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그룹 지배구조 진단] ②SK그룹, 중간지주제 전환 지배구조 다져…“취약한 소유지분·이혼소송 큰 변수”

SK이노·SK스퀘어·SKC ‘중간지주’ 체제 전환
글로벌 위기에도 신사업 공격 투자 위한 전열 정비
내부 보유지분 취약·이혼소송 장기화 등 지배력 약화 악재

SK그룹은 최근 2년 동안, 반도체, ICT(비통신), 에너지, 배터리, 소재 등 사업군별 중간지주 체제를 구축하면서 지배구조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중간지주제 전환을 통해, SK그룹은 사업부문별 특성에 맞는 신속한 의사결정을 내리고 전문성을 높여 역량을 집중하는 한편 상대적으로 취약한 소유지분 구조를 해소할 수 있는 대안이 됐다는 평가다.

올해 글로벌 경기둔화와 유가 하락, 반도체 업황 부진 등으로 녹록치 않은 사업 환경이 예고된 가운데,  SK그룹은 중간지주 체제를 토대로 투자와 내실을 동시에 다지는 해로 삼겠다는 복안이다.

SK그룹은 SK(주)를 주축으로 현재 SK이노베이션, SK스퀘어, SKC, SK디스커버리 등 4개의 중간지주회사를 거느리고 있다. 이 중 SK디스커버리는 최태원 회장의 사촌인 최창원 부회장이 이끌며 사실상 독립경영을 하고 있다. 지난해 5월 기준 최 부회장이 최대주주로서 지분 39.0%를 가지고 있고, 최 회장의 지분은 0.3%에 불과하다. SK디스커버리의 주요 자회사로는 SK가스, SK케미칼, SK바이오사이언스 등이 있다.

나머지 중간지주는 그룹 지주사인 SK㈜를 주축으로 각 사업군별로 의사결정과 투자를 담당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에너지와 배터리, SK스퀘어는 반도체와 비(非)통신, SKC는 배터리 및 반도체 소재 사업을 중심으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최태원의 ‘딥 체인지’…그룹 뼈대 다시 세웠다

중간지주사 전환은 최태원 회장이 자주 언급하던 ‘딥 체인지(근본적 변화)’ 전략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지배구조의 대전환을 위해 그룹의 사업군과 지배구조부를 개편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SK이노베이션은 2021년 10월 배터리(SK온)와 석유개발(SK어스온) 사업 분할을 통해 중간지주회사로 전환됐다. SK이노베이션은 석유화학 사업을 기초 체력으로 하며 배터리, 친환경 등 분야에서 연구개발(R&D), 사업개발, 인수합병(M&A)을 추진하고 있다.

SK스퀘어는 지난 2021년 11월 통신기업인 SK텔레콤으로부터 인적분할을 통해 투자회사로 독립했다. 이에 따라, 통신사업은 SKT가 영위하고, 반도체·ICT 부문 투자는 SK스퀘어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게 됐다. SK스퀘어는 그룹내 핵심으로 부상한 SK하이닉스를 비롯해 보안(SK쉴더스)·커머스(11번가)·모빌리티(티맵모빌리티) 등 비통신 기업을 넘겨 받게 됐다.

SKC는 지난해 지주회사 전환 요건을 갖춰 공정거래위원회에 전환신고 심사를 신청해 같은해 4월 지주사 전환을 통보 받았다. 동박과 실리콘 음극재, 반도체 기판 등 소재 솔루션 사업을 중심으로 투자 유치 작업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 이천 공장. <출처=SK하이닉스>
SK하이닉스 이천 공장. <출처=SK하이닉스>

◆반도체 불황·유가 하락 영향…SK 주력 사업 ‘흔들’

SK그룹은 지난해 뚜렷한 상고하저 흐름을 보이며 추운 겨울을 보냈다. 올해도 글로벌 경기 둔화는 지속될 전망이다. 특히 반도체 다운사이클과 유가 등락 등으로 SK의 핵심 사업군인 반도체와 에너지 부문의 업황 부진이 우려된다.

SK㈜의 지난해 상반기 매출은 64조914억원, 영업이익은 6조6311억원을 기록하면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2%, 133%라는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하지만 하반기에는 주요 계열사의 실적부진으로 수익성이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지난해 3분기 SK㈜의 영업이익은 3조5800억원으로 직전분기 대비 47.9% 감소했다.

SK이노베이션은 상반기 매출 36조1668억원, 영업이익 3조9783억원을 기록해 사상 최대 실적을 냈지만, 상반기 10% 수준이었던 영업이익률은 3분기 3%대로 떨어지고, 결국 4분기에는 683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결국 지난해 연간 매출은 78조569억원, 영업이익은 3조9989억원을 올리는 데 그쳤다.

SK하이닉스를 자회사로 두고 있는 SK스퀘어도 올해 상반기 매출 36조1668억원, 영업이익 3조9783억원을 올렸지만, SK하이닉스가 지난해 4분기 10년만에 적자로 돌아서면서 악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는 4분기 매출 7조6986억원, 영업손실 1조7012억원을 기록했다.

SKC의 경우, 연간 매출은 3조1389억원으로 전년보다 38.6%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2203억원으로 45.1% 감소했다. 글로벌 경제 침체 영향으로 지난해 하반기 화학사업 수익성이 나빠져 적자로 돌아선 탓이다. 다만, 성장산업인 2차전지와 반도체 소재 사업은 성장세를 이어갔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1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의 국제회의장에서 ‘경제 패러다임의 변화와 한국경제의 대응 방안’을 주제로 열린 공동세미나에서 연설하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1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의 국제회의장에서 ‘경제 패러다임의 변화와 한국경제의 대응 방안’을 주제로 열린 공동세미나에서 연설하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내실화·신사업 투자 ‘두마리 토끼’ 잡는다

SK그룹은 올해 기존 사업에 집중해 수익성 강화에 힘쓰면서도, 중간지주회사를 통해 성장사업에는 투자를 늦추지 않을 계획이다.

먼저, SK이노베이션은 올해도 10조원을 설비투자(CAPEX)에 쏟기로 했다. 이 중 7조원 가량은 성장 사업인 배터리 부문에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김양섭 SK이노베이션 재무부문장은 이달 7일 열린 2022년 연간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블루오벌SK(SK온과 포드의 전기차 배터리 합작사) 투자 등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배터리에서 신규 캐파 투자를 위해 7조원의 투자 지출을 계획하고 있고, 사업 경상투자와 전략투자를 합쳐 3조원을 투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SKC는 지난해 투자지출인 1조1000억원보다 30% 이상 늘린 규모를 투자할 예정이다. 해외 동박 공장 증설, 음극재 파일럿 양산과 반도체 소재와 친환경 사업에 7대3 비중으로 투자하고 사업 환경에 따라 미국과 일본 등 성장성 있는 기업을 인수하겠다는 계획이다.

SK스퀘어는 주요 계열사인 SK하이닉스가 반도체 다운사이클에 따라 투자 축소를 예고한 만큼 반도체보다는 ICT 분야에 투자할 것으로 관측된다. SK스퀘어는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현금 및 현금성자산 6583억원과 단기금융상품 6626억원을 보유하고 있어, 사실상 1조원 이상의 여윳돈을 확보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개척, 미래 혁신사업에 대한 투자를 가속화한다는 계획이다.

◆취약한 지분율·이혼소송 장기화 ‘취약점’

SK그룹이 중간지주 전환을 통해 보다 안정적인 지배구조 토대를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최 회장의 그룹 지배력이 여전히 취약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SK그룹은 SK㈜의 높은 자사주 비율과 중간지주가 지배력에 ‘레버리지’ 효과를 주고 있지만, 총수일가의 내부 지분율이 0.5% 수준으로, 국내 5대 그룹 중 가장 낮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도 여전히 걸림돌로 남아있다. 1심 판결은 최 회장의 승리로 끝났지만 SK㈜ 주식이 특유재산인지에 대한 법리 다툼이 시작된 만큼 섣불리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12월 서울가정법원은 최 회장과 노 관장이 서로를 상대로 낸 이혼 소송에 대해 “최 회장은 노 관장에게 위자료 1억원, 665억원의 재산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는 SK㈜를 제외한 일부 계열사 주식, 부동산, 퇴직금, 예금 등을 고려한 금액이다. 법원은 SK㈜ 주식이 특유재산이라는 최 회장의 주장을 받아들여 이를 분할 대상에서 제외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노 관장은 1심 법원이 최 회장 소유의 SK㈜ 주식을 ‘특유재산’이라고 판단해 재산분할에서 제외한 부분을 수용하기 어렵다며 항소한 상황이어서, 소송이 장기화될 전망이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동일 기자 / same91@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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