 블록딜로 매각하며 지분율을 9.99%까지 낮췄다. 구주매출과 블록딜을 통해 회수한 금액만 1조2000억 원을 넘어서며, 투자 원금의 두 배에 가까운 자금을 회수했다.
KKR은 올해 들어서도 추가 블록딜을 통해 지분 5%를 약 4060억 원에 매각하며, 지분율을 4.99%까지 낮췄다. 이에 따라, 누적 회수금은 약 1조6900억 원으로 늘었고, 투자 원금을 제외한 단순 차익만 1조 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 모건스탠리, 정의선 보유 이노션에 2000억 투자…주가 하락, 10년 넘는 투자 끝에 결국 ‘손절’
반면 현대차그룹 사례는 해외 사모펀드가 대규모 투자에도 불구하고 큰 손실을 본 사례로 꼽힌다.
미국계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의 사모펀드 부문인 모건스탠리PE는 지난 2014년 정의선 당시 현대차 부회장(현 회장)이 보유한 이노션 지분 20%를 약 2000억 원에 인수하며 FI로 참여했다. 당시 이노션은 정의선 부회장과 정성이 고문이 각각 40%씩 총 80%, 현대차 정몽구재단이 10%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일감 몰아주기 규제 부담이 큰 상태였다.
시장에서는 정 부회장이 이노션 지분을 모건스탠리PE에 매각한 것과 관련, 일감 몰아주기 리스크에 대응하고 향후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과 경영권 승계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기 위한 행보로 평가했다.
실제 규제 부담은 이듬해 IPO 과정에서 더 낮아졌다. 2015년 IPO 과정에서 정의선 당시 부회장과 정성이 고문이 구주매출에 참여하고 신주가 발행되면서 두 사람의 지분율은 각각 2.00%, 27.99%가 됐다. 총수일가 합산 지분율이 당시 상장사 규제 기준인 30%를 바로 밑도는 29.99%로 낮아졌다.
그러나 이노션 주가는 상장 이듬해 최고가를 기록한 뒤 장기 부진에 빠졌고, 2021년부터 하락세가 가팔라졌다. 결국 모건스탠리PE는 2025년부터 장내매도와 블록딜 등을 통해 본격적으로 지분을 처분하기 시작했다.
모건스탠리PE의 지분율은 2025년 6월 말 15.60%에서 올해 6월 말 현재 3.00%까지 낮아졌다. 5% 미만 구간에서는 대량보유 공시 의무가 없어 이후 추가 매각 여부는 공개 자료만으로 확인하기 어렵다. 다만, 모건스탠리PE로서는 취득가를 크게 밑도는 금액에 지분을 처분한 데다, 인수금융 비용도 부담한 만큼, 큰 손실을 봤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윤선 기자 / yskk@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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