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CXMT.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27일 중국 상하이증권거래소 커촹반(과학기술주 전용 시장)에 화려하게 상장하며 중국 본토 시가 총액(시총) 1위 기업에 등극한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가 메모리 생산 능력을 본격 확대하고 나선다. 해당 목표가 실현되면 CXMT의 월간 생산 능력은 현재의 두배 수준으로 불어나면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K-반도체 대표기업을 추격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CXMT를 앞세워 ‘반도체 굴기’에 드라이브를 건 가운데, 글로벌 메모리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예기치 못한 경쟁자의 추격을 받게 됐다. 특히 CXMT가 중국만의 독보적 장점인 ‘저가 공세’를 앞세워 메모리 시장에 진입한다면, 삼성·SK 중심의 투톱 체제가 흔들릴 수도 있다는 불안감마저 커지는 모습이다.
로이터 통신은 4일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CXMT가 중국 베이징에 메모리 공장을 추가 건설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CXMT는 베이징 동남부 이좡 지역에 12인치 메모리 칩 공장 신설을 검토 중이다. 이를 위해 베이징경제기술개발구와 자금 조달 방안을 협의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CXMT 베이징공장의 구체적인 투자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이번 메모리 공장 건설에 100억달러(약 14조3060억원) 이상의 자금이 투입될 것으로 보고 있다.
CXMT가 생산 설비 확충에 나선 것은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함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메모리 시장 규모는 5516억달러(약789조8360억원)로 추정된다. 이는 지난해 2357억달러(약 337조4753억원) 대비 무려 134% 급증한 수치다.
트렌드포스는 “AI 열풍으로 인해 메모리 호황이 도래했다”며 “현재 고대역폭메모리(HBM),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eSSD) 등 AI 데이터센터용 고부가가치 메모리가 업황 호조를 주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반도체 생산라인. <사진=삼성전자>
CXMT는 ‘반도체 슈퍼 사이클’에 편승하기 위해 메모리 수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만약 해당 계획이 현실화하면 CXMT의 월 생산 능력은 현재의 두배 수준인 60만장으로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로이터는 소식통을 인용해 “현재 CXMT는 허페이 등에 모두 3곳의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며 “각 메모리공장의 월 생산량은 약 10만장”이라고 전했다.
다만 CXMT의 신규 공장 건설 계획은 아직 초기 단계다. 이를 두고 로이터는 “투자 규모와 자금 조달 방식은 향후 변경될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일각에서는 CXMT가 예상보다 쉽게 대규모 재원을 마련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지난말 말 기업 공개(IPO)를 통해 상하이증권거래소에 상장한 CXMT가 기업 가치를 빠르게 끌어올리고 있어서다.
앞서 지난달 27일 CXMT는 상하이증권거래소 커촹반에 상장했다.
CXMT의 공모 가격은 주당 8.66위안(약 1900원)이었다. 이에 공모 규모는 최대 666억위안(약 14조6000억원)에 달했다. 당초 CXMT가 계획했던 자금 조달 규모는 295억위안(약 6조5000억원)이었으나 실제로는 2.3배에 달하는 자금을 조달한 것이다.
이뿐만 아니다. 상장 첫 날 투자금이 대거 몰리면서 CXMT의 시총은 3조2800억위안(약 697조3608억원)을 기록했다. 이에 상장과 동시에 중국 본토 상하이증권거래소 시총 1위에 올랐다.
현재 CXMT의 시총은 더욱 불어난 상태다. 이날 오후 3시 30분 기준 CXMT의 시총은 3조6800억위안(약 782조2944억원)에 이른다. 불과 일주일 새 80조원 넘는 자금을 빨아들인 셈이다.
이렇게 확보한 재원은 중국 현지 메모리 칩 생산 시설을 확장하려는 CXMT의 든든한 밑거름이 될 공산이 크다.

SK하이닉스 청주캠퍼스. <사진=SK하이닉스>
사실상 CXMT를 중심으로 중국의 반도체 굴기가 본격화하면서, 전 세계 메모리 시장을 이끌고 있는 삼성·SK는 바짝 경계하는 모습이다. 전례를 살펴볼 때, CXMT가 메모리 저가 공세를 통해 글로벌 시장 내 입지를 빠르게 다져 나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현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글로벌 메모리 시장에서 견고한 투톱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매출액 기준 올 2분기 삼성전자의 D램 시장 점유율은 39%로 집계됐다. 이에 전 세계 1위를 수성했다. SK하이닉스는 26%로, 2위에 랭크됐다.
이로써 K-반도체의 D램 시장 점유율 합산은 무려 65%에 달했다. 전 세계에 공급된 D램 3개 중 2개는 ‘메이드 인 코리아’인 것이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범용 D램 수요 증가에 따른 메모리 가격 상승과 전 세계 HBM 시장에서의 점유율 확대에 따른 성장세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K-반도체의 시장 지배적 위상보다 CXMT의 성장세에 더 주목했다.
올 2분기 CXMT의 D램 시장 점유율은 7%로 조사됐다. 이에 25%의 시장 점유율을 거둔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마이크론)에 이어 4위에 자리했다.
특히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CXMT가 범용 D램에 대한 견조한 내수 수요와 생산 능력 확장에 힘입어 1년 새 716%라는 가장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고 평가했다.
현 추세라면 향후 CXMT가 메모리 경쟁력을 대폭 강화해 글로벌 메모리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빠르게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게 카운터포인트리서치의 분석이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CXMT의 궁극적인 목표는 메모리 시장 점유율 확대뿐만 아니라 브랜드 영향력까지 늘리는 것이다”며 “‘메모리 빅3’에 진입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은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이어 “CXMT가 PC용 D램을 시작으로 글로벌 고객사들의 내수·해외 수요를 충족할 만큼 생산 능력과 역량을 확장할 수 있다면 1년 뒤 CXMT의 시장 점유율은 지금과 크게 달라져 있을 것이다”며 “문제는 ‘어떻게’가 아니라 ‘언제’ 메모리 빅3에 진입할 수 있을지다”고 덧붙였다.
이에 업계에서는 CXMT가 글로벌 메모리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삼성·SK의 경쟁자로 급부상하는 것 아닌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삼성전자 HBM4E. <사진=삼성전자>
다만 당장 CXMT가 K-반도체의 입지를 위협할 만한 수준으로 성장하지 못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특히 HBM 분야에서 역량을 제고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CXMT는 12단을 적층한 4세대 HBM ‘HBM3’ 개발을 추진하고 있지만, 대규모 양산 능력과 수율은 아직 검증되지 않은 상태다.
이와 달리 삼성전자는 지난 2월 세계 최초로 6세대 ‘HBM4’를 양산 출하하는 데 성공하며 차세대 HBM 시장의 주도권을 거머쥐었다. 또 올 5월엔 업계 최고 성능의 7세대 ‘HBM4E’ 12단 제품 샘플을 글로벌 고객사에 세계 최초로 출하했다. 6월엔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컴퓨텍스 2026’에 마련된 삼성디스플레이 전시 부스에서 8세대 HBM ‘HBM5’ 목업(실물 모형)을 처음 공개했다.
SK하이닉스 역시 올 2분기 HBM4의 양산 출하를 시작했다. 올 상반기 샘플 공급을 마친 HBM4E에는 기술 성숙도와 양산 안정성을 갖춘 최적의 공정을 적용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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