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리다임도 美 나스닥 상장 하나”…SK하이닉스, ‘중복 상장’ 논란 속 최종 선택은

SK하이닉스, 솔리다임 상장설 관련 해명 공시
“현재까지 확정된 사항 없다”…논란에 선 그어
전문가 채용·프리 IPO 추진 등 상장설 관심 증폭
중복 상장 논란 속, SK하이닉스 가치 희석 우려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 <사진=SK하이닉스>

SK하이닉스의 낸드플래시 자회사 솔리다임이 미국 나스닥 시장 상장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소식에 투자자들의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SK하이닉스가 지난달 10일 나스닥 시장에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상장한지 불과 한달여 만에 자회사 상장 추진설이 제기되면서, 이른바 ‘중복 상장’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솔리다임이 상장할 경우, SK하이닉스는 낸드 사업의 가치를 그만큼 인정 받을 수 없게 되고,  주주들의 투자 가치는 희석될 수밖에 없다.

SK하이닉스는 즉각 솔리다임의 미 나스닥 상장설에 대해 “확정된 바 없다”며 선을 그었지만, 시장의 의혹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솔리다임의 미 나스닥 상장설과 관련해 11일 ‘풍문 또는 보도에 대한 해명’ 공시를 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SK하이닉스의 해외 종속회사인 솔리다임은 경쟁력 강화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현재까지 확정된 사항은 없다”고 밝혔다. 이어 “추후 구체적인 내용이 확정되는 시점 또는 1개월 이내에 관련 내용을 재공시 하겠다”고 덧붙였다.

미국 솔리다임 본사. <사진=솔리다임>

SK하이닉스가 해명 공시를 발빠르게 내놓은 것은 솔리다임 상장설로 인한 시장의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함이다. 앞서 이달 초 시장에서는 SK하이닉스가 자회사인 솔리다임의 미 나스닥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특히 솔리다임이 미국 현지에서 외부보고담당 이사를 채용 중이라는 사실이 전해지면서 상장설에 신빙성을 더했다. 해당 직책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제출 보고서와 증권신고서 등을 작성·검토·제출하는 업무를 담당한다.

이뿐만 아니다. 솔리다임이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고 있다는 얘기도 파장이 컸다. 솔리다임이 미 나스닥 상장을 위해 5조~10조원 규모의 프리 IPO를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프리 IPO는 기업이 증시에 상장하기 전에 외부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이다.

이같은 소식이 잇따라 전해지면서 SK하이닉스를 향한 투자 심리가 싸늘하게 굳어버렸다. 지난달 31일 171만8000원이었던 SK하이닉스 주가는 솔리다임 상장설이 나온 이후 점차 내리기 시작했고, 이날 142만5000원까지 후퇴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가운데)을 비롯한 SK그룹 주요 경영진이 7월 10일 미국 뉴욕 나스닥 마켓사이트에서 열린 ‘오프닝 벨’ 행사에서 ADR 거래 개시를 축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솔리다임의 미 나스닥 상장과 관련해 시장이 우려하는 것은 중복 상장에 따른 기업 가치 훼손이다.

지난달 10일 SK하이닉스는 미국 나스닥 시장에 ADR 상장했다, 상장 첫 날 주가는 공모가인 149달러보다 13.08% 급등한 168.49달러까지 치솟기도 했다.

이에 SK하이닉스의 시가 총액(시총)은 약 1조2000억달러로, 단숨에 미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인 마이크론테크놀로지(마이크론)를 앞질렀다.

주요 외신들은 SK하이닉스의 ADR 상장 첫 날을 ‘화려한 데뷔’, ‘역사적인 데뷔’ 등의 수식어를 써 가며 큰 의미를 부여했다. 특히 AI 투자에 대한 의구심이 고조되던 시점에 SK하이닉스가 다시 AI 투자에 불씨를 당겼다고 평가했다.

SK하이닉스는 미 나스닥 상장을 통해 확보한 자금을 차세대 AI 메모리 역량을 제고하는 데 쏟아 붓기로 했다. 실제로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SK하이닉스의 ADR 상장을 계기로, 전 세계적으로 급증하는 메모리 반도체 수요에 대비하기 위해 미국에 수백억달러 규모의 대규모 투자도 계획하고 있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그러나 SK하이닉스의 미 나스닥 상장 이후 불과 한달여 만에 솔리다임 상장설이 확산하면서, SK하이닉스 ADR의 매력이 크게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만약 솔리다임이 미 나스닥 시장에 상장한다면 SK하이닉스 주가에는 낸드 사업의 가치가 반영되기 어렵다. 이는 SK하이닉스 ADR에 투자한 주주들의 가치를 희석시키는 효과를 가져 온다. 결국 투자자들의 반발을 피하기 어려워지는 셈이다.

중복 상장 논란으로 인해 SK하이닉스는 해명 공시를 내놓으며 ‘시장 진정시키기’에 나섰다. 그러나 한껏 높아진 관심은 좀처럼 안정되지 않는 모습이다.

SK하이닉스 청주캠퍼스. <사진=SK하이닉스>

이런 와중에, 솔리다임의 미 나스닥 상장을 인수합병(M&A) 투자금 회수 및 SK하이닉스의 후속 투자 재원 마련을 위한 도구로 봐야 한다는 분석이 나와 눈길을 끈다.

미래에셋증권은 이날 보고서를 통해 솔리다임의 미국 나스닥 시장 상장에 대한 분석을 내놨다. 김영건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솔리다임의 프리 기업공개 및 미 나스닥 상장 가능성이 나왔지만 SK하이닉스는 이에 대해 미확정이라고 공시했다”며 “일각에선 자회사 중복 상장 케이스로 인식하기도 하지만, 이번 이슈는 M&A 투자금 회수 및 후속 투자 재원 확충의 성격으로 접근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SK하이닉스는 지난 1월 28일 솔리다임의 모회사인 SK하이닉스낸드프로덕트솔루션즈(SK hynix NAND Product Solutions)에 대해 최대 100억달러 규모의 출자를 약정했다”며 “그룹 지주사인 SK를 비롯해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도 출자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SK하이닉스는 ADR 발행 등 본업뿐 아니라 자본 시장 전략에서도 입지전적인 성과를 구축해 온 만큼, 글로벌 수준의 주주 환원 정책까지 더해진다면 기업 위상이 한층 강화될 것이다”고 밝혔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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