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그룹 지배구조 진단] ⑧HD현대그룹, 중간지주사 체제 완성…오너3세 정기선 경영 승계 준비

HD현대 밑에 중간지주사 한국조선해양·현대제뉴인 설립
정몽준 이사장, HD현대 지분 26.6% 보유한 최대주주
오너 3세 정기선, 경영 합류…지분 상속은 시간 필요할 듯

2018년 지주사 체제 전환에 성공한 HD현대그룹의 최대 화두 역시 경영권 승계다. 

본래 HD현대그룹은 권오갑 회장이 회사를 진두지휘하면서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권 회장의 지휘 속에 HD현대그룹은 2018년 지주사 체제 전환에 성공했다. 

2019년에는 조선부문 중간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을 설립하고, 2021년에는 건설기계부문 중간지주사인 현대제뉴인도 출범시켰다.

그룹 총수는 정몽준 이사장이지만 전문 경영인인 권 회장의 지휘로 그룹은 지주회사로의 안정된 변신을 해온 것이다. 남은 것은 그룹의 승계 작업이다. 현재 정 이사장의 장남인 정기선 사장이 경영에 합류하면서 오너 3세 경영 체제로의 전환도 준비 중이다.

그룹의 변신을 성공적으로 이끈 권 회장은 올해 임기가 만료되지만 현재 3년 임기 연장을 통해 경영 승계작업을 역시 진두지휘할 것이라는 게 재계 안팎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중간지주체제 지배구조 확립…옥상옥 지적도 나와

HD현대는 1973년 현대건설 조선사업부를 모태로 설립됐다. 2002년에 현대중공업그룹으로 출범했으며, 2010년 현대오일뱅크 인수와 2016년 현대글로벌서비스를 설립하면서 사업 영역을 넓혔다.

2018년에는 그룹 지주사인 현대중공업지주를 설립했다. 이를 통해 순환출자구조를 지주회사체제로 전환하고, 지주회사 산하에 조선·건설기계·에너지 등 3대 핵심사업을 거느린 구조를 갖추게 됐다.

2019년에는 조선 중간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이 분할돼 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 등 3대 조선사를 관리하게 됐다. 한국조선해양은 원래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현금화가 가능한 자산 비율을 늘려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게 중간지주사의 설립 이유였다.

하지만 최종적으로 대우조선해양 인수가 불발되면서 HD현대 지주사 아래 중간지주사를 둔 모양새가 돼 옥상옥이라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이에 따라 한국조선해양은 중간지주사로서 연구개발(R&D) 전문회사를 탈바꿈할 계획이다. 아울러 신사업도 지속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2021년에는 건설기계 중간 지주사인 현대제뉴인이 출범했다. 현대제뉴인은 현대건설기계와 현대두산인프라코어를 담당하고 있다. 

HD현대 관계자는 “중간지주사 설립을 통해 경영 효율성을 높였다고 보고 있다”면서 “한국조선해양과 현대제뉴인은 각 사업 부문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HD현대 글로벌 R&D센터 전경. <사진제공=HD현대>

◇오너일가, 안정적 지배력 확보

현재 HD현대의 총수는 정몽준 아산사회복지재단 이사장이다. 정 이사장은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의 여섯째 아들이다. 정 이사장은 그룹 총수를 맡고 있지만 주로 정치권에서 활동했기 때문에 직접적인 경영에 참여하지는 않고 있다. 정치권에 진출하면서 현대중공업 고문으로 활동하가다 현재는 아산재단·아산사회복지재단 이사장 자리에만 머무르고 있다.

다만 정몽준 회장은 26.6%의 HD현대 지분을 확보하고 있어 최대주주를 지키고 있다. 그의 장남인 정기선 HD현대 사장도 5.26%의 지분을 갖고 있다. 부자 합계 30% 넘는 지분을 확보하고 있어 안정적인 지배력을 유지하고 있다.

HD현대그룹은 현재 전문경영인인 권오갑 회장이 회사를 이끌고 있다. 권 회장은 1978년 현대중공업에 평사원으로 입사해 경영진까지 오른 인물로 그룹의 핵심사업을 구축했다.

정기선 사장이 경영에 전면적으로 나서면서 이러한 그룹의 체제에도 변화가 예고되고 있지만 당분간은 권 회장을 필두로 한 전문경영인체제는 유지될 전망이다. 올해로 임기가 만료되는 권 회장은 이달 열리는 HD현대 주주총회에서 3년 임기 연장 여부가 결정된다. 특별한 이견없이 연장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데 권 회장은 3년간 더 회장을 맡아 정기선 사장 체제로의 전환에 힘을 보탤 것으로 보인다.

정 사장은 2008년 현대중공업에 입사한 뒤 2011년 보스턴컨설팅그룹으로 자리를 옮겼다가 2013년 현대중공업에 다시 입사했다. 그룹 내에서 기획‧재무를 담당하다가 현대글로벌서비스 대표이사를 맡으면서 경영 경험을 쌓았다.

그동안 HD현대는 전문경영인체제로 인해 매리 경쟁력을 확보할 신산업에 진출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아왔는데 정 사장이 경영에 나서면서 이러한 비판도 잠들었다. 정 사장은 수소·인공지능(AI)·로봇 등의 신사업 발굴에 앞장서고 있다.

정기선 HD현대 사장. <사진제공=HD현대>

◇정기선 사장의 지분 상속은 시기상조

정기선 사장이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정몽준 이사장의 지분을 상속받아야 한다. 하지만 상속자금을 마련하는 데 부담이 큰 상황이다. 정몽준 이사장이 보유한 HD현대 지분 26.6%는 2101만1330주다. 이를 21일 종가 기준 5만6500원으로 환산하면 지분가치는 1조1871억원에 달한다. 최대주주 주식 할증평가를 적용하게 되면 상속세율 60%인데 정기선 사장의 상속세는 7000억원 이상이다.

재계 내에서는 정기선 사장이 보유하고 있는 회사 지분이 많지 않기 때문에 주식담보대출을 통한 상속재원 마련이 유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아직 지분 상속이 급한 것은 아니다. 권 회장이 앞으로 3년간 더 회사를 이끌 것이 유력하며, 정 사장도 41세로 젊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그동안 조선업계가 적자에 시달렸는데 앞으로 흑자경영이 가능해지면서 주가 상승으로 인한 상속세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며 “당분간은 배당을 통해 상속재원을 마련하고, 향후 적절한 시점이 되면 주식담보대출을 통해 본격적인 지분 상속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박준모 기자 / Junpark@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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