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속도 낸다…국가 산단 부지 조성 본격화

정부, 다음달 용인 국가 산단 부지 조성 착공 공식화
‘지지부진’ 삼성 첨단 반도체 생산라인 구축, 한층 탄력
삼성, 용인 클러스터 1기 팹 2029년 조기 가동 목표
화성·기흥-평택-용인 ‘반도체 삼각 편대’ 완성 가속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오른쪽)이 2023년 10월 경기 용인시 삼성전자 기흥캠퍼스 내 차세대 반도체 R&D 단지 건설 현장을 직접 둘러보고, 미래 반도체 전략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의 첨단 칩 양산 거점이 될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가 마침내 부지 조성에 돌입한다. 이미 지난해 2월 1기 팹 착공에 들어간 SK하이닉스와 달리, 삼성은 그동안 반도체 생산 설비 구축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용인 국가 산업단지(산단) 부지 조성이 본격화하면서, 오는 2029년 첫 번째 팹을 가동하겠다는 삼성의 첨단 반도체 비전도 한층 탄력을 받고 있다. 삼성전자는 기존 화성·기흥-평택에 이어 용인에 이르는 ‘반도체 삼각 편대’를 완성해 차세대 칩 리더십을 더욱 제고한다는 구상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용인 첨단 시스템 반도체 국가 산단 구축 일정을 단축, 다음달부터 1공구 부지 조성 공사 착공에 나선다.

이를 위해 LH는 시공 사업자 선정 관련 개찰 일자를 이달 23일로 당기고, 사업 계획서 심사 등 절차별 소요 기간을 최대한 줄이기로 했다.

LH는 부지 조성에 돌입하기 전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보상 절차도 순조롭게 진행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2월 말 개시된 토지 보상은 7개월 만인 현재 발전소 등 주요 시설이 들어서는 우선 구역을 포함해 보상 대상 사유지 전체 면적의 99%가 마무리됐다. 이 중 43%는 협의 취득이 끝났고, 나머지 56%는 협의가 이뤄지지 않아 수용 재결이 신청된 상태다.

LH는 정부와 협의해 수용 재결 소요 기간을 추가로 단축해 연내 보상 절차를 매듭 짓는다는 목표다.

아울러 다음달 부지 조성 착공에 차질이 없도록 이달 중 벌목 공사, 문화재 조사, 지장물 철거 등 착공 전 사전 공사를 본격 개시할 예정이다.

이성훈 LH 사장은 “용인 국가 산단 부지 조성 착공 조기화는 속도 혁신을 위해 종전의 업무 관행과 절차를 혁파한 결과이자 이례적 성과다”며 “정부의 3대 메가 프로젝트의 성공적 완수를 뒷받침할 수 있도록 선후 절차를 과감히 병행하고, 소요 기간을 줄여 산단 조성을 최대한 앞당기겠다”고 말했다.

정부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부지 조성을 다음달부터 본격화한다는 뜻을 분명히 하면서, 그간 지지부진했던 삼성전자의 첨단 반도체 생산라인 구축에도 한층 가속이 붙게 됐다.

실제로 삼성은 반도체 팹 6기 중 첫 번째 팹의 가동 시점을 오는 2029년으로 설정했다. 이는 당초 1기 팹 가동 예상 시점으로 거론돼 온 2030~2031년보다 1~2년 빨라진 것이다.

삼성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경기 용인시 처인구 남사읍 일대 728만㎡(약 220만평) 규모의 부지에 들어서는 초대형 시스템 반도체 국가 산단이다. 투자 규모는 약 360조원에 이른다. 이 곳에는 대규모 반도체 팹 6기와 발전소 3기, 소재·부품·장비(소부장) 협력사 60곳 이상이 들어선다.

이렇듯 해당 반도체 클러스터가 상상을 초월하는 규모를 자랑하는 만큼, 업계에선 1기 팹의 가동 시점이 빨라야 2030년 내지 2031년일 것으로 점쳐 왔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날로 급증하는 첨단 칩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오는 2029년 첫 번째 팹 가동에 돌입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2024년 12월 경기 용인시 삼성전자 기흥캠퍼스에서 열린 용인 반도체 국가 산업단지 지정 행사. <사진=연합뉴스>

삼성의 이같은 결정에는 정부의 든든한 뒷받침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정부는 적극적인 지원을 통해 용인 국가 산단 조성 기간을 단축시키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이에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전력과 용수 등 핵심 인프라 공급 일정이 상당 기간 앞당겨질 것이란 의견이 나왔다.

정부가 추진 중인 3GW 규모 액화천연가스(LNG)발전소 조기 착공과 2·3단계 전력 공급 일정 단축, 단계별 용수 공급 조기화 등이 계획대로 추진될 경우, 삼성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1기 팹의 2029년 가동은 막연한 목표에 그치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나아가 용인 국가 산단의 첫 번째 팹 가동 시점이 앞당겨진다면 삼성전자의 반도체 생산 능력 확충은 물론, 국내 반도체 소부장 생태계 조기 조성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삼성의 반도체 팹 가동 시점이 빨라지면 나날이 증가하는 AI 반도체 수요에 보다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며 “국내 반도체 생태계 조성 효과도 예상보다 빠르게 나타날 것이다”고 평가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K-반도체 경쟁력 강화에 초점을 맞춘 정부 기조는 다음달 용인 국가 산단 부지 조성 착공 방침을 공식화하는 마중물이 됐다. 이에 2029년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1기 팹을 본격 가동하겠다는 삼성의 구상은 현실화하고 있다.

2029년 용인 국가 산단 1기 팹 가동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내년 중에 팹 착공에 돌입해야 한다. 통상적으로 최첨단 반도체 공장 착공 후 완공까지 2년가량 소요되기 때문이다. 이를 고려할 때 부지 조성 공사는 늦어도 올 하반기에 시작돼야 했다.

이러한 고충을 읽은 정부가 다음달 부지 조성 착공에 나서기로 하면서 삼성의 근심은 단숨에 해소됐다.

삼성전자 HBM4E 12단. <사진=삼성전자>

이제 삼성전자는 기존 화성·기흥-평택에 이어 용인까지 ‘반도체 삼각 편대’를 완성하는 일만 남겨 두게 됐다.

최근 삼성은 AI 핵심 메모리인 고대역폭메모리(HBM) 경쟁력을 대폭 강화하며 글로벌 시장 선두 주자로 올라섰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 2분기 글로벌 D램 시장 점유율은 39%로, 올 1분기 38% 대비 1%p 높아졌다.

이는 삼성전자가 차세대 HBM 역량을 끌어올리는 데 사력을 다한 덕분이다. 실제 삼성은 지난 2월 세계 최초로 6세대 HBM ‘HBM4’를 양산 출하하는 데 성공하며 HBM 시장의 주도권을 거머쥐었다.

올 5월엔 업계 최고 성능의 7세대 HBM ‘HBM4E’ 12단 제품 샘플을 글로벌 고객사에 세계 최초로 출하했다. 6월엔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컴퓨텍스 2026’에 마련된 삼성디스플레이 전시 부스에서 8세대 HBM ‘HBM5’ 목업(실물 모형)을 처음 공개하기도 했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반도체 생산라인. <사진=삼성전자>

HBM4, HBM4E, HBM5 등 차세대 HBM 경쟁력을 제고한 삼성 반도체는 메모리 부문에서 선전하고 있는 반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에서는 좀처럼 기를 펴지 못하고 있다.

세계 파운드리 시장 1위 대만 TSMC를 따라 잡겠다는 약속이 무색하게도, 삼성 파운드리의 글로벌 시장 내 입지는 매우 좁은 상황이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 2분기 삼성전자의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7%를 기록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TSMC의 점유율은 무려 73%에 달했다.

이에 삼성전자와 TSMC 간 점유율 격차는 66%p까지 벌어졌다.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2위 삼성이 TSMC와의 간극을 좀처럼 좁히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삼성 내부에서도 파운드리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앞서 삼성전자 관계자는 2024년 12월 용인 반도체 국가 산단 지정 행사에서 “우리나라 반도체 사업의 위상은 크게 위협받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민·관이 혼연일체가 돼 반도체 강국 입지를 다져왔지만, 최근 국가 안보 핵심 자산인 반도체 분야에 미국, 중국 외에 인도 등 신흥 국가들도 뛰어들면서 주도권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번에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구축을 위한 움직임이 빨라지면서 삼성전자는 반도체 초격차 전략을 추진할 기반을 다지게 됐다.

화성·기흥-평택-용인 등 경기 남부권을 연결하는 반도체 삼각 편대가 구축되면, 삼성이 현재 세계 1위를 유지하고 있는 메모리 반도체뿐만 아니라 파운드리 분야에서도 위상을 드높일 수 있다는 평가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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