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와 함께 중국 반도체 굴기를 주도하고 있는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가 글로벌 낸드플래시 1위에 오르겠다는 포부를 내비쳤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에 이어 현재 세계 3위를 달리고 있는 YMTC가 ‘깜짝 선언’을 발표한 것인데, 현재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K-반도체로서는 중국의 거센 추격을 따돌려야 하는 상황이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중국 YMTC의 내년도 낸드 웨이퍼 생산량이 249만6000장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올해 201만장 대비 24.2%(48만6000장) 증가한 수치다.
YMTC의 낸드 생산량이 큰 폭으로 확대되는 것은 내년부터 본격 가동을 시작하는 우한3공장 덕분이다. 올해 우한3공장의 생산량은 9만장 수준에 그친다. 그러나 연내 초기 가동에 들어가 내년부터 양산을 본격화하면 낸드 웨이퍼 생산량은 57만5000장 수준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그동안 낸드는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방대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빠르게 처리하는 D램에 밀려 AI 특수를 누리지 못했다. 휘발성 메모리인 D램과 달리 비휘발성 메모리인 낸드는 데이터 저장장치에 주로 사용된다. 단순히 데이터를 저장하는 낸드는 AI 서비스를 구현하는 데 큰 역할을 하지 못할 것으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주요 빅테크의 AI 서버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낸드에 대한 관심도 폭발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AI 추론 단계에서 알고리즘을 빠르게 동작하기 위해선 거대언어모델(LLM) 학습에 필요한 대규모 데이터를 보관할 공간이 요구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지난해 710억달러(약 97조5753억원)였던 전 세계 낸드 시장 규모가 올해 3000억달러(약 412조2900억원)를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2030년에는 무려 4900억달러(약 673조5540억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 봤다.
YMTC가 낸드 생산량 확대에 매진하고 있는 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낸드 부문에서 제자리걸음을 이어 나갈 전망이다.
옴디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낸드 웨이퍼 생산량은 올해 477만장에서 내년 484만5000장으로, 7만5000장 증가하는 데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같은 기간 SK하이닉스 역시 279만장에서 286만5000장으로, 불과 7만5000장 늘어날 전망이다.
YMTC와 비교하면 삼성·SK의 낸드 생산량 증가 폭은 7분의 1밖에 되지 않는 셈이다.
물론 K-반도체의 낸드 생산 능력은 아직 YMTC를 크게 앞서고 있다. 하지만 현 속도대로 라면 YMTC는 머지않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턱 밑까지 추격해 올 공산이 크다.
YMTC의 약진은 이미 글로벌 시장에 엄청난 지각 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출하량 기준 YMTC의 올 2분기 전 세계 낸드 시장 점유율이 14%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YMTC는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마이크론)를 제치고 3위에 올랐다.
‘메모리 빅3’로 일컬어지던 마이크론을 앞지른 YMTC는 이제 ‘낸드 투톱’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도전장을 내민 상황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26일 “YMTC가 내년 말까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뛰어 넘어 세계 1위 낸드 업체로 올라서겠다는 목표를 내놨다”고 보도했다.
이같은 발언은 최근 YMTC의 기업 공개(IPO) 준비 과정에서 나왔다. 현재 YMTC는 지난달 27일 중국 상하이증권거래소 커촹반(과학기술주 전용 시장)에 화려하게 상장한 CXMT의 뒤를 이어, 올해 말 IPO를 성공시키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YMTC는 CXMT처럼 IPO 대박을 터뜨려 생산 능력 확대를 위한 막대한 자금을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YMTC가 상하이증권거래소에 제출한 IPO 신청서에 따르면 YMTC는 IPO를 통해 330억위안(약 6조7379억원)을 조달할 계획이다. 이는 당초 CXMT가 계획했던 자금 조달 규모 295억위안 대비 35억위안 더 큰 수준이다. 주목할 점은 YMTC가 목표했던 금액을 크게 웃도는 재원을 확보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앞서 CXMT도 계획했던 자금 조달 규모의 2.3배에 달하는 666억위안(약 14조6000억원)을 조달한 바 있다.
YMTC가 ‘낸드 1등’ 자리를 넘보기 시작한 가운데, 삼성·SK의 근심도 깊어지고 있다.
중국의 반도체 굴기가 거세지고 있음을 인식한 K-반도체는 기술 초격차 전략을 토대로 함부로 따라올 수 없는 독보적인 경쟁 우위를 확보하는 데 사활을 걸었다.
K-반도체는 고용량·고성능 스토리지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AI 서버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를 중심으로 기술 혁신을 가속화하고 있다.
최근 낸드 업계에서 관심을 쏟고 있는 기술은 대용량 QLC(Quadruple Level Cell)다. QLC는 셀 하나에 4자리 데이터를 담을 수 있어 동일한 칩 크기에 저장 용량을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2024년 9월 삼성전자는 초고용량 ‘1Tb QLC 9세대 V낸드’를 업계 최초로 양산했다. 같은해 4월 업계 최초로 ‘1Tb TLC(Triple Level Cell) 9세대 V낸드’ 양산에 돌입한지 불과 5개월여 만에 한층 고도화된 낸드 제품을 공개한 것이다.
삼성 9세대 V낸드는 ‘채널 홀 에칭’ 기술을 활용해 더블 스택 구조 중 업계 최고 단수인 280단대를 구현한 것이 특징이다. 채널 홀 에칭은 몰드 층을 순차적으로 적층한 다음, 한 번에 전자가 이동하는 홀을 만드는 기술이다. 또 셀과 페리(셀의 동작을 관장하는 각종 회로)의 면적을 최소화해 이전 세대 V낸드 대비 약 86% 증가한 비트 밀도를 자랑한다.
예측 프로그램 기술도 혁신했다. 이전 세대 V낸드 대비 쓰기 성능은 100%, 데이터 입출력 속도는 60% 개선했다. 여기에 저전력 설계 기술로 데이터 읽기, 쓰기 소비 전력도 각각 약 30%, 50% 절감했다.
SK하이닉스도 첨단 낸드 제품을 출시하며 기술 역량을 과시하고 있다. 지난해 8월 SK는 321단 2Tb QLC 낸드 개발을 완료하고, 본격적인 양산에 돌입했다. 해당 제품은 원가 경쟁력 우위를 극대화하기 위해 기존 제품 대비 용량을 2배 늘린 2Tb로 개발됐다.
일반적으로 낸드는 용량이 커질수록 하나의 셀에 더 많은 정보를 저장한다. 대신 메모리 관리가 복잡해져 데이터 처리 속도가 느려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SK는 대용량화로 인한 성능 저하를 해결하고자 낸드 내부에서 독립적으로 동작할 수 있는 그룹 단위인 플레인을 4개에서 6개로 늘려 더 많은 병렬 작업이 가능하도록 했다.
그 결과, 낸드는 용량이 확대됨은 물론 이전 제품 대비 성능도 더욱 향상됐다. 데이터 전송 속도는 100% 빨라졌고, 쓰기 성능은 최대 56%, 읽기 성능은 18% 개선됐다. 데이터 쓰기 전력 효율도 23% 이상 증가해 저전력이 요구되는 AI 데이터센터 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했다.
이렇듯 최첨단 기술로 중무장한 삼성과 SK는 고성능을 요구하는 기업용 SSD 수요를 빠르게 흡수하면서 글로벌 낸드 시장 내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하고 있다.
K-반도체는 기술 초격차 뿐만 아니라 생산 능력 확대에도 드라이브를 걸었다. 삼성전자는 현재 건설 중인 평택캠퍼스 P5 1·2의 일부 클린룸에서 낸드를 생산할 예정이다. 가동은 내년부터 2030년까지 순차적으로 진행한다. SK하이닉스도 최근 청주 M17 건설 투자 규모를 확정지었다. SK는 내년 2월 착공에 들어가, 2028년 12월 첫 번째 클린룸을 오픈할 계획이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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