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카드사의 조달비용 부담이 커진 가운데 금융당국이 중금리대출 공급 확대를 주문하면서 카드사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조달금리 상승으로 수익성 부담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금리 상한이 정해진 중금리대출 공급을 늘려야 하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중금리대출을 가계대출 총량관리에서 제외하는 등 인센티브를 확대하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이 같은 조치만으로 공급을 대폭 늘리기는 쉽지 않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아울러 전문가들은 중·저신용자에 대한 자금 공급을 확대하기 위해 총량규제보다는 차주의 상환능력을 중심으로 대출 확대 여부를 판단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제언하기도 했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달 27일 기준금리를 연 2.75%에서 3.00%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지난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2.50%에서 2.75%로 올린 데 이어 두 차례 연속 인상이다. 이에 따라 두 달여 만에 기준금리는 총 0.50%포인트 상승했다.
기준금리 상승은 카드사의 조달비용 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은행과 달리 수신 기능이 없는 카드사는 카드채와 기업어음(CP), 자산유동화증권(ABS) 등을 통해 영업자금을 조달한다. 시장금리가 상승하면 신규 발행되는 카드채 등의 금리도 높아질 수 있어 카드사의 자금조달 비용 역시 확대될 수 있다.
실제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전일 기준 여전채(AA+, 3년물) 금리는 4.363%를 기록했다. 이는 연초(3.337%)보다 1%포인트가량 상승한 수준이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금융당국은 카드사에 중금리대출 공급 확대를 주문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28일 주요 카드사 관계자들과 만나 중·저신용자의 자금 공급이 위축되지 않도록 중금리대출을 적극적으로 취급해 달라고 당부했다.
정부는 올해 민간중금리대출 공급 목표를 28조3000억원 이상으로 설정한 상태다. 특히 이달부터 민간중금리대출과 정책서민금융상품 순증액을 가계대출 총량관리에서 전액 제외하면서 금융사의 중·저신용자 자금 공급 확대를 유도하고 있다.
문제는 기준금리 상승으로 조달비용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카드사가 중금리대출 공급을 확대할 경우 수익성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카드업권의 민간중금리대출 인정금리 상한은 연 12.26%로, 카드사가 차주의 신용위험 등을 고려해 더 높은 금리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더라도 중금리대출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정해진 상한을 지켜야 한다.
특히 중금리대출 공급 확대는 카드사의 신용위험 부담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차주의 신용위험을 대출금리에 충분히 반영하기 어려운 데다 취급 규모가 늘어나면 이에 따른 충당금 부담도 함께 확대될 수 있어서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인센티브까지 제공하며 중금리대출 확대를 주문하고 있는 만큼 카드사들도 이를 외면하기는 어려운 상황일 것”이라면서도 “최근처럼 금리가 상승하는 상황에서는 중금리대출을 확대하는 데 부담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금리대출은 차주의 신용도에 따라 카드사가 적정하다고 판단하는 금리가 있더라도 정해진 금리 상한 때문에 이를 모두 반영하기 어려운 구조”라며 “카드사 입장에서는 그만큼 리스크를 감내해야 하고, 취급 규모가 늘어나면 충당금 부담도 함께 커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부담에도 금융당국이 총량관리 제외라는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는 만큼 카드사들은 중금리대출 공급 확대 여부를 저울질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업계에서는 중금리대출에 한정된 총량관리 인센티브가 수익성이나 신용위험 부담을 상쇄할 정도의 유인으로 작용하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나온다.
카드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금리대출에 한정해 총량관리 인센티브를 확대한다고 해서 카드사 수익성에 크게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인센티브가 주어졌다는 이유만으로 중금리대출을 크게 늘릴 수 있는 상황은 아닌 만큼, 실제 취급 규모를 어느 정도 확대할지는 충분한 검토가 필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아울러 중금리대출을 가계대출 총량관리에서 제외하는 방식만으로 중·저신용자에 대한 자금 공급을 충분히 확대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체적인 대출 공급량에 대한 규제가 유지되는 상황에서는 금융사가 상대적으로 상환 가능성이 높은 차주를 우선적으로 선별할 가능성이 있어서다.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총량규제를 유지하면서 일부 완화하는 방식은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공급이 제한된 상황에서 규제를 완화하면 금융사들이 우량 차주 위주로 선별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총량규제보다는 차주의 상환능력을 검증하는 스트레스테스트 등을 통해 차주별로 대출 확대 여부를 판단하는 방식이 보다 적합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이지원 기자 / easy910@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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