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시스 GV60 내수 판매 ‘빨간불’…반도체·고금리 ‘발목’

지난해 5639대 팔려…월평균 470대 수준
아이오닉5·EV6 이어 아이오닉6에도 밀려
혼류 생산 불가능·신차 구매력 약화 영향

제네시스의 첫 전용 전기차인 ‘GV60’이 지난해 내수 시장에서 다소 아쉬운 판매 실적을 기록했다.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 등에 따른 생산 차질, 가격 인상과 고금리 여파 등으로 국내 소비자의 신차 구매력이 크게 약화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20일 현대자동차에 따르면 제네시스 GV60의 지난해 국내 판매량은 5639대로, 월평균 판매량이 470대 수준에 그쳤다. 현대차·기아와 제네시스가 지난해 국내에서 판매한 승용차 중 단종설이 제기된 스팅어(1984대)를 제외하면 가장 낮은 연간 판매량이다.

특히 GV60은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함께 공유하는 형제차인 현대차 아이오닉5와 기아 EV6는 물론 가장 최근에 출시된 아이오닉6보다도 저조한 판매 실적을 기록했다. 지난해 국내에서만 2만7399대가 팔린 아이오닉5는 전기차 대중화를 견인했고, EV6도 2만4852대가 판매되며 비교적 선전했다. 지난해 9월 국내에 출시된 아이오닉6의 경우 불과 4개월 만에 1만1289대의 판매고를 올릴 정도로 신차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GV60은 제네시스가 2021년 9월 세계 최초로 공개한 럭셔리 준중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다. 제네시스의 디자인 철학인 ‘역동적인 우아함’을 바탕으로 한 독특한 디자인을 비롯해 최대 451km에 달하는 1회 충전 주행거리, 안면 인식으로 차량 도어를 잠금·해제하는 페이스 커넥트 기술 등 강점을 앞세워 해외 시장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실제로 GV60은 올해 자동차 업계 오스카상으로 불리는 ‘2023 북미 올해의 차’ 시상식에서 기아 EV6, 캐딜락 리릭과 함께 최종 후보에 올랐고, 지난해 유럽의 신차 안전성 평가 프로그램인 유로 앤캡에서 최고 등급인 ‘별 다섯’을 획득하기도 했다.

제네시스 ‘2023 GV60’.<사진제공=현대자동차>

하지만 GV60은 제네시스의 안방 시장인 내수 시장에서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GV60이 국내에 출시된 2021년 11월 이후에도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 등으로 인해 제네시스가 핵심 부품 확보에 어려움을 겪은 영향이 컸다. 국내 수요는 여전히 많지만, G80 EV·GV70 EV와 달리 혼류 생산이 어려운 탓에 생산 효율이 낮은 점도 생산 차질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제네시스가 GV60의 물량 공급에 차질을 빚으면서 올해 1월 기준 GV60의 출고 대기 기간은 12개월로 지난해 12월과 같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 기간 쏘나타, 그랜저와 혼류 생산된 아이오닉6의 출고 기간이 18개월에서 16개월로 단축된 것과 대조된다.

더 큰 문제는 지난해 연이은 금리 인상으로 올해 경기 침체가 본격화하면서 국내 소비자의 신차 구매력이 빠르게 약화하고 있는 점이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최근 우리·신한·롯데·하나·삼성 등 5개 주요 카드사의 자동차 할부 금리는 최대 10%를 넘어섰다. 이 때문에 고금리에 부담을 느낀 국내 소비자가 신차 계약을 취소하고, 구매를 미루는 사례가 급격히 늘고 있다.

업계에서는 GV60의 국내 판매 반등은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일명 ‘카플레이션’으로 불리는 제조사의 차량 가격 인상 움직임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앞서 제네시스는 지난해 12월 GV60의 연식변경 모델인 ‘2023 GV60’을 출시하면서 가격을 평균 437만원 인상했다.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인해 가중된 제조 원가 상승분을 판매 가격에 반영한 것으로, 올해 신차 구매를 앞둔 국내 소비자로서는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은 제네시스가 잡은 GV60의 내수 물량 대비 국내 수요가 많지만, 경기 침체가 본격화하면 얘기가 달라진다”며 “올해 전기차 구매 보조금이 축소되면 GV60의 가격 경쟁력도 약화할 수 있어 판매 반등 요인은 제한적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병훈 기자 / andrew45@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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