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증권사들이 역대 최대 실적을 거둔 가운데 국고채 입찰 담합 의혹이 대형 변수로 떠올랐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과징금 산정의 기준이 되는 관련 매출액을 76조원 규모로 산정하면서 최종 제재 수준에 따라 증권사들의 실적과 자본 부담도 달라질 전망이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교보‧대신‧메리츠‧미래에셋‧삼성‧신한투자‧NH투자‧KB‧키움‧한국투자증권 등 증권사 10곳과 은행 5곳의 국고채 담합 의혹을 심의할 예정이다. 공정위는 지난해 3월 해당 금융회사에 심사보고서를 발송했다. 심사관 측은 금융회사들이 국고채 입찰 과정에서 투찰금리 정보를 사전에 공유했다고 판단했다.
공정위는 금융회사들의 국고채 낙찰액 76조2346억원을 관련 매출액으로 산정했다. 과징금 공시상 ‘매우 중대한 위반행위’에 해당하는 10.5~15%의 부과기준율을 단순 적용하면 산정액은 8조46억원에서 11조4352억원에 이른다.
다만 이는 부과기준율을 단순 적용한 수치다. 실제 과징금은 법 위반 여부와 회사별 관련 매출액, 위반 정도, 가중‧감경 사유 등을 심의한 뒤 정해진다.
금융권은 국고채 낙찰액과 증권사가 국고채 업무에서 얻는 실제 수익은 성격이 다르다고 주장한다. 국고채 전문딜러(PD)는 국고채를 인수한 뒤 유통시장에 공급하기 때문에 낙찰액 전체를 증권사의 영업수익과 동일하게 볼 수 없다는 주장이다.
공정위는 지난달 29일 국고채 입찰 담합 사건의 과징금 부과 기준을 낙찰금액에서 영업수익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에 대해 “검토한 바 없다”며 선을 그었다. 이에 따라 최종 심의에서는 낙찰액 가운데 과징금 산정 대상에 포함되는 범위를 놓고 금융회사와 공정위 간의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과징금이 최종 확정될 경우 증권사별 재무 부담에도 차이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전체 관련매출액 가운데 증권사가 차지하는 비중과 과징금 감경 여부가 다르기 때문이다. 같은 규모의 과징금을 부과 받더라도 순이익과 자기자본 규모에 따라 충격도 달라진다.
올해 상반기 증권사들은 증시 거래 활성화에 힘입어 호실적을 거뒀다. 올해 상반기 NH투자증권의 당기순이익은 9652억원, KB증권은 7963억원으로 반기 기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신한투자증권도 5777억원의 순이익을 거두며 전년 동기보다 큰 폭으로 늘어났다. 한국투자증권과 키움증권은 상반기에만 당기순이익 1조원을 넘었다.
그러나 과징금 규모가 커지면 상황이 달라진다. 또한 동일한 규모의 과징금이 발생하더라도 상반기 순이익 규모에 따라 받는 손익 충격은 다르다. 자기자본 규모까지 고려하면 증권사별 부담 순위가 다시 달라질 수 있다.
자진신고(리니언시)도 변수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삼성증권, 신한투자증권이 자진 신고자 감면 제도인 자진신고를 신청한 회사로 거론된다. 실제 교보증권과 메리츠증권,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 키움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7곳이 5월 공동 대응을 논의할 당시 이들 3개사는 회의에서 빠졌다.
자진신고 적용 여부에 따라 회사별 과징금 격차가 크게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 일반적으로 담합 사건에서 첫 번째 자진 신고자는 과징금 전액을, 두 번째 신고자는 50%를 감경 받을 수 있다. 따라서 국고채 낙찰 규모가 상대적으로 크더라도 자진신고가 인정되면 실제 부담이 줄어들 수 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에서 제재 범위가 얼마나 될지가 과징금 규모만큼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관련 매출액 가운데 어느 범위까지 인정할지, 회사별 가중‧감경 사유를 어떻게 적용할지에 따라 증권사별 부담이 결정된다. 자진신고 인정 여부 역시 결과를 가를 요인이다.
공공정위 전원회의는 이달 19~20일 개최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다만 공정위는 지난달 22일 기준 공식 일정은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은 “국고채 담합 등 주요 사건의 심의를 3분기 중 마무리한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팽정은 기자 / paeng@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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