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와 외교부는 “개정 정보통신망법은 디지털 환경 변화에 따른 사회적 폐해에 대응하고 이용자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고 밝혔다. 김종철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위원장. <출처=연합뉴스>
미국 정치권과 정부가 최근 시행된 한국의 정보통신망법(일명 ‘가짜뉴스 처벌법’) 시행과 관련해 표현의 자유 위축과 미국 기업 차별 가능성을 제기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플랫폼 규제안과 쿠팡 조사를 둘러싸고 불거진 한·미 갈등이 개별 기업을 넘어 법·제도 전반으로 확산하는 양상이다. 미국의 문제 제기가 향후 통상 보복 조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정부의 대응 셈법도 복잡해지고 있다.
짐 조던 하원 법사위원장과 스콧 피츠제럴드 행정국가·규제개혁·반독점소위원장, 대럴 아이사, 마이클 바움가트너 의원 등 미국 연방 하원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공화당 의원 4명은 지난 6일(현지시각) 김종철 방미통위 위원장 앞으로 서한을 보내, 개정법이 “온라인의 발언과 표현에 중대한 위협”이라며 “방미통위가 헌법으로 보호되는 권리를 행사한 미국 기업과 이용자들을 처벌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서한에서 “개정법은 ‘허위·조작정보’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정의하지 않아, 정치적으로 선호되지 않는 의견을 검열하는 근거로 악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특히 “메타(페이스북·인스타그램), X(트위터), 유튜브 등 미국 기업이 제공하는 플랫폼 상당수가 규제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며, “한국 정부가 새 법률을 통해 미국 기업에 콘텐츠 삭제를 요구하고 이를 따르지 않을 경우 과징금 등 제재를 부과할 수 있는 상황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피츠제럴드 의원은 별도 성명에서 “어떤 외국 정부도 미국 기업에 미국 헌법상 보호되는 표현을 검열하도록 압력을 가할 권한은 없다”며 “한국의 이른바 ‘허위정보법’은 모호하고 지나치게 광범위해 남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반발은 단발성 움직임에 그치지 않고 있다. 올해 들어 미국은 국무부와 의회, 무역대표부(USTR) 등 전방위 채널을 통해 한국의 디지털 정책을 잇달아 문제 삼고 있다.
앞서 지난 2월 미 하원 법사위는 한국 정부의 쿠팡 조사를 “미국 기업에 대한 차별적 규제”로 규정하고 자체 조사에 착수하는 한편, 관련자들의 청문회 출석을 요구했다. 이어 4월에는 공화당 연구위원회 소속 의원 54명이 주미 한국대사에게 서한을 보내 애플·구글·메타·쿠팡 등을 거론하며 차별적 규제의 철회를 촉구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도 지난 2월 무역법 301조에 따라 주요 교역국의 미국 기술기업 및 디지털 상품·서비스에 대한 차별 여부를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짐 조던 하원 법사위원장. <출처=AP 연합뉴스>
업계에서는 미국의 문제 제기가 개별 기업에 대한 조사를 넘어 한국의 디지털 정책과 법·제도 전반으로 확대된 만큼, 향후 불공정 무역 관행이 인정될 경우 관세 부과 등 실질적인 통상 보복 조치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개정 정보통신망법 논란이 한·미 통상 갈등의 새로운 불씨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한편, 한국 정부는 미국 측의 우려가 법안 취지와 내용을 오해한 데서 비롯됐다는 입장이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와 외교부는 “개정 정보통신망법은 디지털 환경 변화에 따른 사회적 폐해에 대응하고 이용자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며 “네이버·카카오 등 국내 기업은 물론 해외 기업에도 동일하게 적용되며, 특정 국가나 기업을 차별하는 요소는 없다”고 해명했다.
방미통위는 서한이 공식 접수되는 대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외교부 등 관계 부처와 협력해 법의 취지와 기대 효과를 미국 측에 적극 설명할 방침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개별 기업에 대한 조사에서 시작된 미국의 불만이 한국의 디지털 정책 체계 전반으로 번지는 형국”이라며 “한·미 통상 현안으로 격화하지 않도록 정책 도입 취지를 미 의회와 행정부에 명확히 전달하고, 실제 집행 과정에서도 불필요한 마찰을 줄이는 세심한 외교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진채연 기자 / cyeon1019@ceoscore.co.kr]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