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重 임단협 쟁점은 ‘30%’ 아닌 ‘이익 연동’…파업 찬반투표 시작

노조, 기본급 14만9600원 인상 등 요구
성과급 재원 5836억…상반기 급여의 70% 넘어
조선 3사 중 지급 근거 제도화는 삼성重뿐

HD현대중공업 노동조합이 올해 임금·단체협약 교섭에서 ‘영업이익 최소 30% 성과 공유’를 제시했다. 조선업계에서 처음 제기된 요구로, 임금 인상률을 다투는 사안이 아니라 성과급 산정 기준을 회사 실적에 직접 연동하자는 내용이다. 단체협약에 명문화될 경우 업황 하강기에도 효력이 유지되는 조항인 만큼 경쟁 조선사들도 이번 교섭을 주시하고 있다.

◇2~3년 시차 두고 반영되는 이익

25일 업계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 노조는 이날 오전 6시 30분부터 사내 투표소에서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시작했다. 같은 날 16차 본교섭도 진행했다. 지난 6월 2일 상견례 이후 15차례 교섭이 이어졌으나, 성과급 산정 방식을 둘러싼 이견이 좁혀지지 않았다.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중공업지부가 사측에 전달한 올해 요구안은 월 기본급 14만9600원 인상, 상여금 100% 인상, 영업이익 최소 30% 성과 공유 등이다. 기본급 인상 요구액에 호봉승급분은 포함되지 않는다. 휴가비와 각종 축하금의 통상임금 산입, 신규 인력 채용 확대, 안전 대책도 요구안에 담겼다. 기본급 인상 요구액 14만9600원은 금속노조가 올해 전 사업장에 공통으로 제시한 금액이다.

기본급 인상과 통상임금 산입은 한번 반영되면 되돌리기 어려운 고정비다. 영업이익 연동 성과급은 실적에 따라 변동하는 비용이다. 교섭이 멈춘 지점은 변동비 항목인 성과 공유 부분이다.

문제는 성과가 발생한 시점이다. 조선업은 선박 수주 시점과 매출·이익 인식 시점 사이에 통상 2~3년의 시차가 있다. 현재의 이익은 과거 고선가 계약이 공정률에 따라 순차 반영된 결과다. HD현대중공업이 상반기 실적 호조 요인으로 제시한 것도 매출 증가와 생산성 향상에 따른 고선가 선박의 매출 비중 확대였다. 고선가 선박 물량이 소진되면 이익은 감소하지만, 단협에 명문화된 계산 방식은 그대로 남는다.

HD현대중공업이 지난 14일 공시한 반기보고서를 보면 올 상반기 연결기준 매출은 12조2485억원, 영업이익은 1조9453억원이다. 지난해 상반기보다 매출은 53.7%, 영업이익은 114.9% 증가했다. 영업이익률은 15.9%를 기록했다. 분기별로는 1분기 9054억원, 2분기 1조399억원으로 2분기에 처음 분기 영업이익 1조원을 넘어섰다. 상선과 함정을 포함한 조선 부문이 매출 9조6298억원, 영업이익 1조5638억원의 실적을 올렸다.

상반기 영업이익에 노조 요구안을 단순 적용하면 성과 공유 재원은 5836억원이다.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 2조375억원을 기준으로 하면 6113억원 수준이다. 반기보고서에 기재된 상반기 직원 급여 총액은 7924억원으로, 이 금액의 70%를 웃도는 규모를 성과급으로 배분하라는 것이 노조의 요구다.

수주잔고는 노조 요구의 배경이다. HD현대중공업의 지난 6월 말 기준 수주잔고는 69조5142억원이며, 이 가운데 조선 부문이 55조5739억원이다. 상반기 매출을 기준으로 3년 가까운 일감이다.

HD현대중공업 야드 전경.<사진제공=HD현대중공업>
HD현대중공업 야드 전경.<사진제공=HD현대중공업>

◇조선 3사, 성과급 산정 기준 제각각

한화오션은 올해 초 원청 직원에게 기본급의 400% 수준을 지급했다. 원·하청 동일 비율 지급을 표방했으나,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는 근속과 국적에 따라 차등 지급이 이뤄졌다고 주장했고, 회사 측은 동일한 지급률을 적용했다고 반박했다.

삼성중공업은 2014년 이후 12년 만에 초과이익성과급(OPI)을 지급했다. 산정 기준은 기본급과 고정수당을 합한 상여 기초액의 208%다. 삼성그룹의 OPI는 세후영업이익에서 법인세와 자본비용을 차감한 경제적부가가치(EVA)를 근거로 지급 여부를 판단하는 제도다. 사내 협력사 직원에게도 지급했으며 근속 5년 이상은 208%, 3년 이상은 80%, 2년 이상은 70%로 차등 적용했다.

HD현대중공업은 사내 협력사에 원청과 동일한 비율을 적용하지 않는 대신 명절 귀향비 50만원을 포함해 1인당 최대 1200만원을 지급했다. 회사는 총 지급 규모가 2000억원 이상이라고 밝혔다. 반기보고서상 지난 6월 말 기준 소속 외 근로자는 2만6371명으로, 직원 1만8282명보다 8000명 이상 많다. 적용 기준을 어디까지 확대하느냐에 따라 대상 인원이 크게 달라진다.

이들 조선 3사 중 성과급 지급 근거가 제도로 정해져 있는 곳은 삼성중공업뿐이다. 이 또한 그룹 사규 사항으로 단협에는 들어 있지 않다. HD현대중공업 노조의 요구는 이 결정 구조를 단협으로 옮기고, 기준 지표를 영업이익으로 단순화하자는 것이다.

성과급 산정 방식을 둘러싼 분쟁은 반도체 업계에서 먼저 벌어졌다. 삼성전자 노사는 지난해 12월 상견례 이후 교섭 결렬과 중앙노동위원회 조정 중지를 거쳐 고용노동부 장관 중재 끝에 5월 임금협약을 타결했다. 산정 방식 하나로 반년 가까이 대치한 것이다.

노조가 안전 대책을 요구한 것은 반복된 인명 사고 때문이다. 지난 4월 9일 울산조선소에서 잠수함 창정비 중 발생한 화재로 협력업체 노동자가 숨졌고, 7월 18일 울산조선소 곤돌라 끼임 사고와 24일 군산 판넬공장 사고로 각각 1명이 사망했다. 회사는 7월 29일부터 사흘간 전 사업장 안전 셧다운을 실시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18일부터 울산·군산조선소와 본사 등을 대상으로 감독에 착수했다.

HD현대중공업 노조의 쟁의행위 찬반투표는 오는 27일 오후 1시 30분 마감된다. 재적 조합원 과반이 찬성하면 노조는 합법적 쟁의권을 확보하게 된다. 앞서 중노위는 지난 24일 2차 조정회의에서 노사 입장 차가 커 조정안 제시가 어렵다고 판단해 조정 중지를 결정했다.

쟁의권 확보가 곧바로 파업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관건은 사측 제시안이다. 노조는 회사가 구체적 안을 내놓지 않아 교섭이 진전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노사는 앞선 상견례에서 매주 두 차례 교섭하기로 합의했으며, 중노위 조정 중지 이후에도 교섭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병훈 기자 / andrew45@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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