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에어로, 방산 대장주의 전환] ②유럽선 미국산 제치고…미국선 함정 정비

유럽서 미국산 꺾고 노르웨이 천무 수주
미국선 MRO 이어 골든돔 특수선 수주
누리호·엔진 국산화…기술 자립이 관건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2026년 2분기 사상 처음으로 분기 영업이익 1조원을 넘어섰다. 그러나 이익의 절반 이상은 지난해 연결로 편입한 한화오션에서 나왔고, 주력인 지상방산의 이익 증가율은 한 자릿수에 그쳤다. 방산 대장주로 불리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현재 방산·조선·우주를 아우르는 복합 중공업 기업의 외형을 갖췄다. 본지는 세 차례에 걸쳐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손익 구조의 재편, 유럽 방산 수출과 미국 조선 진출이라는 두 성장 축, 대규모 투자와 지배구조·주주환원을 둘러싼 과제를 순서대로 진단한다. <편집자 주>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이하 한화에어로)가 유럽에서 미국산 무기를 제쳤다. 지난 1월 노르웨이 차세대 다연장로켓 천무 도입 사업에서 미국 록히드마틴의 하이마스(HIMARS)를 꺾고 최종 사업자로 선정된 것이다. 회사의 성장 축이 유럽의 지상 무기 수출과 미국의 조선으로 나뉜 가운데 두 시장 모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미국 안보 전략 재편이라는 지정학 변수의 영향권에 놓이게 됐다.

8일 업계에 따르면 노르웨이 육군의 차세대 장거리 정밀화력체계(LRPFS) 사업 규모는 190억크로네(약 2조8000억원)다. 천무 발사대 16대와 탄약, 훈련·군수 지원이 포함되며, 천무 구매에 직접 투입되는 예산은 약 1조원 수준이다. 한화에어로는 하이마스뿐 아니라 독일·프랑스 합작사 KNDS의 유로풀스(EURO-PULS)와도 경쟁한 끝에 수주를 따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표준 시장으로 여겨지던 장거리 정밀타격 분야에 한국산 체계가 진입했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K9 자주포는 2001년 튀르키예 첫 수출 이후 폴란드, 루마니아, 에스토니아, 핀란드, 노르웨이 등으로 운용국을 넓혀왔다. 올해 들어서도 지난 4월 핀란드 K9 추가 수출, 5월 에스토니아 천무 추가 공급 계약이 이어졌다.

다만 유럽 시장의 진입 조건은 과거와 달라졌다. 유럽연합(EU)이 역내 방산 생산·조달을 강화하면서 완제품 수출만으로는 지속 수주가 어렵고 현지 생산과 기술이전, 정비·부품 공급 체계까지 요구받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 한화에어로가 루마니아에서 유럽 현지 정비 거점을 세우고, 폴란드에서 천무 유도미사일 현지 생산 기반을 구축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화에어로 관계자는 “폴란드 합작법인과 루마니아 K9 공장 등 현지화 전략을 실현해가고 있다”며 “유럽 방산시장에서 기회를 얻으려면 다양한 현지화 전략이 필요한 만큼 만반의 준비를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경쟁 구도도 치열해지고 있다. 독일 라인메탈이 유럽 지상방산 시장을 주도하는 가운데 국내에선 현대위아가 ‘유로사토리 2026’에서 경량화 105mm 자주포와 원격사격통제체계(RCWS)를 앞세워 유럽 화포 시장을 겨냥했고, 현대로템은 K2 전차로 폴란드 시장 공략을 확대하고 있다. 유럽은 이제 한국 기업 간 경쟁에 더해 한·미·유럽 기업이 맞붙는 시장이 됐다.

한화에어로의 천무 다연장로켓 발사 모습.<사진제공=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에어로의 천무 다연장로켓 발사 모습.<사진제공=한화에어로스페이스>

또 다른 축은 미국이다. 지난 8월에는 지상방산에서도 성과가 나왔다. 자회사 한화디펜스USA가 미 육군과 K9 차륜형 자주포(K9MH) 시제품 6문을 공급하는 계약을 맺었다. 국산 무기체계가 미국과 직접 계약을 체결한 첫 사례로, 12문 추가 옵션을 포함한 규모는 최대 2억6290만달러다. 미 육군은 약 4년간 성능을 평가한 뒤 양산 여부를 결정한다.

조선에서는 진출이 한발 앞서 있다. 한화오션은 한·미 조선협력 구상인 마스가(MASGA)의 전면에서 미국 함정 시장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2024년 7월 미 해군보급체계사령부와 함정정비협약(MSRA)을 맺어 향후 5년간 미 해군 함정의 유지·보수·정비(MRO) 입찰 자격을 확보했다. 같은 해 8월에는 국내 조선업체 중 처음으로 군수지원함 ‘월리 쉬라’의 정비를 수주했다. 이어 급유함 ‘유콘’, 군수지원함 ‘찰스 드루’로 수주를 넓히며 미 해군이 요구하는 품질과 납기 경쟁력을 검증받았다. 업계는 미 해군 MRO 시장을 연 20조원 규모로 추산한다.

국내에서도 정비 실적을 거뒀다. 한화오션은 지난 8월 해군과 7600톤급 이지스구축함 세종대왕함의 창정비 계약을 맺었다. 해군이 수상함 창정비를 민간에 맡긴 첫 사례로, 이달부터 내년 3월까지 약 6개월간 진행된다. 미 해군 군수지원함에 이어 국내 이지스함 정비 실적까지 확보하면서 함정 MRO 역량을 넓혔다는 평가가 나온다.

건조 거점도 확보했다. 한화는 2024년 12월 약 1억달러를 들여 미국 필라델피아 필리조선소를 인수했다. 한국 기업이 가진 유일한 미국 내 조선소로, 지난 7월에는 미 미사일방어청(MDA)이 발주한 해상 미사일 시험 계측선(MRIV) 건조 사업을 따냈다. MRIV는 미국의 차세대 미사일 방어 구상인 ‘골든돔’과 맞물린 특수선이다. 외신에 따르면 2척에 20억달러 규모로 추정된다.

정책 변수도 우호적이다. 지난해 12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신형 호위함 사업과 관련해 한화를 직접 거론했고, 미 국방부는 전투함 설계·건조 역량을 묻는 정보요청서(RFI)를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에 보냈다. 한·미 양국은 3500억달러 규모 대미 투자 가운데 1500억달러를 조선 협력에 배정하기로 했다.

다만 과제도 뚜렷하다. 자국 내 건조를 우선하는 제도적 장벽과 현지 인력·공급망의 낮은 생산성은 신조 진입의 관건으로 지적된다. 경쟁 구도 또한 넓어졌다. HD현대중공업은 보급선 MRO의 낮은 수익성을 이유로 일부 입찰에 불참하며 선별적으로 접근하고 있고, SK오션플랜트도 MSRA를 맺어 시장에 가세했다. 유럽의 지상 무기와 미국의 조선이라는 두 축이 각기 다른 리스크를 안고 있는 만큼 두 시장에서의 실행력이 향후 실적의 방향을 좌우할 전망이다.

수출로 성장하는 두 축과 성격이 다른 세 번째 영역은 항공우주다. 유럽·미국 사업이 시장 경쟁인 것과 달리 항공우주는 기술 자립이라는 문제를 풀어야 한다. 한화에어로는 누리호 체계종합기업으로서 10월 7일로 예정된 5차 발사를 준비하고 있으며, 2031년 발사를 목표로 한 차세대발사체와 2032년 달 착륙선 추진시스템 개발에도 참여한다.

항공엔진에선 지난 5월 우주항공청과 국내 첫 민·군 겸용 4500파운드급 무인기용 엔진 개발에 착수했고, 7월에는 저피탐 무인편대기용 5500파운드급 터보팬과 중고도무인기용 1400마력급 터보프롭 엔진 시제를 공개했다. 아직 민수 엔진 국제공동개발(RSP)에서 손실이 이어지는 등 수익화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성패는 당장의 실적보다 소재·부품 국산화의 속도에 달려 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병훈 기자 / andrew45@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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