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에너지 100GW 시대 병목 우려…“가상발전소 시장 개선 촉구”

재생에너지 100GW 목표에도 유연성 시장은 제자리
ESS·VPP 보조서비스 참여 제한…보상 체계도 미비
가격 입찰제·법적 지위 마련·중장기 로드맵 등 촉구

2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국내 ESS·VPP 사업자 및 시민사회 공동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사진=박대한 기자>

국내 ESS(에너지저장장치)·VPP(가상발전소) 업계가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에 맞춰 전력 시장 재정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유연성 자원에 대한 보상체계가 부족해 ESS·VPP 투자가 위축되고, 이는 재생에너지 출력제어 완화와 계통 수용성 확대에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2일 기후솔루션, 인코어드테크놀로지스, 해줌, H에너지, 브이피피랩 등 국내 ESS·VPP 사업자들은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전력시장 제도 정비를 촉구하고 나섰다.

정부가 오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설비를 100GW까지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수립했지만, 그간 대규모 경직성 발전기를 중심으로 설계된 전력시장 제도를 재생에너지에 부합하게 재정비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선규 기후솔루션 전력시장계통팀 연구원은 전력망 확충과 동시에 유연성을 고민해야 할 시기다”며 “정부의 대규모 경직성 발전기를 중심으로 설계된 낡은 전력 시장 규칙을 재생에너지에 맞게 다시 설계해 유연성 자원이 기여한 만큼 보상받는 시장을 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생에너지는 친환경적이고 무한한 자원이라는 장점이 있지만 변동성과 예측 불가능성이라는 단점이 상존한다. 일례로 태양광, 풍력은 날씨에 따라 전기 생산이 제각각이다. 이에 낮에 전기가 남으면 저장했다가 저녁에 부족할 때 꺼내 써야 전력망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계통 유연성 강화에 필요한 주파수 조정, 예비력 확보 등 보조서비스가 기여도에 따라 보상받지 못하고 있다. 이는 육지와 제주 모두 연료를 태우는 발전기의 연료비를 기준으로 보상 수준이 정해지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연료를 쓰지 않는 ESS와 VPP는 아무리 빠르고 정확하게 응동해도 그 가치를 보상해 줄 근거가 없는 셈이다. 적합한 보상이 이뤄지지 않으면 결과적으로 신규 투자와 시장 참여를 축소시킬 수밖에 없다.

VPP 업계 관계자는 “VPP는 흩어진 배터리, 태양광, 풍력과 조정 가능한 수요를 IT 기술로 묶어 운영함으로써 지역 단위에서 변동성을 해소할 수 있는 핵심 플랫폼이다”며 “대형 발전소와 송전망을 짓는 데는 수년이 걸리지만, 유연성 자원은 수개월이면 계통에 투입돼 안정적인 재생에너지 확대에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선규 기후솔루션 전력시장계통팀 연구원이 2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국내 ESS·VPP 사업자 및 시민사회 공동 기자회견에서 발표하는 모습. <사진=박대한 기자>

이와 관련해 국내 ESS·VPP 사업자들은 재생에너지 확대 속도에 따라가기 위한 시장 제도 정비를 위한 4가지 방안을 대통령실과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등에 공동서한을 전달할 계획이다.

4가지 방안을 살펴보면 우선 가격입찰제와 15분 단위 실시간 시장 도입을 촉구했다. 국내 전력 시장에서는 발전기기가 전력 희소성에 따라 실시간 가격 입찰을 하지 않기 때문에 유연성 자원 투자를 유도할 즉각적인 가격 신호가 만들어지지 않는다. 이에 제주 시범 사업의 경험을 바탕으로 15분 단위 실시간 시장을 육지에 도입하자는 것이다.

이어 보조서비스의 가치를 성능에 따라 보상하는 시장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연료를 쓰지 않는 ESS와 흩어진 자원을 통합 제어하는 VPP 등의 기여도를 평가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조서비스 시장 참여 자격을 정비해주길 요구했다. 현재 ESS와 VPP는 전력량 거래에는 참여할 수 있지만, 주파수 조정과 예비력 제공 등 보조서비스 시장에는 참여할 수 없다. 이는 VPP와 같은 전기신사업자는 보조서비스 시장에 참여할 자격이 없기 때문이다. 이에 전기신사업자가 보조서비스 시장에 참여할 법적 지위를 마련해 달라고 요구했다.

아울러 구체적인 로드맵 마련을 촉구했다. 호주는 2021년 배터리와 VPP 시장에 참여할 수 있는 법적 지위를 열고 난 이후 석탄·가스가 맡던 예비 전력이 빠르게 배터리로 대체됐다. 미국은 지난 2023년 VPP를 오는 2030년까지 최대 160GW로 키우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관련 제도를 정비하고 있다.

이처럼 시장 참여자들이 장기적 관점에서 투자와 사업 전략을 수립할 수 있도록 정부가 시장 제도별 도입 목표 연도와 단계별 이행 계획, 책임기관을 명시한 로드맵을 제시해 주길 요청했다.

VPP 업계 관계자는 “제주 시범사업을 통해 VPP는 재생에너지 예측, 제어, 정산을 안정적으로 수행하는 기술력을 이미 확보했다”며 “ESS 등 하드웨어 투자와 VPP 운영 기술이 시너지를 발휘하고 이것이 신규 재생에너지 확대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도록 재생에너지 입찰 제도의 육지 도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박대한 기자 / dayhan@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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