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성능·연비·승차감 다 잡았다"…렉서스 뉴 ES300h

한결같은 정숙성·안정적 움직임 일품
전기모터 적극 개입해 연비 최고 수준
계기판 크기·카메라 화질 다소 아쉬워

렉서스 뉴 ES300h 주행 모습.<사진제공=렉서스코리아>

100년 넘게 이어온 내연기관차의 시대가 저물고 전기차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일종의 징검다리 역할을 하던 하이브리드차의 인기가 치솟고 있다. 이유는 장점이 그만큼 많기 때문이다.

우선 하이브리드차는 가솔린차, 디젤차 대비 연비가 좋고 정부가 지원하는 각종 세제 혜택을 누릴 수 있다. 또 전기차보다 가격이 싸고 충전 걱정으로 스트레스를 받을 필요도 없다. 최근에는 친환경 열풍과 고유가 흐름이 이어지면서 하이브리드차는 전기차 과도기의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하이브리드차에 대한 수요가 급격히 늘면서 '하이브리드 명가'인 렉서스를 찾는 소비자도 계속 많아지고 있다. 현재 렉서스의 모든 차종 중 가장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간판 모델은 단연 'ES300h'다.

특히 렉서스가 지난해 하반기에 선보인 7세대 ES300h의 부분변경 모델은 높은 연비와 우수한 승차감 등을 앞세워 수입 하이브리드차 시장을 꿰찬 벤츠, BMW, 볼보의 자리를 넘보고 있다. 신형 ES300h는 과연 4세대 ES300이 누렸던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고 렉서스의 부활을 이끌 견인차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최근 신형 ES300h를 타고 서울에서 출발해 경기도 일대를 왕복하는 100㎞ 구간을 달렸다. 시승 차량은 뉴 ES300h 이그제큐티브 트림으로 럭셔리(6110만원), 럭셔리+(6320만원), 이그제큐티브(6710만원) 등 3개 트림 중 최상위 모델이다.

뉴 ES300h의 첫인상은 강렬하다. 렉서스의 상징인 전면의 거대한 스핀들 그릴 패턴이 기존 세로형에서 L자형으로 바뀌면서 더 공격적이고 와이드한 느낌을 준다. 날카로운 헤드램프의 LED 렌즈는 원형에서 직사각형 모양으로 변경돼 눈매가 한층 또렷해졌다.

쿠페 스타일의 측면은 날렵한 실루엣과 부드러운 루프 라인이 조화를 이루는 묘한 매력이 돋보인다. 후면은 리어 스포일러로 한껏 멋을 낸 모습이다. 그 아래에 얇게 처리된 L자형 리어램프와 두터운 범퍼는 볼륨감 있고 안정적인 인상을 준다.

운전석에 앉으면 차량이 운전자를 감싸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꽤 묵직한 핸들과 계기판 상단에 있는 레버는 렉서스의 대형 세단 LS500을 떠올리게 한다. 헤드업 디스플레이는 밝기와 선명도 모두 뛰어나다.

센터페시아에 있는 12.3인치 크기의 디스플레이에는 터치 기능이 새롭게 추가됐다고 한다. 실제 조작 시 반응 속도가 빠르고 터치감도 좋다. 시트는 통풍, 열선을 모두 지원하고 온도를 자동으로 조절해주는 오토 모드도 있다. 기어 레버 주변의 컵홀더 깊이를 버튼 하나로 조절할 수 있는 점도 인상적이다.

가장 만족스러웠던 부분은 고급스러운 실내 소재다. 일단 저렴한 플라스틱 소재는 아예 찾아볼 수 없다. 심지어 1열 시트의 뒷부분까지 가죽으로 마감한 걸 보면 디테일이 수준급이다. 소재의 재질, 마감 품질 면에서 본다면 동급 모델인 벤츠 E클래스나 BMW 5시리즈보다 한 단계 위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2열에 앉아보니 다리 공간이 상당히 넓었다. 머리 공간은 충분하지만, 넉넉한 편은 아니었다. 454ℓ 용량의 트렁크 공간은 9인치 골프백 4개가 들어갈 정도의 크기다. 다만 7인치 계기판의 크기를 좀 더 키우고 낮은 후방 카메라 화질을 개선하면 좋을 것 같았다.

렉서스 뉴 ES300h 실내.<사진제공=렉서스코리아>

뉴 ES300h에는 2.5ℓ 직렬 4기통 가솔린 엔진과 무단변속기(e-CVT), 그리고 2개의 고출력 전기모터가 조합된다. 시스템 합산 최고출력은 218마력, 최대토크는 22.5㎏·m다. 시속 40㎞ 이하의 저속 구간은 물론 엔진이 개입하는 고속 구간에서도 한결같은 정숙성을 보여준다. 무단변속기는 발진 가속 시 반응이 빠르지는 않지만, 꾸준히 매끄러운 가속을 돕는다.

하체는 다소 단단한 편이다. 코너 구간에서 핸들을 빠르게 돌려도 쏠림이 거의 없다. 마치 바퀴가 노면에 밀착한 상태로 달리는 듯한 느낌이다. 핸들의 감각은 직관적이고 조금만 돌려도 방향 전환이 쉽다. 잘 조율된 서스펜션 때문인지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마다 충격을 부드럽게 흡수한다.

하이브리드차의 정석으로 평가받는 만큼 연비는 최고 수준이다. 뉴 ES300h의 공인 복합연비는 17.2㎞/ℓ인데, 시승을 마친 후 최종연비는 22.4㎞/ℓ가 나왔다. 가속페달을 밟는 시간이 길수록 연비가 떨어지는 가솔린차, 디젤차와 달리 전기모터가 적극적으로 개입한 덕에 전 구간에서 고른 연비를 보여줬다.

ES300h는 렉서스의 자신감이 집약된 대표 모델로 수입 하이브리드 베스트셀링카 상위권에 매번 이름을 올리며 상품성을 입증받았다. 이제 남은 건 시장의 반응이다. 현대자동차·기아, 벤츠, 볼보를 비롯해 볼보마저 하이브리드차 시장에 뛰어드는 치열한 경쟁 구도 속에서 ES300h가 렉서스만의 매력을 어필하며 다시 정상에 오르는 날이 올지 주목된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병훈 기자 / andrew45@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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