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당실탄’ 손보 이익잉여금 60조 눈앞…삼성화재 13.7조 ‘독주’

손보사 이익잉여금 60조 육박…1년 새 4.3조↑
삼성 선두 이어 KB손보·메리츠화재 15%대 급증
하나·카카오페이·신한EZ손보는 결손금 확대

국내에서 영업 중인 손해보험사들이 쌓아둔 이익잉여금이 60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익잉여금은 회사가 영업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이익 가운데 배당 등으로 외부에 지급하지 않고 내부에 축적한 금액이다. 회사의 재무적 체력을 보여주는 핵심 지표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이익잉여금은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우선 주주에게 지급할 배당의 재원이 된다는 점에서 ‘배당 실탄’ 역할을 한다. 동시에 대규모 보험금 지급이나 금리 변동 등 외부 충격이 발생했을 때 손실을 흡수하는 완충 역할을 하며,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투자와 자본 확충의 기반으로도 활용된다.

삼성화재 독주 속 대형사 약진…중소·디지털 손보사는 ‘고전’

24일 손해보험협회 공시에 따르면 국내 주요 손보사 17곳의 이익잉여금 합계는 2026년 1분기 기준 59조5796억원이다. 이는 2025년 1분기 55조2626억원보다 4조3169억원(7.8%) 증가한 규모다.

손보사별로는 업계 맏형인 삼성화재의 이익잉여금이 2026년 1분기 13조7197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2025년 1분기 13조2333억원보다 4864억원(3.6%) 늘어난 규모다. 이어 DB손보(10조9429억원), 현대해상(8조2450억원), KB손보(7조1729억원), 메리츠화재(6조2474억원) 순으로 이익잉여금 규모가 컸다.

일부 대형 및 중형사의 약진도 두드러졌다. 같은 기간 KB손보는 이익잉여금을 6조1786억원에서 7조1729억원으로 9943억원(16.0%) 늘리며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다. 메리츠화재 역시 5조4132억원에서 6조2474억원으로 8341억원(15.4%)을 추가로 쌓으며 이익잉여금 6조원대를 넘어섰다. 한화손보와 AIG손보도 각각 10.9%, 12.4%의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하며 이익잉여금 규모를 키웠다.

반면 이익잉여금이 마이너스인 결손금 상태의 손보사들은 적자 폭이 더욱 커지며 고전하는 모습이다. 하나손보는 결손금 규모가 2025년 1분기 -1736억원에서 2026년 1분기 -2195억원으로 26.4% 확대됐다. 카카오페이손보 역시 -1314억원에서 -1804억원으로 결손금 규모가 37.2% 늘었다.

신한EZ손보는 -415억원에서 -789억원으로 결손금이 89.9% 급증했다. 흑자 상태인 AXA손보 역시 이익잉여금이 933억원에서 558억원으로 1년 새 40.1% 감소해 재무구조 개선이 과제로 남았다.

실적 개선에 잉여금 쑥쑥…‘기본자본 킥스’ 대비·주주환원 균형 과제

업계에서는 손보사들의 이익잉여금이 1년 새 4조원 이상 증가한 배경으로 새 보험회계 기준인 IFRS17 도입 이후 이어진 실적 개선을 꼽는다.

IFRS17에서는 장기 보장성보험 판매를 통해 확보한 보험계약마진(CSM)이 보험기간에 걸쳐 수익으로 인식된다. 손보사들이 수익성이 높은 장기 인보험 중심으로 영업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면서 당기순이익이 크게 늘어난 것도 이익잉여금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손보사들이 이처럼 벌어들인 수익을 배당으로 모두 지급하기보다 내부에 쌓아두는 배경에는 금융당국이 새롭게 도입한 기본자본 건전성 제도도 자리하고 있다.

보험부채를 시가로 평가하는 IFRS17과 이를 기반으로 한 신지급여력제도(K-ICS·킥스)가 도입된 이후 보험사들은 킥스비율을 높이기 위해 후순위채 등 보완자본에 상당 부분 의존해 왔다. 하지만 보완자본은 이자비용이 발생하고 손실흡수 능력에도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이에 금융위원회는 기본자본 킥스비율(기본자본/요구자본)을 도입하고 기준을 50%로 설정했다. 해당 제도는 2027년 1월 1일부터 시행되며 제도 안착을 위해 2035년 말까지 9년간 경과조치가 적용된다.

기본자본비율이 50%에 미달할 경우 경영개선권고(0~50%) 또는 경영개선요구(0% 미만) 등 적기시정조치가 부과될 수 있다. 기본자본은 자본금과 이익잉여금 등 위기 상황에서 외부 지원 없이 손실을 흡수할 수 있는 자본으로 구성된다.

여기에 최근 주식시장의 화두인 ‘주주환원 확대’ 기조 역시 이익잉여금의 향방에 영향을 미칠 변수로 꼽힌다. 주주들의 배당 확대 요구가 커지는 상황에서 손보사들은 축적한 이익잉여금을 활용해 주주환원을 확대하는 동시에 강화된 자본건전성 규제에도 대응해야 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손보사별로 이익잉여금 규모와 증가 폭이 뚜렷한 차이를 보이는 것은 수익성 중심의 영업 성과가 누적된 결과”라며 “앞으로 다가올 기본자본 킥스 규제 환경 속에서 이익잉여금은 비율 유지와 위기 대응, 그리고 주주가치 제고를 뒷받침할 가장 질 좋고 핵심적인 기초 자산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백종훈 기자 / jhbaek@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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