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가 곧 혁신 아냐”…광화문에 울린 보험대리점 대갈일성

5일 온라인플랫폼 보험진출 저지 2차 결의대회
보험대리점업계 “빅테크 위협으로 설계사 생계 위협”
빅테크 3사 모두 자회사 대리점 보유…“단순 추천으로 끝나지 않을 것”

5일 서울 광화문역 인근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 '온라인플랫폼 보험진출 2차 결의대회'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사진=김기율 기자>

“카카오는 혁신 기업이 아니다. 카카오택시 사례에서 볼 수 있다시피 노동자의 고혈로 수수료를 편취하는 기업일 뿐이다.”

5일 오후 서울 광화문역 인근에서 열린 ‘온라인플랫폼 보험진출 저지 2차 결의대회’에서 연단에 오른 보험대리점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이 같이 말했다.

이날 집회 장소는 한국보험대리점협회 및 회원사, 보험영업인 노동조합 연대 등 전국에서 올라온 보험설계사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삼성화재와 DB손해보험, 메리츠화재 등 대형 보험사부터 피플라이프, 에이플러스에셋 등 보험대리점까지 소속 설계사들도 다양했다.

집회 초반까지만 해도 자리에 참석한 설계사들은 흡사 단합대회에 나온 듯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이어갔다. 그러나 이들은 연단에 오른 인사들의 발언이 이어지자 이내 모두 심각한 표정으로 경청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왜 광화문역 인근 도로변에 나와 “투쟁”을 외쳤던 걸까. 바로 네이버와 카카오, 토스 등 빅테크가 보험업에 진출할 수 있는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지난 8월 금융규제혁신위원회를 열고 전자금융사업자가 여러 보험상품을 하나의 플랫폼에서 비교·추천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비교 서비스 대상 상품의 범위는 온라인(CM) 채널뿐만 아니라 텔레마케팅(TM) 채널, 대면 채널 등으로까지 확장하도록 했다. 다만 종신·외화·변액 등 불완전판매가 불거질 수 있는 고액 상품은 제외했다.

보험대리점업계는 대형 자본의 시장 진출로 소속 설계사들의 일자리가 큰 폭으로 줄어들 것을 우려하고 있다. 앞서 방카슈랑스(은행에서의 보험 판매) 사례와 같이 온라인플랫폼 비교 서비스가 급격히 시장을 잠식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생명보험 보험료 수입의 51.5%를 방카슈랑스가 차지했다. 전속 설계사 수는 방카슈랑스 도입 전 2002년 말 16만7000명에서 지난해 말 6만7000명으로 59.9% 감소했다.

손영훈 한국보험대리점협회 본부장은 “금융당국은 온라인플랫폼에 보험 비교 추천 서비스를 허용하면서 기존 보험 판매 전원의 갈등과 해결책을 내놓지 않았다”며 “45만 보험 영업인과 보험 대리점은 생계를 위협받고 일자리를 잃을 상황에 처했다”고 비판했다.

5일 서울 광화문역 인근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 '온라인플랫폼 보험진출 2차 결의대회'에서 참석한 보험대리점을 나타내는 깃발을 들고 기수들이 입장하고 있다. <사진=김기율 기자>

그는 이번 정책이 단순 빅테크의 상품 추천 서비스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손 본부장은 “네이버는 NF보험서비스, 카카오페이는 KP보험서비스, 토스는 토스인슈어런스 등 각자 자회사 대리점을 보유 중”이라며 “온라인플랫폼에서 비교 추천 후 자회사 대리점에서 후속 절차를 진행할 경우 온라인플랫폼의 보험판매를 허용한 것과 동일하다”고 지적했다.

대리점업계는 온라인플랫폼의 비교 추천 서비스가 소속 설계사의 일자리 감소뿐만 아니라, 소비자 불편으로까지 이어질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온라인플랫폼 내 비교 추천 기능만으로는 소비자 니즈에 부합하는 상품을 제공할 수 없고, 중개 수수료 부과로 인한 소비자의 보험료 부담은 늘어날 것이라는 설명이다.

조경민 한국보험대리점협회 회장은 “은행, 증권과 달리 보험산업에만 모집조직이 존재하는 것은 전문적인 설명과 안내가 필요한 보험 본연의 가치인 보장기능 때문”이라며 “편리성만을 내세운 거대 자본 온라인플랫폼의 이익추구에 보험산업 혼란과 보험 본연의 가치가 훼손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리점업계는 이달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온라인플랫폼의 비교 추천 서비스 반대 의견이 관철되도록 노력하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론스타 사태와 은행권 횡령 사고 등 금융권의 굵직한 이슈가 산적해있어 이들의 노력이 국회까지 닿을지는 미지수다.

한국보험대리점협회 관계자는 “영세한 사회 약자인 보험 영업인들의 생존을 위협하고 이에 대한 마땅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는 금융당국의 모습에 개탄한다”며 “생존권 사수를 위한 보험영업인의 요구사항이 관철될 때까지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기율 기자 / hkps099@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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