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CXMT, HBM3E 양산 시작…삼성·SK “차세대 HBM4 양산, 격차 더 벌인다”

CXMT, 5세대 ‘HBM3E’ 소량 생산 중…내년 양산 확대
“CXMT HBM 제조, 중국 반도체 산업 중대 전환점”
‘저가 전략’ 앞세운 중국산 HBM 등장에 삼성·SK 우려↑
현재 기술격차 3~5년…차세대 HBM4 양산, 격차 더 벌인다

지난 7월 중국 상하이증권거래소 커촹반(과학기술주 전용 시장)에 화려하게 상장하며 중국 시가 총액(시총) 1위에 등극한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가 첨단 고대역폭메모리(HBM) 역량을 빠르게 제고하고 있다. HBM 분야에서 후발 주자로 여겨졌던 CXMT가 최근 5세대 HBM ‘HBM3E’ 양산에 나서면서, 경쟁사들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

CXMT가 ‘저가 공세’로 HBM 시장에서 입지를 구축해 나간다면, 삼성·SK 중심의 투톱 체제가 흔들릴 수도 있다는 불안감마저 커지는 모습이다.

미국 IT 전문 매체 디인포메이션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최근 CXMT가 HBM3E를 소량 생산하고 있다”며 “내년부터 HBM3E 양산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디인포메이션은 “CXMT는 알리바바의 자회사 T헤드와 캠브리콘테크놀로지를 비롯한 중국 팹리스(반도체 설계) 업체들과 함께 HBM3E를 테스트하고 있다”며 “계획대로 라면 내년부터 이를 탑재한 인공지능(AI) 칩이 출시될 수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들 팹리스의 주문은 CXMT가 HBM 양산에 필요한 제조 경험과 고객 피드백을 확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고 덧붙였다.

CXMT가 HBM3E 양산에 돌입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K-반도체는 바짝 긴잔하는 분위기다. 

‘HBM 투톱’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6세대 HBM ‘HBM4’ 생산을 본격화하고 있는 상황인데, 중국이 불과 한 세대 뒤진 제품을 제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초 업계에서는 CXMT가 첨단 HBM 역량을 제고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점쳤다. 얼마 전엔 CXMT가 12단을 적층한 4세대 HBM ‘HBM3’ 개발을 추진하고 있지만, 수율과 성능을 끌어올리는 데 어려움이 크다는 얘기가 전해지기도 했다.

그러나 HBM3보다 진일보한 HBM3E를 만들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CMXT의 HBM 시장진입이 예상외로 빨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디인포메이션은 “CXMT의 이번 진전은 AI 열풍으로 HBM 수요가 강한 시점에 이뤄졌다”며 “중국 반도체 산업 전체에 중대 전환점이다”고 높이 평가했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반도체 생산라인. <사진=삼성전자>

CXMT의 HBM 경쟁력 강화 기조는 한층 더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CXMT가 기업 공개(IPO)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며, 기술 혁신을 위한 대규모 재원을 확보할 기반을 다졌기 때문이다.

앞서 올 7월 27일 CXMT는 상하이증권거래소 커촹반에 상장했다. CXMT의 공모 가격은 주당 8.66위안(약 1900원), 공모 규모는 최대 666억위안(약 14조6000억원)에 달했다. 당초 CXMT가 계획했던 자금 조달 규모는 295억위안(약 6조5000억원)이었으나 실제로는 2.3배에 달하는 자금을 조달한 것이다.

이뿐만 아니다. 상장 첫 날 투자금이 대거 몰리면서 CXMT의 시총은 3조2800억위안(약 697조3608억원)을 기록했다. 이에 상장과 동시에 중국 본토 상하이증권거래소 시총 1위에 올랐다.

현재 CXMT의 시총은 더욱 불어난 상태다. 이날 오후 1시 30분 기준 CXMT의 시총은 3조9800억위안(약 810조8454억원)에 이른다. 약 한달 새 110조원 넘는 자금을 빨아들인 셈이다. 이렇게 확보한 재원은 첨단 HBM 역량을 고도화하려는 CXMT의 밑거름이 될 공산이 크다.

삼성전자 HBM4. <사진=삼성전자>

CXMT를 중심으로 중국의 반도체 굴기가 본격화하면서, 글로벌 HBM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삼성·SK는 바짝 경계하는 모습이다. 전례를 살펴볼 때, CXMT가 저가 공세를 통해 전 세계 시장 내 입지를 빠르게 다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글로벌 HBM 시장에서 견고한 투톱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매출액 기준 올 1분기 SK하이닉스의 HBM 시장 점유율은 58%로 집계됐다. 삼성전자는 21%로, 2위에 랭크됐다. 이로써 K-반도체의 HBM 시장 점유율 합산은 무려 79%에 달했다. 전 세계에 공급된 D램 5개 중 4개는 ‘메이드 인 코리아’인 것이다.

그러나 CXMT가 HBM을 본격적으로 양산하기 시작한다면 K-반도체의 독보적 위상은 흔들릴 수 있다. 중국이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가격을 책정해 HBM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확장해 나갈 가능성이 큰 까닭이다.

다만 CXMT가 K-반도체에 버금가는 HBM 역량을 확보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삼성·SK와 CXMT 간에 3~5년의 기술 격차가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 SK하이닉스는 지난 2024년 HBM3E를 양산했다. 이듬해엔 삼성전자도 성능을 대폭 개선한 HBM3E를 생산하며 글로벌 HBM 시장의 선두 주자로 도약했다.

SK하이닉스 HBM4 12단. <사진=SK하이닉스>

최근엔 AI 반도체 공룡 엔비디아의 첨단 AI 반도체 ‘베라 루빈’에 탑재되는 HBM4도 양산하기 시작했다.

먼저 삼성전자는 지난 2월 세계 최초로 HBM4를 양산 출하하는 데 성공하며 HBM 시장의 주도권을 거머쥐었다.

삼성은 HBM4 개발 착수 때부터 국제반도체표준협의기구(JEDEC) 표준을 능가하는 성능을 목표로 설정했다. 이에 따라, 최선단 공정 1c(10나노급 6세대) D램을 선제적으로 도입했다. 또한 HBM 적층 구조 하단에서 전력·신호를 제어하는 기반 칩인 베이스 다이의 특성을 고려해 성능과 전력 효율 측면에서 유리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4나노 공정을 적용했다.

그 결과, 삼성 HBM4는 JEDEC 업계 표준인 8Gbps를 약 46% 상회하는 11.7Gbps의 동작 속도를 확보하며, HBM4 성능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 이는 전작인 HBM3E의 최대 속도인 9.6Gbps 대비 약 1.22배 향상된 수치다. 여기에 최대 13Gbps까지 구현할 수 있어 AI 모델 규모가 커질수록 심화하는 데이터 병목을 효과적으로 해소했다.

이에 삼성전자는 SK하이닉스보다 먼저 엔비디아 등 주요 고객사에 HBM4를 양산 출하할 수 있었다. 이처럼 뛰어난 성능을 앞세워 삼성 HBM4 매출은 첫 출하 이후 4개월여 만에 10억달러를 넘어서는 기염을 토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하반기 HBM4 12단 제품을 본격 양산하겠다는 목표 아래, 같은해 3월 세계 최초로 주요 고객사에 HBM4 12단 샘플 공급을 완료했다.

이어 올 2분기 HBM4의 양산 출하를 시작했다. SK의 HBM4는 고객사가 요구하는 동작 속도를 구현하면서도 업계 최고 수준의 전력 효율과 원가 경쟁력을 달성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SK하이닉스는 하반기에 생산량을 본격 확대키로 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주요 고객사에 대해 올 2분기 양산 공급을 시작했고, 지금은 안정적으로 생산 능력을 확대하고 있다”며 “(HBM4) 양산 수율과 품질은 이미 성숙 단계에 진입한 5세대 HBM3E과 근접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K-반도체는 차세대 HBM 기술력도 확보한 상태다. 삼성전자는 올 5월 업계 최고 성능의 7세대 HBM ‘HBM4E’ 12단 제품 샘플을 글로벌 고객사에 세계 최초로 출하했다.

SK하이닉스는 올 상반기 HBM4E 샘플 공급을 마쳤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HBM4E는 고객 대상 샘플 공급이 완료됐다”며 “내년 본격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전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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