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 비정규직 노조도 파업 강행…장기화 땐 국내 철강 공급 차질

노조 게릴라 파업 이어 하청업체 노조도 총파업 강행
포스코 포항제철소 침수 겹쳐 철강 공급 부족 가능성 커

현대제철이 노조의 파업으로 인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24일과 25일 현대제철 정규직 노조가 게릴라성 파업을 벌인 데 이어 이번에는 비정규직(하청업체) 노조가 파업을 강행하기 때문이다. 업계 내에서는 포스코 포항제철소 침수 피해로 인한 공급 차질에 이어 현대제철 노조 파업까지 겹침에 따라 국내 철강 공급 부족 현상이 나타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 하청업체 노조는 28일 파업을 진행한다. 

하청업체 노조는 정규직 채용 문제를 놓고 현대제철과 갈등을 빚고 있다. 지난해 현대제철은 자회사를 설립하고 하청업체 노동자들을 채용했다. 하지만 하청업체 노조는 자회사를 통한 채용으로 저임금 구조가 지속되고 있어 직접고용이 필요하다며 파업을 진행했다.

당시 현대제철은 고용 보장과 자회사 인원 추가 모집을 하지 않겠다는 조건을 제시해 파업이 일단락 됐다. 그러나 아직까지 직접적인 고용이 이뤄지지 않다보니 하청업체 노조가 올해 다시 파업을 강행키로 한 것이다.

현대제철 노조도 지난 24일부터 25일까지 당진제철소 특수강과 후판 부문에서 게릴라성 파업을 진행하고 추가 파업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게릴라성 파업은 사측에 일정을 알리지 않고 파업을 진행하는 것이어서 생산 차질이 발생한다. 

현대제철 노조는 사측이 지난 22일 16차 임금 및 단체협상 교섭에 참가하지 않아 파업을 강행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사측은 현재 노조 당진제철소 지회와 나머지 4개 지회(인천·포항·순천·당진하이스코)가 임금체계가 다르기 때문에 협상을 같이 진행할 수 없는데 노조에서 공동으로 협상을 추진하고 있어 교섭 자체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설명한다.

현대제철 사측은 현재와 같이 노조가 지속적으로 공동 교섭을 요구한다면 앞으로도 교섭에 나서지 않을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사측과 노조가 협상을 놓고 평행선을 그리고 있는 만큼 파업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문제는 현대제철 노조의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포스코의 포항제철소 침수로 인한 철강 공급 차질과 겹치면서 국내 철강 부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포스코 포항제철소도 정상화까지 3개월이 걸릴 전망이다. 실제 노조가 파업을 벌이고 있는 특수강과 후판 부문은 수요산업 소재로 사용되고 있다. 특수강은 자동차 소재로 들어가며, 후판은 조선용으로 납품되고 있다. 

완성차업계와 조선업계는 재고를 2개월에서 3개월치를 확보하고 있어 당장 파업으로 인한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파업이 장기화된다면 재고 소진이 이뤄지면서 수요업체들의 생산에도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 

철강업계 내에서도 파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포스코 포항제철소가 침수 피해로 인해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에서 현대제철까지 파업을 벌인다면 가격 상승으로 인한 수요업계의 부담 증가가 나타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 기초산업 소재로 범용적으로 사용되는 열연강판은 8월 말 톤당 100만원에서 한 달 만에 톤당 120만원까지 상승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포스코 침수 피해 이후로 전체적인 철강 가격이 상승하고 있는데 현대제철 파업으로 인해 철강 공급 부족이 가속화된다면 가격 상승을 더욱 부추기면서 수요업계 부담이 커질 것”이라며 “중국산 철강재 유입이 늘어난다면 시장 가격 혼란과 함께 품질 저하 문제까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노조가 수해로 힘들어하는 철강산업과 철강 공급 부족을 걱정하는 수요업계 상황을 고려해 대승적인 차원에서 파업을 중단하고 안정적인 철강재 공급에 나서 주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박준모 기자 / Junpark@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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