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정아 하나더넥스트 라이프케어 본부장이 16일 서울 여의도 보험연구원에서 열린 ‘돌봄에서 산업으로 : 시니어케어 사업화의 조건’ 세미나에서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백종훈 기자>
자본력을 갖춘 보험사가 시니어케어 시장 진입을 주저하는 이유가 구체적인 숫자로 제시됐다. 도심에 100명 규모 요양원 한 곳을 세우는 데 350억원가량이 투입되는 데 반해, 입소율이 100%에 도달해도 연간 순이익은 3억원대에 그친다는 이유 때문이다.
원인으로는 ‘부동산 소유 의무’가 지목됐다. 노인복지법상 30인 이상 요양시설은 설치 주체가 토지와 건물을 직접 완전히 소유해야 한다. 이 때문에 도심에 요양원을 세우려면 수백억원대 자본이 부동산에 묶이고, 차입 이자까지 금융비용으로 더해지며 기업의 자본 효율성(ROE)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권정아 하나더넥스트 라이프케어 본부장은 16일 서울 여의도 보험연구원에서 열린 ‘돌봄에서 산업으로 : 시니어케어 사업화의 조건’ 세미나에서 이같이 밝히며 “요양원 하나를 짓는 데 토지와 건물을 직접 소유해야 한다는 것은 정말 엄청난 장벽”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영리사업자가 수익성 확보를 목표로 잉여이익을 창출해야 지속적인 요양사업 재투자가 이뤄지고, 규모의 경제 달성과 서비스 질 개선, 소비자 만족 제고, 가격 다양화로 이어진다”며 “자본력이 있는 기업이 참여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 민관 파트너십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권 본부장에 따르면 시장 자체는 빠르게 크고 있다. 장기요양 시장 규모는 2018년부터 2024년까지 연평균 9.3% 성장했다. 같은 기간 이용자 수와 사업자 수도 각각 연평균 7.1%, 5.9% 늘었다. 65세 이상 노인인구는 2024년 1004만명으로 전체의 19.4%를 차지했고, 장기요양 인정자는 117만명에 달한다.
시니어케어 시장은 2024년 약 23조원에서 2035년 약 68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추정됐다. 이 기간 연평균 성장률은 요양 부문이 8.5%, 실버타운 등 주거 부문이 17.2%로 예상됐다.
문제는 공급이다. 현재 노인요양시설은 30인 미만 소규모 시설이 전체의 약 60%를 차지한다. 부동산 가격이 높은 서울·부산·대구 등 대도시일수록 등급 인정자 수 대비 요양시설 정원이 현저히 부족한 상황이다.
◇입소율 100% 돼야 겨우 흑자…“재가는 임차 되는데 시설만 소유 의무”
권 본부장은 “도심에 정원 100명(1인실 60명·2인실 40명) 요양원을 세운다고 가정하면 토지 매입비 150억원에 인테리어를 포함한 건축비 200억원을 더해 350억원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자기자본과 금융차입 비율은 40대 60, 1인실 침실 이용료는 하루 7만원, 2인실은 4만원으로 잡았다.
그는 “이 경우 입소율 25%(개소 3개월 차) 시점에는 월 3억1000만원의 순손실이 난다. 입소율이 50%로 올라도 1억8800만원, 75%에서도 6800만원의 적자가 이어진다”며 “정원을 모두 채우는 12개월 차에 가서야 월 8000만원의 순이익이 난다. 연간 기준으로는 매출이익 56억8900만원에 순이익 3억2100만원으로, 투자금 350억원 대비 1%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라고 언급했다.
권 본부장은 “2순위 사업으로 꼽힌 주야간보호센터 등 노인재가복지시설은 사정이 다르다”고 말했다. 건물 임차 사용이 가능해 자본 부담이 낮다는 것이 권 본부장의 설명이다. 소유 의무가 요양시설에만 걸려 있는 셈이다.
그러면서 보험사 특유의 제약도 거론했다. 그는 “자회사를 설립하고 절반의 인력이 부동산 땅을 보러 다니고 부동산 개발을 하는 인력”이라며 “보험사와 상관없는 인력인데, 이런 인력이 있어야 되는 게 맞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요양사업이 보험업과 건강·데이터를 다룬다는 점에서 시너지를 기대하고 허용됐는데, 정작 본업과 무관한 부동산 업무에 리소스가 분산된다는 것이다.
권 본부장은 지급여력(K-ICS, 킥스) 비율 부담도 구체적으로 짚었다. 그는 “가용자본이 1조원인 회사가 1000억원을 자회사에 증자하면 가용자본에서 1000억원이 빠져 9000억원이 된다”며 “여기에 부동산은 20%가 요구자본으로 잡히니 요구자본이 200억원 올라간다. 1000억원으로 부동산을 매입하면 킥스 비율에 정말 영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참고로 보험사의 부동산 투자는 업무용도 외에는 엄격히 제한돼 시장리스크 위험계수 25%가 적용되고, 노인복지법에 따른 의무보유 부동산도 20%다.
향후 인수·합병(M&A) 전략이 막힌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특히 “5개 이상 지어 운영 전문성이 확보되면 한꺼번에 많은 걸 인수해 규모의 경제로 수익성이 좋아지는데, 2008년 장기요양보험 제도 도입 20년이 다 돼 가면서 그때 생겼던 요양원들이 시장에 많이 나오고 있다”며 “곧 엄청나게 매물이 나올 텐데, 부동산까지 통째로 매입하면서 인수를 진행할 수는 없다. 이 제도가 풀려야만 가능하다”고 우려했다.
권 본부장은 인력난도 호소했다. 그는 “요양보호사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며 “처우를 개선하지 않으면 요양보호사 풀이 늘어날 수 없고, 이 처우로는 원하는 품질의 서비스를 할 수 없다. 더 주고 싶어도 수가는 안 나오고 자본금은 이미 한계에 다다른 상태에서 무슨 돈으로 줘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기술 도입에 대해서도 “원하는 걸 다 붙이자니 10억원 가까이 되는데 이건 또 어디서 받아야 할지 감이 오질 않는다”라며 수가 내 가산금 신설 또는 인력 기준 완화를 요청했다.
마지막으로 “요양원을 조금 더 주택처럼 만들어주거나 혹은 토지 소유 의무를 풀어줄 경우 두 개가 만날 수 있는 접점이 생긴다”며 “그 중간 단계에 다양한 서비스를 설계할 수 있다. 양쪽이 만날 수 있는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말을 끝맺었다.
한편 하나더넥스트 라이프케어는 하나생명이 지분 100%를 보유한 자회사로 설립 자본금은 300억원이다. 2024년 4월 시니어케어 태스크포스팀(TFT) 킥오프를 시작으로 지난해 6월 법인을 설립하고 7월 출범했다. 1순위 사업으로 도심형 프리미엄 요양시설을 잡고 2027년 하반기 개소를 목표로 하고 있다.
[CEO스코어데일리 / 백종훈 기자 / jhbaek@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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