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는 카드만 1400만장…‘최다’ NH농협, 전업사 중엔 롯데카드 ‘1위’

휴면카드 3분기 연속 증가…직전 분기보다 100만매 가까이 늘어
전업카드사 중 롯데카드 '최다'…전 카드사 중에선 NH농협카드

1년 이상 사용실적이 없는 휴면신용카드 수가 3분기 연속 증가했다. 자동해지 규정이 폐지된 데다, 특정 소비에 혜택이 제공되는 상업자 표시 신용카드(PLCC) 발급이 늘어난 영향으로 분석된다.

‘똘똘한 소비’가 강조되면서 특정 기간 중 특정 금액만 사용하는 소비자가 대거 늘어났다. 상품이용 약정기간이 지나면 카드 사용을 중단하면서 휴면카드로 전환한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카드사 입장에서는 휴면카드가 늘어나면서 매물비용이 증가할 뿐더러 고객이탈 가능성도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이에 따라 카드사들은 다양한 프로모션을 내세워 고객 마음 되돌리기에 열을 올리고 있으나 휴면카드 증가율을 잠재우기에는 부족해 보인다.

◇잠자는 카드만 1400만매 달해…농협카드 180만장 넘어서

13일 여신금융협회 공시정보포털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휴면카드 수는 1373만6000매로 집계됐다. 휴면카드 수는 지난해 3분기 1198만3000매, 4분기 1284만8000매에 이어 3분기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휴면카드는 기준 시점으로 1년 이상 사용실적이 없는 신용카드를 뜻한다. 현금인출과 하이패스 등 부가 기능을 사용하더라도 휴면 상태는 해제되지 않는다.

올해 1분기 농협과 수협, 지방은행을 포함한 전체 카드사 19곳 중에서는 NH농협카드가 181만1000매로 휴면카드가 가장 많았다.

전업카드사 중에서는 롯데카드가 174만3000매로 최다를 기록했다. 이어 △KB국민카드 165만4000매 △현대카드 149만7000매 △신한카드 149만매 △삼성카드 126만4000매 △우리카드 119만5000매 △하나카드 104만9000매 △비씨카드 49만9000매 순으로 집계됐다.

업계는 2020년 5월 ‘여신전문금융업감독규정 개정안’ 시행 이후 휴면카드 수가 늘었다고 보고 있다. 기존에는 신용카드를 1년 이상 사용하지 않으면 이용정지가 되고 이로부터 9개월이 지나면 자동으로 계약 해지됐으나, 개정안 시행 후 유효기간 5년 안에는 재사용할 수 있게 됐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카드 발급 시기와 경기에 따라 다르지만, 개정안 시행 이후 휴면카드 수가 늘어난 것은 사실”이라며 “카드사가 자체적으로 해지할 수 없어 당분간은 휴면카드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규정 폐지와 PLCC 경쟁이 휴면카드 증가 원인…체리피커에 골머리

또 신용카드의 온라인 발급이 쉬워지고, PLCC 상품 라인업이 확대됐다는 점도 휴면카드 증가 요인으로 꼽힌다.

PLCC는 특정 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특화된 혜택을 제공하는 상품을 뜻한다. 이를 통해 카드사는 신규고객 및 데이터 확보, 마케팅 비용 분담 등을 꾀할 수 있다. 세분화한 소비자 니즈에 맞춰 식음료부터 완성차, 항공, 숙박, 테마파크, 플랫폼 등으로 협업 분야도 다양해졌다.

어린이날인 5일 오전 경기도 용인시 에버랜드에서 입장을 기다리던 시민들이 게이트가 열리자 안으로 들어오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어린이날인 5일 오전 경기도 용인시 에버랜드에서 입장을 기다리던 시민들이 게이트가 열리자 안으로 들어오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다만 혜택이 특정 분야에 한정적이다 보니, 초기 혜택만 누리고 신용카드 사용을 중단하는 일명 ‘체리피커(Cherry Picker)’도 늘었다는 설명이다. 카드 발급 과정에서 투입한 비용이 매몰 비용으로 전환되고, 더 나아가 고객 이탈 가능성이 커진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이에 따라 카드사들은 휴면카드 고객을 재유치하기 위한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거리두기 조치 해제로 보복소비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면서 ‘직전 6개월간 해당 카드사 신용카드 결제 이력이 없는 고객’을 대상으로 한 프로모션도 활발하다.

또 다른 카드업계 관계자는 “아무래도 신규 카드 발급보다는 휴면 회원 재유치가 비용 절감 효과가 크다 보니, 캐시백이나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이벤트를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기율 기자 / hkps099@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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