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 ‘가락시장 가격정보 개편’ 연구 마쳐…서울농수산공사에 힘 싣기

농산물 단가, 농업정책 기준 된 가락시장 농산물 가격정보 체계
서울농수산공사 ‘등급제 부정확’, 개편체계 추진…농업계 반발로 유보
aT, 내용 민감했나…‘농식품부 유통개선 과제 일환내용’ 이유로 비공개

전남 나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사옥의 모습. <사진=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사장 김춘진)가 지난달 가락시장의 가격정보 개편과 관련한 연구를 마친 것으로 나타났다. 농산물 단가부터 관련 농업정책에 영향을 줄 가락시장 가격체계 개편에 대한 연구로, 개편체계를 추진하는 서울농수산공사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17일 aT에 따르면 aT는 최근 고려대 산학협력단에 맡긴 ‘가락시장 가격정보 개선방안 연구용역’을 지난달 말 완료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락시장의 가격정보 개편에 따른 영향과 타당성, 품목별 가격 시뮬레이션, 개편에 따른 사회적 영향을 분석하는 연구다.

여기서 말하는 가격정보란 서울 최대 농수산물 종합 유통 도매시장인 가락시장이 농산물 상품에 대해 매기는 가격정보 및 산정 체계를 말한다. 당일 도매시장에 올라오는 상품들을 가격별 서열에 따라 물량 가중치를 적용해 품목별 등급(특, 상, 보통, 하)으로 나누는 방식이다. 상위 5%면 ‘특’, 35%면 ‘상’, 중위 40%면 ‘보통’, 하위 20%는 ‘하’ 같은 식이다.

가락시장은 이 가격정보 체계를 지난 36년간 유지해왔다. 그런데 가락시장 운영기관인 서울특별시농수산식품공사는 지난해 7월 말 이를 전환할 것이라 밝혔다. 농산물은 축산물처럼 공인 등급판정 제도가 없어 도매시장에서 자체적으로 등급을 매기는데, 여기에 정확한 품질 기준 반영이 되지 않거나 생산자의 주관적인 등급 표기가 가능하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공사가 제시한 개편된 가격정보 체계는 기존의 '특~하' 등급을 폐지하고 가격군별 물량 가중치로 나눠 ‘고가평균(상위 20%’), ‘중가평균(중위 60%)’, ‘저가평균(하위 20%)’로 분류한다. 여기에 품목별 경매, 정가·수의 매매나 시장도매인 등 거래방법별 반입량과 가격정보도 제공한다는 계획이었다.

반면 농업계는 이에 대해 ‘협의없는 일방적 졸속추진’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가락시장이 국내 최대 농산물 도매시장인 만큼, 이곳을 통해 농산물 시장가가 형성된다. 이 때문에 가격 산정 기준에 대한 전환은 경매 참여자 등 업계 관계자들에게는 사업상 민감한 사안이 된다.

특히 현행 농작물재해보험·농업수입보장보험, 정부의 농산물 수급조절과 농산물 피해가격 산정 등 관련 농업정책에 적용되는 단가의 기준 또한 가락시장 가격정보 체계와도 밀접한 것으로 전해진다. 농업계는 이를 근거로 가격체계 전환에 따른 혼란을 우려하는 상황이다.

반발이 거세지자 서울공사는 당시 해명을 통해 “농림축산식품부 등 관계기관과 충분히 협의할 것”이라 해명하며 개편 추진을 잠시 보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확인결과 가락시장 가격정보는 기존체계와 개편체계를 동시 병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 실제 가격적용은 기존체계로 한 산정가를 쓰고, 개편체계로 한 산정가는 가격 비교 차원에서 제공되고 있다.

서울공사는 “시장가격이 개편체계를 적용한 가격으로 대체될 때까지는 최소 5년 정도 병행 방식을 지속할 계획”이라며 “내부 시뮬레이션으로 개편체계 영향을 시험하고 있다. 다만 구체적인 가격체계 전환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농업계의 반발로 가격체계 전환이 유보된 상태에서 aT의 이번 연구는 서울공사의 가락시장 가격정보 개편 추진에 힘을 실어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여파의 민감성을 의식한 듯 aT는 관련 공시에서 ‘농식품부 유통개선 과제 일환’이란 이유로 연구내용을 비공개 처리했다. 공개일자는 올해 12월 31일이다.

[CEO스코어데일리 / 현지용 기자 / hjy@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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