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업계, 정제마진 하락·환율 상승 ‘이중고’…수익성 악화 불가피  

정제마진 올해 최저점인 2.7달러까지 하락
환율 상승으로 원유 구매 부담 확대
국제유가 하락하면 재고평가손실까지 겹칠 경우 실적 악화 예상

상반기 역대급 실적을 올렸던 정유업계가 정제마진 하락과 원·달러 환율 상승 영향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 여기에 국제유가 하락까지 겹치면 재고평가손실까지 떠안아야 하반기 실적이 예상보다 부진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9월 둘째 주 기준 정제마진은 배럴당 2.7달러로 올해 들어 최저점을 찍었다. 9월 첫째 주 8.4달러 대비 5.7달러(-67.9%) 하락했으며, 지난 6월 올해 최고점인 29.5달러에 비해서는 26.8달러(-90.8%) 떨어졌다.

정제마진은 정유업계의 수익성 지표 중 하나로 석유제품 가격에서 생산비용을 뺀 것이다. 업계 내에서는 배럴당 4~5달러를 손익분기점으로 보고 있는데 이를 하회하는 수준까지 떨어지면서 정유업계의 수익성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이번 정제마진 하락은 중국의 석유제품 수출 쿼터 확대 요구로 인한 공급 증가 우려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중국의 수출 쿼터가 늘어날 경우 정제마진 약세는 지속될 수 있어 국내 정유업체들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최영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정유사들의 올해 마지막 수출 쿼터 예상 규모는 150만톤이었는데 추가로 1500만톤의 수출 쿼터를 요구하면서 공급 증가 우려가 정제마진 하락으로 이어졌다”며 수출 쿼터 요구가 모두 적용될 것인지는 불확실하지만 정제마진 상승을 제한하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환율 상승으로 인한 원유 구매 부담도 커지고 있다. 정유업체들은 원유를 달러로 수입하고 있는데 자금 융통을 위해 대금 지급을 일정 기간이 지난 후에 결제한다. 결국 이 기간 동안 환율이 상승하게 되면 원유 구매 대금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어 정유업체들의 원유 구매 부담은 이어질 전망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환율이 상승하면 부채 부담이 커지면서 환차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국내 정유업체들은 수출 비중도 높기 때문에 환율 상승으로 인한 부담을 일부 상쇄할 수는 있다”라고 말했다.

국제유가도 하락하고 있다는 점도 정유업체들의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유가는 지난달 말에는 배럴당 100달러 수준을 유지했지만 이번달 들어 하락세를 보이면서 19일 기준 배럴달 90.36달러까지 떨어졌다.

정유업체들은 원유를 수입해 이를 판매하기까지 2~3개월이 걸린다. 국제유가가 하락하게 되면 기존에 높은 가격으로 구매했던 원유를 낮은 가격에 판매하게 되면서 재고평가손실이 발생하고 이로 인해 수익성도 악화된다. 앞으로도 국제유가 하락이 이어진다면 재고평가손실까지 더해져 실적 감소는 더욱 두드러질 전망이다.

또 다른 정유업계 관계자는 “상반기에는 재고평가이익을 올리면서 역대급 실적에 기여했지만 하반기에는 재고평가이익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국제유가 하락이 이어지게 되면 재고평가손실까지도 떠안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박준모 기자 / Junpark@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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