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에서 영업 중인 생명보험사들의 종신보험 신계약 시장이 전반적으로 위축됐다. 금융당국의 무저해지·단기납 상품 해지율 가정 규제 강화와 불완전판매 억제 기조가 이어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다만 한화생명과 신한라이프 등 일부 생보사는 종신보험 신계약 규모를 오히려 확대하며 뚜렷한 실적 차별화를 보였다.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국내 생보사들의 종신보험 신계약액은 올해 1분기 기준 14조1255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분기(15조5686억원)보다 1조4431억원(9.3%) 감소한 규모다. 종신보험 신계약 건수도 지난해 1분기 55만9247건에서 올해 1분기 46만6484건으로 9만2763건(16.6%) 줄며 역성장을 기록했다.
종신보험 신계약 감소 폭이 가장 큰 곳은 NH농협생명이었다. NH농협생명의 신계약액은 지난해 1분기 3조2637억원에서 올해 1분기 1조7394억원으로 1조5243억원(46.7%) 감소했다. 같은 기간 신계약 건수도 10만6518건에서 5만2375건으로 5만4143건(50.8%) 급감했다.
감소세는 NH농협생명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신계약액 기준으로 KDB생명(-2273억원·-70.6%), 동양생명(-3153억원·-39.8%), iM라이프(-1366억원·-40.8%)도 큰 폭의 감소세를 나타냈다. 교보생명(-3507억원)과 삼성생명(-550억원) 역시 감소를 피하지 못했다.
반면 시장 위축 속에서도 신계약 규모를 키운 곳도 있었다. 한화생명은 신계약액이 2조2117억원에서 2조7935억원으로 5818억원(26.3%) 증가하며 업계 1위를 유지했다.
특히 신한라이프는 신계약 건수가 전년 동기 대비 13.2% 감소했음에도 신계약액은 1조5194억원에서 2조1553억원으로 6359억원(41.9%) 급증했다. 건당 평균 신계약액이 1051만원에서 1719만원으로 크게 늘면서 고액 계약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한 효과로 분석된다. ABL생명도 신계약액(2860억원→6231억원, 117.9%)과 신계약 건수(9614건→1만4756건, 53.5%)가 모두 큰 폭으로 증가했다.
올해 1분기 신계약액은 △한화생명 2조7935억원 △교보생명 2조3452억원 △신한라이프 2조1553억원 △NH농협생명 1조7394억원 △삼성생명 1조7076억원 순이었다. 신계약 건수는 △신한라이프 12만5380건 △한화생명 8만5531건 △교보생명 7만5411건 △NH농협생명 5만2375건 △삼성생명 3만7745건 순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회사별 희비가 엇갈린 배경에는 종신보험 시장을 둘러싼 규제 환경의 구조적 변화가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해지율 규제·불완전판매 경보 직격…"상품 혁신·자산운용 역량 갖춰야"
종신보험은 피보험자가 사망할 경우 유족에게 보험금을 지급하는 보장성 상품이다. 새 보험회계기준(IFRS17)이 2023년 도입된 이후 보험계약마진(CSM) 확보에 유리하다는 점에서 생보사들이 전략적으로 판매를 확대해 온 대표 상품이기도 하다.
종신보험 시장은 기대수명 증가에 따라 보험금을 노후 소득 재원이나 저축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수요가 늘면서 2015년 등장한 무저해지환급형 상품과 이후 출시된 단기납 상품이 성장을 이끌어 왔다.
그러나 보장성 상품인 종신보험이 본래 취지에서 벗어나 은행의 예·적금처럼 판매되는 사례가 확산되자 금융당국이 규제에 나섰다. 금융당국은 해지율 가정 조작을 통한 환급률 부풀리기 관행에 제동을 걸고 납입 완료 시점 환급률을 100% 이하로 제한하는 등 계리 기준을 지속적으로 강화했다. 이에 무저해지·단기납 상품 중심으로 성장해 온 종신보험 시장 전반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금융당국이 종신보험 불완전판매에 대해 소비자경보를 발령하고 감독을 강화한 것도 신계약 시장 위축의 배경으로 꼽힌다. 실제 원데이 클래스 행사장과 베이비페어, 웨딩박람회 등에서 종신보험을 적금보다 유리한 목돈 마련 상품인 것처럼 안내해 판매한 사례가 잇따랐다.
금융당국은 종신보험이 가입자 본인의 저축이나 노후 대비 목적에는 적합하지 않고 중도 해지 시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거듭 경고했다. 종신보험을 재테크나 저축 수단으로 인식했던 소비자 수요가 규제와 경고 조치 이후 크게 줄어든 것으로 해석된다. 결국 공급 측면의 규제와 수요 측면의 인식 변화가 동시에 나타나면서 종신보험 신계약 시장은 외형은 축소됐지만 계약의 질을 중심으로 재편되는 모습이다.
이와 관련해 보험연구원은 보험사들이 소비자의 노후 소득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다양한 상품을 개발하고 이에 걸맞은 자산운용 역량을 갖춰야 한다고 제언했다. 단기납 상품 사례는 노후보장 수요 증가에 대응하는 국내 보험산업의 공급 역량에 한계를 드러낸 만큼 상품 혁신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업계 관계자는 “해지율 규제 강화로 무저해지·단기납 종신보험 중심의 외형 경쟁은 구조적으로 어려워졌다”며 “단순 계약 건수보다 건당 신계약액을 높이고 장기 유지율을 관리하는 방향으로 영업 전략이 전환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는 종신보험 시장의 경쟁 기준이 외형 성장에서 계약의 질로 이동하면서 회사 간 격차도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CEO스코어데일리 / 백종훈 기자 / jhbaek@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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