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반도체, ‘천장’ 아직 멀었다…삼성·SK, 3분기 영업익 200조 ‘육박’

올 3분기 삼성전자 영업익 전망치 110조5736억원
韓 기업 중 최초 분기 영업익 ‘100조 시대’ 열어
SK하이닉스는 78조802억원…사상 최대 분기 실적
삼성·SK 3분기 영업익 전망치 합산 188조 6538억원
수요폭증·가격상승 겹호재…HBM4 등 차세대 메모리도 독주

‘반도체 슈퍼 사이클’의 최대 수혜주로 자리매김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올해 3분기 역대 최고 실적을 거둘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삼성은 국내 기업 중 최초로 ‘분기 영업이익 100조원 시대’가 확실시 되고, SK하이닉스도 최근 2년 간 연간 영업익을 합한 것보다 더 높은 실적이 기대되고 있다. 

28일 증권사 컨센서스에 따르면 올 3분기 삼성전자의 영업익 전망치는 110조5736억원으로 추정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12조1661억원 대비 무려 808.9% 폭등한 수치다. 이로써, 삼성전자는 국내 기업 중 최초로 ‘분기 영업익 100조원 클럽’ 진입이 유력해 보인다. 

이같은 실적은 글로벌 빅테크와 견줘도 결코 밀리지 않는 수치다. 전 세계 시가총액(시총) 1위 엔비디아의 2027 회계연도 2분기(올 5~7월) 영업익은 637억3400만달러(약 86조5317억원)를 기록했다. 회계 상 약간의 시차가 있지만, 삼성전자는 엔비디아 보다 24조원 가량 더 높은 분기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SK하이닉스도 사상 최대 실적이 기대된다. 올 3분기 SK의 영업익 전망치는 78조80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1조3834억원 대비 585.9%나 치솟을 것이란 관측이다.

80조원에 육박하는 분기 영업익은 SK하이닉스가 2024년과 지난해 벌어들인 연간 영업익을 합한 것보다 더 높다. SK는 2024년 한해 동안 23조4673억원, 지난해 47조2063억원의 영업익을 거뒀다. 2년 간 영업익 합산은 70조6736억원으로, 올 3분기 영업익에 한참 못 미친다.

이에 따라, 삼성·SK의 올 3분기 영업익 전망치를 합하면 188조6538억원에 달한다. 우리나라의 지난 8월 수출이 983억달러(약 134조원)라는 점을 고려할 때, 삼성·SK의 분기 영업익 규모가 역대급으로 평가되는 이유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반도체 생산라인.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이 역대급을 기록할 것이란 낙관론이 나오는 것은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AI 메모리 수요 덕분이다.

세계적인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메모리 슈퍼 사이클에 대한 보고서에서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둘러싼 기회가 메모리 업계 성장률을 앞서고 있고, AI 서버와 모바일 D램 수요 덕분에 범용 D램의 가격 변동률도 다시 가속하고 있다”며 “메모리 산업의 역학이 바뀌면서 모든 곳에서 공급 부족이 일어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모건스탠리는 AI 시대를 맞은 메모리 호황기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반도체 슈퍼 사이클의 정점은 2027년”이라고 지목했다.

메모리 가격 상승세도 삼성·SK의 실적 대박에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시장 전문 매체 마켓워치는 지난 9일 미국 투자 회사 서스퀘하나인터내셔널그룹(SIG)의 메흐디 호세이니 애널리스트를 인용해 “올해 전 세계 반도체 시장 규모는 지난해의 두 배인 1조5000억달러(약 2035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고 보도했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이 ‘2000조원 시대’를 열 수 있었던 일등공신은 단연 메모리라는 게 호세이니 애널리스트의 분석이다. 그는 미국반도체산업협회(SIA)의 올 7월 글로벌 출하량 및 평균판매가격(ASP) 데이터를 근거로, 현재 메모리가 전체 반도체 매출의 50~55%를 차지한다고 짚었다. 이는 예년보다 배 이상 확대된 수치다. 역사적으로 전체 반도체 매출에서 메모리 비중은 20~30% 수준에 그쳤다.

호세이니 애널리스트는 “AI 훈풍에 따른 메모리 수요 급증이 심각한 공급 부족, 가격 급등으로 연쇄적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D램 가격은 올 3분기에 50% 오르고, 4분기엔 추가로 20% 더 상승할 것이다”며 “낸드플래시 역시 올 3분기 60%, 4분기에 추가로 25% 급등할 것이다”고 내다 봤다.

삼성전자 HBM4E 12단.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호실적의 최대 수혜를 누릴 것으로 기대되는 것은 글로벌 메모리 시장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한 덕분이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매출액 기준 올 2분기 삼성전자의 전 세계 D램 시장 점유율은 39%를 기록했다. 이에 삼성은 세계 1위 자리를 수성했다. SK하이닉스는 26%로 2위에 올랐다.

K-반도체의 D램 시장 점유율 합산은 무려 65%에 달했다. 전 세계에 공급된 D램 3개 중 2개는 ‘메이드 인 코리아’인 셈이다.

AI 메모리인 HBM만 살펴보면 K-반도체의 영향력은 더 절대적이다. 매출액 기준 SK하이닉스의 올 2분기 글로벌 HBM 시장 점유율은 무려 50%, 삼성전자는 33%에 달했다. SK·삼성의 HBM 시장 점유율 합산은 83%로, 사실상 전 세계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현재 HBM 분야에서 가장 앞서 나가고 있는 곳은 삼성이다. 삼성전자는 올 2월 세계 최초로 6세대 HBM ‘HBM4’를 양산 출하하며 글로벌 HBM 시장의 선두 주자로 우뚝 섰다.

삼성 반도체는 HBM4 개발 착수 때부터 국제반도체표준협의기구(JEDEC) 표준을 능가하는 성능을 목표로 설정했다. 이에 따라 최선단 공정 1c(10나노급 6세대) D램을 선제적으로 도입했다. 또한 HBM 적층 구조 하단에서 전력·신호를 제어하는 기반 칩인 베이스 다이의 특성을 고려해 성능과 전력 효율 측면에서 유리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4나노 공정을 적용했다.

독보적인 기술력은 삼성전자를 단숨에 HBM 톱티어로 발돋움시키는 디딤돌이 됐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왼쪽)와 전영현 삼성전자 DS 부문장 부회장이 6월 8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만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삼성의 HBM4는 이미 AI 반도체 공룡 엔비디아로부터 러브콜을 받은 상태다. 지난 6월 방한했던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엔비디아 ‘코리아 AI 에코시스템’ 행사에 앞서 전영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 부회장과 전격 회동했다.

회동 후 취재진과 만난 전 부회장은 “황 CEO와 오랫동안 같이 협력해 왔는데, 오늘 가장 좋은 얘기를 나눈 것 같다”며 “단기적으로 올해부터 (엔비디아에) 6세대 HBM4 등을 충분히 공급해야 한다”고 밝혔다.

글로벌 시장에서 브랜드 파워를 확인한 삼성전자는 ‘메모리 최강자’ 굳히기에 돌입했다. 특히 첨단 HBM 역량을 고도화해 경쟁 우위를 갖추겠다는 포부를 내비쳤다.

삼성의 의지는 이미 현실화하고 있다. 지난 5월 삼성전자는 업계 최고 성능의 7세대 HBM ‘HBM4E’ 12단 제품 샘플을 글로벌 고객사에 세계 최초로 출하했다. 올 6월엔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컴퓨텍스 2026’에서 8세대 HBM ‘HBM5’ 목업(실물 모형)을 처음 공개하기도 했다.

SK하이닉스 이천 M16. <사진=SK하이닉스>

삼성전자가 차세대 HBM 시장에서 무서운 기세로 약진하는 가운데, ‘HBM 1등’ SK하이닉스의 발걸음 또한 더욱 빨라지고 있다.

4세대 HBM ‘HBM3’, 5세대 HBM ‘HBM3E’로 이어지는 양산·공급 경험을 자랑하는 SK하이닉스는 고객 요구에 최적화된 메모리 솔루션을 적기에 제공하는 데 방점을 찍었다. 이에 따라 올 3월 세계 최초로 주요 고객사에 HBM4 12단 샘플 공급을 완료했다.

그러나 삼성이 먼저 엔비디아 등 주요 고객사에 HBM4를 출하하면서 SK의 자존심에는 적잖은 흠집이 났다.

삼성전자의 추격을 허용한 SK하이닉스는 성능을 대폭 끌어올린 HBM4를 고객사에 공급하는 데 주력하는 모습이다. 현재 SK의 HBM4는 고객사가 요구하는 동작 속도를 구현하면서도 업계 최고 수준의 전력 효율과 원가 경쟁력을 달성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올 2분기 HBM4의 양산 출하를 시작한 SK하이닉스는 하반기에 생산량을 본격 확대키로 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주요 고객사에 올 2분기 양산 공급을 시작했고, 지금은 안정적으로 생산 능력을 확대하고 있다”며 “(HBM4) 양산 수율과 품질은 이미 성숙 단계에 진입한 5세대 HBM3E와 근접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올 상반기엔 차세대 AI용 HBM4E 12단 샘플을 주요 고객사들에 공급했다. 이번 신제품은 HBM4 대비 성능과 전력 효율이 대폭 개선된 것이 특징이다. 핀당 최대 16Gbps의 데이터 처리 속도를 구현함은 물론, 에너지 효율도 20% 이상 향상됐다. 이에 AI 학습과 추론에 필수적인 데이터 처리 성능이 크게 강화됐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그동안 축적해 온 HBM 선행 개발 역량과 생산 노하우를 바탕으로 HBM4E 12단 샘플을 고객사에 선보일 수 있었다”며 “핵심 고객사들과 긴밀히 협업해 적기 양산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강조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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