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조선 빅3가 미국 시장을 놓고 서로 다른 전략을 짜고 있다. 한화오션은 현지 조선소 인수로 미 함정 건조 시장에 직접 진입하는 방식을, HD현대중공업은 미국 조선사와의 기술 협력을, 삼성중공업은 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생산설비(FLNG)를 각각 택했다. 한미 조선 협력 프로젝트인 마스가(MASGA)라는 같은 과제를 앞에 두고 세 회사의 접근법이 뚜렷하게 나뉜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미국 자회사인 한화디펜스USA는 지난 10일(현지시간) 호주 조선·방산업체 오스탈의 미국 법인인 오스탈USA를 인수하겠다는 제안을 냈다. 한화디펜스USA가 제시한 기업가치는 10억5000만~12억 달러(약 1조5000억~1조7000억원)다. 예비적·비구속적 제안 단계로, 오스탈 이사회는 한화에 4주간의 실사 기간을 부여했다. 인수가 성사되려면 미국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와 국방방첩안보국(DCSA)의 승인을 거쳐야 한다.
한화가 오스탈USA를 겨냥한 이유는 규제 우회에 있다. 미국은 존스법과 번스-톨리프슨법에 따라 해군 함정과 지원 선박의 해외 건조를 금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외국 조선사가 미 함정 시장에 직접 진입하기는 어렵다. 오스탈USA는 미 해군에 함정 34척을 인도한 4대 핵심 군함 건조사로, 연안전투함(LCS)과 신속기동수송함(EPF)을 건조해 왔고, 핵추진 잠수함 모듈 제작에도 참여했다. 법 개정을 기다리는 대신 미 함정 건조 경험이 있는 회사를 사들이는 방법을 선택한 것이다.
한화는 2024년 필라델피아 필리조선소를 약 1억 달러에 인수했고, 지난해 말 오스탈 지분 19.9%를 확보해 최대주주에 올랐으나 경영권은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이번 제안이 성사되면 미 동부의 필리조선소와 남부 앨라배마주 모빌의 오스탈USA를 잇는 생산 거점을 갖추게 된다. 필리조선소는 앞서 미국 미사일방어청(MDA)이 발주한 미사일 시험 계측선 2척의 건조 사업자로 선정됐다. 외신에 따르면 사업 규모는 20억 달러(약 3조원)로 추산된다.
HD현대중공업은 기술 협력을 택했다. HD현대는 지난 5일 미국 최대 방산 조선사 헌팅턴 잉걸스(HII) 산하 잉걸스 조선소에서 생산성 향상 시범사업에 착수했다. 자체 개발한 지능형 용접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이 첫 단계다. 이 시스템은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삼호 등 계열 조선소에서 운영하며 검증한 설비로, 작업 대상과 조건을 자동 인식해 용접 위치를 실시간 보정한다. 지난해 미국 워싱턴 해양항공우주 전시회(SAS 2025)에서 체결한 협력 양해각서(MOU)의 후속 사업이다.
HD현대는 또 지난 7월 지멘스와 차세대 마린 플랫폼 도입 본계약을 맺었고, 프레이저 인더스트리와 조선소 현대화 협력 MOU를 체결했다. 현지 조선사 인수보다는 기술과 설비를 이식하고, 공동 사업 분야를 넓히는 전략이다.

HD현대삼호에서 건조해 2024년 인도한 17만4000㎥급 LNG 운반선의 시운전 모습.<사진제공=HD한국조선해양>
삼성중공업은 함정보다 FLNG를 앞세워 마스가에 참여하고 있다. 한화오션·HD현대중공업이 미 해군 함정을 겨냥하는 것과 달리, 삼성중공업은 상선과 해양플랜트에 집중하며 함정 사업에는 진출하지 않았다.
삼성중공업은 세계에 발주된 신조 FLNG 11기 가운데 7기를 수주해 시장 점유율 64%로 1위를 지키고 있다. 지난 6월에는 미국 델핀 미드스트림이 루이지애나 해상에서 추진하는 프로젝트의 FLNG 1기를 4조3301억원에 수주했다.
미 해군 함정 유지·보수·정비(MRO) 시장에서도 이 구도는 마찬가지다. 올해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은 각각 2건씩 총 4건의 MRO 사업을 수주하며 지난해 연간 실적을 넘어섰다. 삼성중공업은 이 시장에 뛰어들지 않았다.
이들 3사의 미국 전략은 사업 기반의 차이에서 비롯됐다. 올해 2분기 HD현대중공업은 매출 6조3322억원, 영업이익 1조399억원, 영업이익률 16.4%를 기록했다. 한화오션은 매출 5조4432억원, 영업이익 7361억원, 영업이익률 13.5%였고, 삼성중공업은 매출 3조2307억원, 영업이익 3250억원, 영업이익률 10.1%였다. 3사 합산 매출은 17조6009억원, 영업이익은 2조7062억원이다.
미래 일감을 보여주는 수주잔고는 지난 6월 말 기준 HD현대중공업의 모회사인 HD한국조선해양이 761억 달러로 가장 많고, 삼성중공업 355억 달러, 한화오션 337억 달러 순이다. 다만 HD한국조선해양의 수주잔고는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삼호 등을 아우르는 계열사 합산 기준으로, 단일 회사인 삼성중공업·한화오션과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 자본력과 수주 기반이 두터운 HD현대 계열사는 지분 투자 없이 기술을 이식하는 방법을 택했고, 한화는 대규모 인수로 미 함정 시장 진입을 노리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한화의 오스탈USA 인수는 아직 초기 단계로, 실사 등 여러 절차들이 남아 있다”며 “조선 3사의 미국 전략이 실제 수주와 실적으로 이어질지는 하반기 이후 판가름 날 전망”이라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병훈 기자 / andrew45@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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