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전망/지경초] 코로나19 버틴 보험업계, ‘3高’ 위기 속 기회 잡기 총력

전체 순익 늘었지만…업권 구조차에 희비 엇갈린 생·손보사
금리 인상과 채권시장 경색으로 자금조달 어려움 겪기도
올해 역시 3고 현상에 불확실성 커져…빅테크 시장 진출도 우려
지속성장과 상위권 도약 피력…IFRS17 도입 효과도 기대

2022년은 보험사들에 있어 참으로 다사다난한 해였다. 코로나19 거리두기 조치 해제, 각종 자연재해 등으로 영업환경 변동성이 컸던 데다,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자본 건전성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올해 역시 고물가·고금리·고환율 ‘3고(高) 충격’으로 수익성에 큰 타격이 예상되는 가운데, 위기 속 기회를 붙잡기 위한 보험사들의 움직임이 벌써부터 분주하다. 신년 최대 화두인 새 회계제도 도입에도 만전을 기하고 있다.

◇손보 ‘웃고’ 생보 ‘울고’…지난해 실적에 엇갈린 희비

국내 보험업계는 지난해 수익 보전에 총력을 다한 결과, 개선된 순익을 올릴 수 있었다. 다만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의 실적은 희비가 엇갈렸다. 이는 두 업권의 구조적 차이에서 기인했다는 게 금융권 중론이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2년 1~9월 보험회사 경영실적(잠정치)’에 따르면 보험사 54곳의 지난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7조7612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7% 증가했다.

생보사 23곳의 3분기 누적 순익은 2조9437억원으로 1년 전보다 20.3% 감소했다. 같은 기간 수입보험료는 4조5546억원으로 5.5% 줄었다. 증시 불황으로 인한 변액보험 판매 악화 등으로 보험영업손익이 악화했고, 채권가격 하락에 따른 금융자산 처분손익 감소로 투자영업이익이 줄어든 탓이다.

반면 손해보험사 31곳의 누적 순익은 4조8175억원으로 22.3% 증가했다. 수입보험료 역시 전 종목에서 고르게 증가하며 7.2% 늘어난 78조6437억원을 기록했다. 장기보험 손해율 하락 등으로 보험영업이익이 개선됐으며, 환율 상승으로 외화환산이익이 증가해 투자영업이익도 늘었다.

상위권 보험사의 순익(연결기준)만 비교해봐도 각 업권이 처한 상황을 확인할 수 있다. 4대 손보사의 지난해 3분기 누적 순익은 삼성화재 1조1019억원(3.3%↑), DB손해보험 8524억원(15.9%↑), 현대해상 5023억원(28.6%%↑), KB손해보험 5207억원(93.4%↑) 등 모두 전년보다 개선됐다.

같은 기간 상위 4개 생보사의 경우 삼성생명 6404억원(54.0%↓), 한화생명 8063억원(8.4%↓), 교보생명 4667억원(28.9%↓), 신한라이프 3696억원(8.0%↓)으로 1년 전보다 악화한 성적표를 받아들였다.

지난해 11월 24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마친 뒤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이날 한은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연 3.0%에서 3.2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사진=연합뉴스>
지난해 11월 24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마친 뒤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이날 한은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연 3.0%에서 3.2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사진=연합뉴스>

◇금리 인상에 건전성 휘청…채권시장 경색으로 자금조달도 난항

한국은행은 지난해 1월과 4월, 5월, 7월, 8월, 10월, 11월 등 총 7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현재 기준금리는 연 3.25%로 1년 전(1.00%)보다 2.25%포인트나 상승했다.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보험사들이 보유한 채권의 평가 손실은 늘어났고, 이는 지급여력(RBC)비율 하락으로 이어졌다.

여기에 하반기 레고랜드 사태까지 발생하며 채권시장 불확실성은 더욱 커졌다. 보험사들은 연달아 채권 발행에 고배를 마셔야 했고, 급기야 흥국생명은 신종자본증권의 조기상환권(콜옵션) 미행사를 선언하기도 했다. 현재는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급한 불은 끈 상태다.

고금리로 자금이 시중은행으로 이동하는 ‘역(逆)머니무브’ 현상까지 벌어지자 일부 생보사들은 2%대에 머물던 저축성보험 상품의 금리를 5%대까지 끌어올리기까지 했다. 이 같은 현상은 상대적으로 자금 규모가 적은 중소형 생보사에서 두드러졌다.

그러나 고금리 저축성보험 상품은 당장의 유동성 위기는 극복할 수 있지만, 향후 금리 인하 시기에 역마진 위험에 빠질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지난해 말 생보사들에 공문을 보내 고금리 저축성보험 상품 판매를 자제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3고 현상’에 불확실성 커져…빅테크 경쟁 심화도

올해 금융산업은 고물가와 고금리, 고환율 등 ‘3고’ 현상으로 성장성과 수익성 모두 내리막길을 걸을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보험업권은 저출산이라는 사회현상까지 더해 수요까지 위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나금융연구소는 ‘2023년 금융산업 전망’ 보고서에서 “보험업은 경기 둔화에 따른 보험 수요 위축으로 낮은 성장률이 예상되는 가운데, 생명보험은 금리상승기 채권매매수익 확보의 어려움 등으로 투자손익이 정체되고, 손해보험도 사회적 이동 증가에 따른 손해율 상승으로 수익성이 다소 악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주요 보험사 CEO들 역시 올해 업황이 만만찮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은 현재 경영환경이 새로운 위기와 기회가 언제 어디서 어떠한 형태로 나타날 수 없는 ‘복합 불확실성’을 띄고 있다고 진단했으며, 김기환 KB손해보험 대표 역시 ‘불확실 속의 위기’에 처해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해 10월 5일 서울 광화문역 인근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 ‘온라인플랫폼 보험진출 2차 결의대회’에서 참석한 보험대리점을 나타내는 깃발을 들고 기수들이 입장하고 있다. <사진=김기율 기자>
지난해 10월 5일 서울 광화문역 인근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 ‘온라인플랫폼 보험진출 2차 결의대회’에서 참석한 보험대리점을 나타내는 깃발을 들고 기수들이 입장하고 있다. <사진=김기율 기자>

네이버와 카카오 등 빅테크가 보험 사업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는 점도 불안 요소다. 일각에서는 거대 플랫폼을 토대로 쌓아 올린 소비자 데이터를 토대로 빅테크가 시장을 잠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해 8월 금융위원회가 금융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시범 운영을 허용한 ‘온라인 보험상품 비교·추천 서비스’는 보험업계 반발로 별다른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다만 관련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 니즈가 커진 만큼, 향후 운영을 시작하면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관측된다.

◇위기 속 도약 발판 마련에 분주…IFRS17 도입도 기회

이러한 악재 속에서도 국내 보험사들은 변화와 혁신을 통해 활로를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보수적인 경영 기조를 내비칠 것이라는 당초 예상과 달리, 주요 보험사 CEO들은 신년사를 통해 업계 상위권 진입과 지속성장을 피력했다.

신한라이프는 올해 이영종 신임 대표 취임에 맞춰 ‘팀 라이프(Team LIFE) 2023’을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해당 슬로건은 CEO뿐만 아니라 임직원 모두 하나의 팀이 돼 움직여야 톱(Top)2가 될 수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신한라이프는 올해 새로운 영업조직 모델을 도입하는 한편, ICT·디지털 경쟁력을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말 조직개편으로 출신과 학력, 성별, 나이에 상관없이 성과와 능력을 바탕으로 경영진과 팀장을 발탁해 자연스러운 세대교체도 꾀했다.

2일 서울 강남 역삼동 KB라이프타워에서 열린 KB라이프생명 출범식에서 이환주 KB라이프생명 대표이사 사장이 발언하고 있다.<사진 제공=KB라이프생명>
2일 서울 강남 역삼동 KB라이프타워에서 열린 KB라이프생명 출범식에서 이환주 KB라이프생명 대표이사 사장이 발언하고 있다.<사진 제공=KB라이프생명>

푸르덴셜생명과 KB생명의 통합법인 ‘KB라이프생명’은 최근 출범식에서 오는 2023년 업계 3위를 달성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판매전문자회사 KB라이프파트너스를 비롯해 법인보험대리점(GA), 방카슈랑스(BA), DM(다이렉트마케팅), 온라인 등 다양한 영업채널에서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DB손해보험은 업계 1위 삼성화재와의 격차 줄이기를 목표로 삼았다. 이를 위해 선제적 상품 개발, 전략적 상품 포트폴리오 최적화, 펫보험·헬스케어 등 신수익 모델 발굴 등에 힘을 쏟겠다는 방침이다.

올해 도입된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은 보험사에 기회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IFRS17은 보험사가 가입자에게 돌려줘야 할 보험금, 즉 보험부채를 원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한다. 이에 따라 금리 변화에 따른 자본 변동성이 축소될 것으로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다만 모든 보험사가 IFRS17 수혜를 입을 것으로는 보기 어렵다. 보험 포트폴리오나 자본관리능력 등 보험사별로 제도 도입 대비 정도가 크게 다르기 때문이다.

김한올 나이스신용평가 선임연구원은 “보험 포트폴리오 구성에 따라 과거 대비 높은 수익성을 시현하는 보험사가 있는 반면, 높아진 보완자본 의존도로 수익성 및 자본적정성 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보험사가 존재할 수 있다”며 “보험업권의 양적·질적 자본확충 부담은 지속적인 이슈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기율 기자 / hkps099@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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