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은행 출범 5년 ‘메기’ 통했다…“이제는 정책금융 발 넓힐 때”

27일 국회 ‘인터넷전문은행 5주년 기념 토론회’
3사 대표, 소비자 편익 증진 ‘한목소리’
역할 확대 위한 정책 지원 필요성 피력

27일 국회 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열린 ‘인터넷전문은행 5주년 기념 토론회’.<사진=CEO스코어데일리 DB>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 토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이 국내 은행 산업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은행 업무의 주체를 기존 일선 영업점에서 소비자 개인으로 바꾸고, 중저신용자 대출을 늘리는 등 기술 혁신과 포용금융 확대를 주도했다는 설명이다.

다만 중금리 대출 확대에 따른 리스크 관리 강화, 역할 확대를 위한 금융당국의 제도 정비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27일 국민의힘 정책위원회가 주최하고 윤창현 의원과 인터넷전문은행협의회가 공동 주관하는 ‘인터넷전문은행 5주년 기념 토론회’가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는 서호성 케이뱅크 행장,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 홍민택 토스뱅크 대표 등 인터넷은행 3사 대표와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 윤한홍 국회 정무위원회 간사, 이세훈 금융위원회 사무처장, 이준수 금융감독원 부원장 등이 참석했다.

◇인터넷은행 3사, 차별화된 기술력으로 포용금융 확산

이 자리에서 인터넷은행 3사 대표들은 “인터넷은행 특례법에 명시된 설립 취지와 같이 금융 혁신과 금융소비자 편익 증진에 이바지하고자 노력해왔다”고 입을 모았다. 이어 각 사 실무진은 자신들만의 혁신 사례를 참석자들과 공유했다.

권미옥 카카오뱅크 매니저는 “카카오뱅크는 기술을 기반으로 고객 관점에서 금융 혁신과 포용을 확대하고 있다”며 “카카오뱅크의 사용성과 기술력은 금융의 새로운 기준이 됐고, 시중은행과 후발 인터넷은행 모두에게 건강한 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은행권 청년전월세보증금 대출의 62%(6조5898억원)를 책임졌다. 출범 이후 공급한 중저신용대출 규모는 7조1094억원에 달했다. 이는 다양한 비금융 데이터를 활용한 독자적인 신용평가모형(CSS)을 개발한 덕분이라고 권 매니저는 설명했다.

권 매니저는 “시작부터 기존 은행과는 다른 IT 구조를 설계했고, 이를 통해 절감한 비용을 소비자 혜택의 양과 질을 높이는 데 사용하고 있다”며 “신용대출과 주택담보대출의 중도상환수수료 면제, ATM 수수료 면제 등으로 소비자들이 본질적인 편리함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케이뱅크 역시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완전 비대면화’를 통해 은행 산업 혁신을 이끌어왔다고 강조했다.

현주경 케이뱅크 매니저는 “국내 최초의 완전 비대면 계좌개설, 우대 조건 없는 수신 상품, 100% 비대면 아파트 담보대출 등 기존에 없었던 새로운 상품을 내놓으며 금융소비자 편의성 증대에 노력해왔다”며 “현재도 소비자의 상품 차별화 니즈에 부응해 참신한 금융상품을 선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케이뱅크는 현재를 넘어 미래를 고려해 대규모 인턴 채용에도 나설 것”이라며 “이는 인턴들과 함께 미래를 꿈꾸며 나아가고, 수평적인 조직 문화를 유지하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이라고 덧붙였다.

토스뱅크 역시 수평적인 조직 문화, 자체 보유한 기술력 등을 내세웠다.

이상민 토스뱅크 매니저는 “6개월에 한 번씩 토스 전 계열사가 모여서 그간의 성공과 실패를 모두 공유하는 ‘얼라인먼트 데이’를 연다”며 “이는 각자 경험을 통해 얻게 된 인사이트를 구성원과 투명하게 공유해 좋은 의사결정을 내리기 위한 행사”라고 설명했다.

고객 경험 개선을 위한 기술개발 투자 현황도 공개했다. 토스뱅크에 따르면 토스뱅크의 개발 인력 비중은 55.5%, IT 관련 예산 비중은 54%로 은행업계 평균 8.2%, 10.9%보다 약 7배, 5배 각각 높았다.

CSS의 차별성도 강조했다. 이 매니저는 “딥러닝, 머신러닝 기반으로 자체 개발한 CSS를 통해 압도적으로 많은 비중으로 중저신용자를 포용하고 있다”며 “토스뱅크 내부 기준으로 봤을 때 KCB 등급 기준보다 동일 고객 집단 내 고신용자 비중이 현저히 높아진다”고 말했다.

27일 국회 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열린 ‘인터넷전문은행 5주년 기념 토론회’.<사진=CEO스코어데일리 DB>

◇리스크 관리 능력 및 역할 확대 필요

행사에 참석한 전문가들 역시 그동안 인터넷은행이 은행산업에 기여한 바가 크다고 평가했다.

주제 발표를 맡은 여은정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인터넷은행 3사는 저마다 약간씩 다른 비즈니스 모델을 추구하면서도 나름대로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했다”며 “기술혁신, 경쟁 촉진, 소비자 편익 증진에 기여하면서 은행산업의 디지털 전환에서도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했다”고 설명했다.

민세진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 역시 “인터넷은행으로 은행의 스펙트럼이 넓어지고, 은행 서비스의 접근성이 높아진 점은 은행산업의 효율성과 소비자 후생의 증진 차원에서 매우 긍정적”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중금리 대출과 관련해 리스크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민 교수는 “혹시라도 발생할 수 있는 모바일런 사태를 예방하기 위해 예금보험 상한 상향 조정과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 목표를 유연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금융감독원의 ‘2022년 12월말 국내은행의 부실채권 현황(잠정)’에 따르면 카카오뱅크의 부실채권 비율은 지난해 말 0.36%로 1년 전보다 0.07%포인트 상승했다. 같은 기간 케이뱅크와 토스뱅크는 0.41%, 0.52%로 0.19%포인트, 0.30%포인트 각각 올랐다.

이병윤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인터넷은행이 최근 중금리대출 목표 달성을 위해 중저신용자 대출을 크게 늘렸는데, 시장 상황이 좋지 않아 부실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며 “특히 업무 영역이 다양하지 않아 리스크 분산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인터넷은행의 역할 확대를 위한 금융당국의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여 교수는 “인터넷은행이 소상공인 서비스를 성공적으로 제공함에도 불구하고, 정부·공공기관의 중소기업·소상공인 지원 사업은 대형 시중은행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비합리적인 규제와 관행을 개선해 금융지원사업에서의 인터넷은행의 참여를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주장에 금융당국 측도 동감했다. 김영주 금융감독원 부원장보는 “인터넷은행의 혁신성장과 금융포용 지속을 위해 충분한 손실흡수능력 확보와 소비자와의 신뢰유지가 중요하다”며 “금감원도 혁신성장 지원을 위해 업계와의 적극적인 소통 노력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신진창 금융위원회 금융산업국장 역시 “인터넷은행의 그간의 성과에도 불구하고 지금은 내실을 다져나가야 하는 시점”이라며 “인터넷은행이 은행권 내 ‘메기’로서 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금융당국도 적극 지원해나가겠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기율 기자 / hkps099@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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