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에 꽂힌 LCC…운수권 확보 놓고 ‘물밑 경쟁’ 치열

한·인니 정부 6월 항공 회담…운수권 확대 등 논의
제주·티웨이 등 LCC, 인도네시아 취항 위해 안간힘
인도네시아 항공 수요 높아…여객·화물 성장 예상돼

제주항공 항공기.<사진제공=제주항공>

제주항공, 티웨이항공 등 국적 저비용 항공사(LCC)들이 인도네시아 운수권 확보를 위해 치열한 물밑 경쟁을 펼치고 있다. 일본 등 중·단거리 노선 공급이 포화한 가운데 중·장거리 노선인 인도네시아 신규 취항을 통해 수익 구조를 다각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20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오는 6월 인도네시아 정부와 항공 회담을 열어 운수권 확대, 노선 다변화 등 안건을 중점적으로 논의할 전망이다. 운수권은 항공기로 여객과 화물을 실어 나를 수 있는 권리로, 인도네시아 취항을 위해서는 운수권 배분이 필수적이다.

한국에 배분된 인도네시아 운수권은 현재 주 23회로, 국적 대형 항공사(FSC)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인도네시아 노선을 사실상 독점 운항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인천~자카르타·덴파사르(발리) 노선을, 아시아나항공은 인천~자카르타 노선을 운항 중이다. 반면 인도네시아 노선을 운항하는 LCC는 아직 없다.

LCC들은 한·인니 양국 간 운수권 배분을 앞두고 물밑 작업을 진행 중이다. 우선 제주항공은 오는 5월 18일과 19일 인도네시아 북부 관광지인 마나도와 바탐에 각각 전세기를 왕복 1회 일정으로 운항할 계획이다. 인천~마나도·바탐 노선 전세기는 제주항공 설립 후 처음 운항하는 인도네시아 노선으로, 특히 마나도와 바탐 취항은 FSC와 LCC를 통틀어 국내 항공사 중 최초다.

앞서 제주항공은 지난해 9월 인도네시아 북술라웨시주와 양국 간 교류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맺은 데 이어 올해 1월에는 인도네시아 제1공항공사와 협력 사업 발굴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하며 운수권 확보를 위한 밑그림을 다졌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올해 도입 예정인 신규 기재 B737-8을 활용한 신규 노선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며 “인도네시아 진입의 발판을 만들기 위한 차원”이라고 말했다.

티웨이항공은 지난해 도입한 대형 항공기 A330-300을 앞세워 인도네시아 운수권 확보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티웨이항공은 지난해 말 A330-300을 투입해 첫 장거리 노선인 인천~시드니 노선을 신규 취항하기도 했다. 에어부산은 지방 공항을 중심으로 한 신규 노선 확대에 집중하며 인도네시아 운수권 배분 여부를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LCC들이 인도네시아 노선 취항을 위해 공을 들이는 이유는 성장 잠재력이 크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40조원 규모의 신수도 이전 사업을 비롯해 연간 경제 성장률 5% 달성을 목표로 한 대형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현대자동차와 LG에너지솔루션을 필두로 완성차, 이차전지 등 다양한 분야의 국내 대기업들이 인도네시아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어 여객뿐 아니라 화물 사업에서도 큰 폭의 성장세가 예상된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인니 양국 간 교역 규모는 260억달러(약 34조3000억원)로, 2017년 대비 74% 증가했다.

일본 등 중·단거리 노선을 포함한 여객 수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전 수준을 회복한 점도 LCC들이 중·장거리 노선 취항에 나선 이유로 지목된다. 실제로 제주항공의 올해 1분기 여객 수는 292만8172명으로 2019년(331만6403명)의 88.3%를 회복했다. 에어부산의 올해 1분기 여객 수도 184만3639명으로 2019년(204만5826명) 대비 회복률이 90.1%에 육박했다. 이런 가운데 업계에서는 LCC들에 인도네시아 운수권 배분이 이뤄지면 항공권 가격이 기존보다 저렴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LCC들의 수익 개선을 위해서는 중거리 이상의 신규 노선 확보가 필요한데, 인도네시아는 항공 수요가 상당히 높은 블루오션으로 볼 수 있다”며 “인도네시아 취항 항공사가 많아지면 LCC들을 중심으로 항공권 가격이 지금보다는 내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병훈 기자 / andrew45@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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