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자재 가격 ‘도미노 인상’…아파트 분양가 상승 예고

건설공사비지수, 2020년 7월 이후로 꾸준히 오름세
글로벌 원자재 수급난 심화…철근·레미콘 등 인상 본격화
정부, 오는 6월 기본형 건축비 추가 인상 여부 결정 계획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로 글로벌 원자재 수급난이 심화하면서 철근·레미콘·시멘트 등의 가격 인상이 본격화하고 있다. 건설자재 가격이 큰 폭으로 오름에 따라 앞으로 아파트 분양가 상승이 예상되고 있다.

정부는 오는 6월 분양가상한제 대상 아파트에 적용하는 기본형 건축비 추가 인상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기본형 건축비가 인상되면 하반기부터 아파트 분양가 상승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13일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3월 건설공사비지수는 143.06으로 전년 동기 126.14보다 13.4% 상승했다. 2020년 7월 117.95이후로 단 한번의 하락없이 꾸준히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건설공사비지수는 건설공사에 투입되는 직접공사비를 대상으로 2015년의 물가를 100으로 놓고, 세부 투입자원에 대한 물가변동을 추정하기 위해 작성된 자료다. 건설공사에 투입되는 건설자재 가격 등락을 알 수 있어 건설물가변동도 예측 가능하다.

공공 공사는 물가변동에 따른 계약금액 조정이 가능하기 때문에 착공 이후에도 물가상승분에 대한 공사비 인상을 발주처에 요청할 수 있다. 하지만 민간 공사는 대부분 물가변동 배제 특약이 있어 건설자재 인상에 따른 변동분 반영이 어렵다. 사실상 계약 금액 조정이 어려운 것이다.

하지만 국토교통부는 공사비 인상 여부를 두고 발주자와 시공사 간 갈등이 커지자, 지난 4월 민간 공사도 계약 대금 증액을 할 수 있다는 유권해석을 내놨다. 민간 공사의 물가변동 배제 특약이 불공정 계약에 해당하기 때문에, 건설자재 가격 상승으로 공사비가 늘어나면 시공사가 발주사에 계약 대금의 증액을 요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토부는 지난 3월 1일 공동주택의 기본형 건축비를 작년 9월 대비 2.64% 올린 바 있다. 분양가 상한제 대상 아파트에 적용되는 기본형 건축비는 매년 3월 1일과 9월 15일 두 차례 정기 고시된다. 다만 기본형 건축비 고시 후 3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주요 자재 가격이 15% 이상 오르는 경우 이를 반영할 수 있다. 작년에도 고강도 철근 가격이 33% 오르자 같은 해 7월 기본형 건축비를 추가 인상했다.

이달 철근(SD400 10mm) 톤당 가격은 112만원으로 전년 동기 82만원 대비 36.6% 올랐다. 올해 1월 107만원 이후 5개월 연속 상승 중이다. 이달부터 레미콘 단가는 ㎥(입방미터)당 8만300원으로 13.1% 인상됐다. 레미콘 원재료인 시멘트 가격은 올해 2월 계약분부터 톤당 9만800∼9만4000원으로 15∼17% 가량 올랐다.

철근콘크리트 서울·경기·인천연합회는 지난 11일 원자재 가격 인상 등을 반영한 공사비 증액에 비협조적인 시공사의 현장은 6월 공사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부산·울산·경남지역 철근콘크리트 하도급 회사들은 파업 선언 나흘 만인 지난 9일 작업을 재개하기도 했다. 대형 건설사들은 현장별로 발주사에 공사비 증액 요구에 나선 상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건축비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자재가격이 오르면 분양가의 상승요인이 된다"며 "기본형 건축비의 최대 인상 폭인 5%가 적용되더라도 건설업계에서는 충분하지 못하다는 반응이 나올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건축비뿐 아니라 토지비도 올랐다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며 "이런 상황에서 분양가를 그대로 억제한다면, 신규 아파트의 분양이 늦춰질 가능성이 높고 이것은 주택공급확대라는 정책 방향에는 마이너스로 작용한다"고 덧붙였다.

[CEO스코어데일리 / 성희헌 기자 / hhsung@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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