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대 기업 분석7]CJ ENM, '콘텐츠·커머스' 양날개 달고 '韓 디즈니' 원년

[창간 10주년 연중기획] 한국 경제 주역, 500대 기업 심층분석(133) / CJ ENM
홈쇼핑 시장 1위…히트 상품 다수 배출
수수료 부담·성숙기에 접어든 시장…합병 결심
통합 초반 시장 반응 '시큰둥'
OTT·콘텐츠 투자 올해 본궤도

지난 2018년 7월 한국의 월트디즈니를 표방한 콘텐츠 커머스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를 내건 CJ ENM이 출범했다.

당시 시장의 반응은 '반신반의'였다. 유통 기업과 엔터테인먼트 기업간 결합이 흔치 않았기 때문이다. 회사는 융복합 콘텐츠 커머스라는 남들이 가보지 않은 길을 택했지만 자신감은 있었다. 홈쇼핑 시장 내에서 오쇼핑의 입지가 탄탄했고, E&M은 영화, 드라마, 예능 등 관련 상당한 IP(지적재산권)을 보유한 이유에서다.

다만 코로나19라는 예상치 못한 변수를 만나 한국판 디즈니는 아직 미완이다. 하지만 올해 본궤도에 오른다. 팬데믹이라는 위기 속 기회를 포착했다. 대표적으로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서비스인 티빙이 있다. 넷플릭스로 대표되는 OTT 서비스는 팬데믹으로 호황을 맞았다. 미디어 사업은 흥행작을 만들어내며 콘텐츠 왕국 명성을 굳혔고, 커머스 부문은 '온스타일'을 출시, 모바일 전환을 서둘렀다.

◇상품 기획력 업고 홈쇼핑 시장서 승기

CJ ENM 커머스 부문의 전신은 삼구쇼핑이다. 지난 2000년 CJ가 삼구쇼핑을 인수, 'CJ39쇼핑→CJ홈쇼핑→CJ오쇼핑'으로 수차례 사명이 변경됐다.

홈쇼핑 시장은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등 타 유통 시장 대비 상대적으로 성장세가 견고했다. 2000년대들어 성숙기에 접어들었지만 매년 3~4%씩 성장했다. 그 중에서도 오쇼핑은 시장 1위로 경쟁 우위를 점했다.

TV 채널이 송출 수신료가 오르는 것 대비 취급고가 매년 줄어 위기를 맞았지만, 방송이 끝난 뒤 온라인에서 상품을 판매해 잘 버텼다. 오쇼핑은 지난 2002년 온라인몰 'CJ몰'을 출시해 일찌감치 온라인 대응에 힘 써왔다.

무엇 보다 다년간 축적된 상품 기획력은 대표적인 경쟁 우위 요소로 꼽힌다. 엣지, 지오송지오, VW베라왕, 셀렙샵 에디션 등 히트 브랜드를 발굴했다.

◇수수료 부담 가중…새 판 짜기 절실

성숙기에 접어든 TV홈쇼핑 시장에 대한 고민은 계속됐다.

실제, 한국TV홈쇼핑협회에 따르면 7개 TV홈쇼핑 회사의 방송 취급고는 지난 2019년 9조5205억원에서 이듬해 9조4951억원으로 감소했다. 전체 취급고에서 방송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6년 51.6%에서 지난 2020년 43.7%로 낮아졌다. 반면 지난 2020년 TV홈쇼핑사가 IPTV, 케이블TV 등에 지불한 송출수수료는 1조6750억원에 달했다. TV홈쇼핑 사업자와 티커머스 사업자가 좋은 번호를 따내기 위해 경쟁하면서 송출수수료는 매년 치솟았다.

온라인 시장도 전통 이커머스, 오프라인 유통 기업, 플랫폼 사업자들이 뛰어들어 경쟁이 치열한 것은 마찬가지다.

차별화된 경쟁력 확보가 필요하다 판단한 오쇼핑은 CJ E&M과 합병을 결정했다. 지난 2018년 1월 양사의 합병안이 이사회를 통과한 뒤 그해 7월 CJ ENM이 출범해 속전속결로 통합이 완료됐다. 

◇'티빙' 가능성 타진…커머스는 모바일 대응

통합 초반 오쇼핑(커머스) 부문과 E&M 부문(엔터테인먼트 부문)으로 구분하고, 각 부문별 기존 사업 확대 방안과 합병 시너지로 탄생할 신사업을 모색하기로 했다. 당시 구상했던 신사업은 버티컬플랫폼, 디지털 콘텐츠 스튜디오 사업 등이다.

전례없는 콘텐츠 커머스 기업 등장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합병 시너지는 순탄치 않았다.

CJ ENM 매출은 지난 2018년 3조4268억원에서 이듬해 3조7897억원으로 증가했으나, 2020년 3조3912억원 줄었다. 작년에는 3조5524억원으로 회복했지만, 합병 첫해 수준에 그쳤다. 영업이익은 △2018년 2510억원 △2019년 2694억원 △2020년 2721억원 △2021년 2969원으로 작년 합병 이래 최대 이익을 냈다.

통합 후 3년간 시장의 평가는 냉정했다. 전문 스튜디오 도입이나 오리지널 콘텐츠 강화, PB 경쟁력 제고 등을 내세웠으나, 오쇼핑과 E&M이 잘 섞이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코로나19의 탓도 크다. 팬데믹으로 엔터테인먼트 부문 실적이 저조해 투자를 확대하기 어려웠다.

작년 엔터테인먼트 부문이 흥행 콘텐츠 발굴로 최대 이익을 내면서 다시 기회를 잡았다.

특히 OTT 서비스 티빙의 성과가 두드러졌다. 작년 티빙 유료가입자는 두배 증가했다. 올해는 4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오리지널 콘텐츠의 힘이 컸다. 대표적으로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 '술꾼도시여자들'은 티빙 시청 트래픽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또, '유미의 세포들'은 티빙 오리지널 콘텐츠로 제작됐으나, CJ ENM 채널 tvN 드라마로 편성됐다. 이 외에도 영화를 극장과 티빙을 통해 동시 공개하는 등의 전략들이 통해 가입자 수를 끌어올렸다. 올해도 '방과 후 전쟁활동', '괴이' 등 오리지널 콘텐츠 강화 및 브랜드관 제휴 등 라이브러리 확장이 예정됐다.

최근에는 'CJ ENM 스튜디오스'를 설립했다. 대표이사로 하용수 CJ ENM 성장추진실장이 추천됐다. 스튜디오드래곤, 미국의 앤데버 콘텐츠와 삼각편대를 이뤄 경쟁력 있는 K콘텐츠를 양산하겠다는 방침이다.

커머스 부문은 'CJ온스타일' 출범 이후 디지털 전환에 힘쓰고 있다. 뷰티·패션·리빙 3대 카테고리를 강화하기 위한 전문몰을 도입하는 한편, 유망 스타트업 발굴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수정 기자 / ksj0215@ceoscore.co.kr]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