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CEO스코어데일리>
지지부진하던 디지털자산기본법의 윤곽이 드러나기 시작하면서 가상자산 거래소 대주주 규제가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대주주 규제안으로는 지분 제한안과 절충안인 의결권 제한 방식이 거론되고 있다. 지분 상한제가 도입되면 대주주는 초과 지분을 매각하거나 외부 투자자를 유치해 소유 구조를 재편해야 할 수 있다. 반면 의결권 제한 방식은 지분 매각 부담을 줄이는 대신 대주주의 이사회 구성과 주요 의사결정에 대한 영향력을 제한할 수 있다.
31일 가상자산업계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원회(위원장 유동수 의원)는 금융위원회가 디지털자산법 정부안을 제출하면 이를 토대로 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금융위는 이르면 다음달 초 정부안을 제시하고, 국회가 이를 반영해 연내 법안 처리를 추진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대주주 규제에서는 두 가지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하나는 대주주가 보유할 수 있는 거래소 지분을 원칙적으로 20%로 제한하는 방식이다. 사업모델의 혁신 등 일정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 최대 34%까지 허용하고, 이를 넘어선 지분에는 의결권을 제한한 뒤 일정 기간 내 정리하지 않으면 처분을 명령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현재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가운데 지분율이 가장 높은 곳은 디지털엑스와 빗썸이다. 미래에셋컨설팅은 디지털엑스 지분 97.15%를 보유하고 있다. 빗썸 운영사의 최대주주인 빗썸홀딩스도 지분 73.56%를 보유하고 있다. 두 거래소 모두 지분 상한제가 시행되면 대규모 지분 매각이나 외부 투자자 유치가 필요할 수 있다.
코인원은 상대적으로 분산된 지분구조를 갖추고 있다. 차명훈 대표가 30.36%로 최대주주이며, 컴투스홀딩스 24.54%, 한국투자증권과 OKX벤처스가 각각 20%를 보유하고 있다. 34% 상한이 적용되면 주요 주주 모두 기준을 충족하지만, 20%를 일률적으로 적용할 경우 차 대표와 컴투스홀딩스의 지분 조정이 필요하다.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도 20%와 34% 중 어느 기준이 적용되느냐에 따라 영향이 달라진다. 송치형 두나무 회장의 지분율은 25%대로 알려져 있어 20% 상한에서는 조정이 필요하지만, 34%까지 허용되면 현 지분을 유지할 수 있다.
네이버파이낸셜이 두나무를 100% 자회사로 편입하는 주식교환도 변수다. 향후 법안이 거래소를 보유한 법인의 지분과 특수관계인 지분까지 규제할 경우 네이버파이낸셜과 두나무의 결합 구조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대주주 제한 사안에 대해 한 가상자산업계 관계자는 “업계에서는 가상자산 사업자에 대한 대주주 적격성 심사 체계를 마련할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대주주 지분율을 일률적으로 제한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다”며 “가상자산 거래소는 개인 창업자를 중심으로 성장해 온 만큼 설립 배경과 주주 구조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특히 지분구조에 일률적인 지분율 제한을 적용할 경우 기존 주주의 권리와 경영 안정성 등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산업의 특성과 기존 사업자의 지배구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제도를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주주가 기존 지분을 유지하되 실제 행사할 수 있는 의결권을 제한하는 방식도 논의되고 있다. 국회에서는 지분 자체를 강제로 낮추는 대신 의결권을 20%, 예외가 인정되는 경우 34% 수준으로 제한하는 방안이 대안으로 거론된 것이다.
의결권 제한안은 기존 대주주에게 지분 매각을 강제할 경우 재산권과 기업활동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논란을 고려한 절충안으로 풀이된다. 다만 대주주의 지분이 높더라도 의결권을 제한하면 실질적인 경영 지배력은 약화될 수 있다.
결국 지분 상한제가 채택되면 디지털엑스와 빗썸을 중심으로 소유 구조 재편이 불가피할 수 있고, 의결권 제한이 도입되면 지분 매각 부담이 줄어드는 대신 대주주의 경영권이 제한될 가능성이 크다. 구체적인 적용 기준과 기존·신규 사업자 구분, 경과조치, 특수관계인 지분 합산 여부가 향후 거래소 지배구조를 좌우할 전망이다.
또 다른 가상자산업계 관계자는 “대주주 지분 관련 제도는 현재 입법 논의가 진행 중인 사안인 만큼 구체적인 법 제정 내용과 유예기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팽정은 기자 / paeng@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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