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계 ‘자이언트 스텝’ 타격 현실화

속도 붙은 통화정책…추가 금리인상 예고
채권 가치 떨어지며 RBC비율도 동반 하락

예상보다 빠른 금리 인상 속도가 보험업계에 부담을 안기는 모습이다. 통화완화 정책 종료로 재무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RBC) 비율이 급락한 상황에서 하반기 추가 금리 인상까지 예고돼 보험사의 지표 관리는 이전보다 훨씬 어려워질 전망이다.


23일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국내 생명보험사의 올 1분기 RBC 비율은 208.78%을 기록했다.

1년 전 수치인 273.17%와 비교하면 총 64.39%포인트 떨어졌는데 전 분기 대비 하락폭은 올 분기가 가장 크다. 세부적으로 지난해 말 RBC 비율은 254.41%로 3개월만에 45.63%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금리 인상에 따른 여파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해 8월 이후 다섯 차례의 금리 인상을 단행하며 기준금리를 1.75%%까지 끌어올렸는데 이 과정에서 보험사가 보유한 채권 가치가 떨어진 탓이다. 문제는 미 연준이 ‘자이언트 스텝’을 밟으면서 한은 역시 추가적인 금리인상을 예고하고 있다는 점이다.  

보험사는 보유채권을 만기보유증권과 매도가능증권으로 분류하는데, 장기 보험부채와의 매칭 목적으로 운용하는 매도가능증권의 경우 매 분기 시장 가치를 반영해 평가손익을 산정한다. 

통상적으로 금리가 인상될 경우 채권의 평가이익은 감소하기 때문에 가용자본을 요구자본으로 나눈 비율로 산출하는 RBC 비율은 동반 하락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특히 운용자산 중 채권 비중이 높은 보험사의 특성상 금리 급등은 더욱 큰 영향으로 작용한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지난해 말 기준 생보사와 손보사의 채권 비중은 각각 58.7%과 45.7% 수준이다.

이에 실제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RBC비율이 보험업법 상 규제치인 100% 아래를 기록한 회사는 MG손해보험이 유일했지만 올 3월 말 기준으로는 DGB생명도 추가됐다.

DGB생명의 1분기 기준 RBC비율은 전 분기 223.6% 대비 138.2%포인트 급락한 85.4%다. 급한대로 지난 4월 3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통해 비율을 108.5%까지 끌어올렸지만 당국의 권고치인 150%는 아직 밑돈다.

아울러 △흥국화재(146.65%) △DB생명(139.14%) △농협생명(131.5%) △한화손해보험(122.8%) 등 역시 올 1분기에 150%선 아래로 떨어졌다.

이병건 DB금융투자 연구원은 “국고 10년물 금리가 12월 말 2.255%에서 3월 말 2.965%까지 상승하면서 매도가능채권 평가손실이 발생해 자본이 감소하고 RBC비율이 하락한 것으로 보인다”며 “지난달 18일 기준 국고 10년물 금리는 3.315%로 큰 폭으로 상승한 만큼 6월 말 RBC비율은 더 하락할 예정”이라고 분석했다.

이 같은 상황에 당국은 오는 6월 말 기준 비율 산출부터 ‘책임 준비금 적정성 평가제도(LAT)’ 잉여액을 RBC비율에 가용자본으로 인정할 수 있도록 규제를 일부 완화했지만 소형 보험사에는 그 효과가 미미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가 하반기 세 차례의 추가 금리 인상을 통해 기준금리를 2.50%까지 전망하고 있는 만큼 보험사의 추가 지표 하락은 불 보듯 뻔한 상황이라는 이유에서다.

금리 인상은 물론 현재 외환시장이 불안하다는 점 역시 보험사의 건전성 지표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보험사는 해외 장기채권투자를 단기로 환헷지하고 있는데 환율이 오를 경우 비용이 상승하고 차환 리스크가 증가한다. 특히 중소형 생보사의 경우 환헤지 만기가 상대적으로 짧은 탓에 부담이 더욱 가중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보험업계에서는 킥스(K-ICS)가 도입되면 기존 RBC비율 제도로 평가됐던 건전성 문제는 일부 해소될 것으로 보고있다”면서도 “다만 오히려 대형사와 중소형사 간의 양극화 현상은 더욱 명확하게 나타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실질적인 자본건전성 관리도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유수정 기자 / crysta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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