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락라면, 러-우 전쟁에도 더 잘 팔렸다…hy 자회사 매출 수직 상승

러시아 자회사 '도시락리잔', 지난해 매출 1333억원
팔도 자회사 '도시락루스' 매출도 전년비 70.3% 늘어
hy, 스페인 GB Foods 러시아 사업부도 인수

팔도 도시락라면(이하 도시락)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으로 인해 오히려 특수를 누린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러시아에서 도시락 라면을 판매하는 hy(에치와이)의 해외 법인 매출이 지난해 전년비 약 88% 성장하며 연 매출 1000억원을 돌파했다.

3일 hy에 따르면 러시아 자회사 도시락리잔의 지난해 연간 매출은 1333억원으로 전년비 87.7%(623억원) 증가했다.

지난해는 최근 4년의 매출 중 가장 높은 성장세를 보인 것이다. 앞서 3년 간 매출은 △2019년 517억원 △2020년 543억원 △2021년 710억원을 기록한 바 있다.

도시락리잔은 매년 꾸준한 성장세를 유지해왔지만, 성장률은 5~30% 수준으로 지난해에 비해선 크지 않았다.

도시락리잔은 러시아에 소재한 라면제조판매 기업이다. 도시락은 1990년대부터 러시아 사람들에게 인기를 모으기 시작했다. 2000년대에는 인기가 더 높아지자 수요를 국내 공장에서만 감당하기 어려워 2005년 러시아 모스크바에 현지 생산시설을 설립했다. 2010년에는 추가로 리잔시에 제 2공장을 준공했다.

현재 도시락은 러시아의 ‘국민라면’으로 불린다. 러시아 용기면 시장의 약 60%를 점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지난해 전면전으로 번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으로 도시락이 오히려 수혜를 본 것으로 분석된다. 라면은 비축하기가 좋고 먹기가 간편해 대표적인 전시 비상 식량으로 꼽힌다.

도시락의 러시아 내 인기로 도시락리잔의 계열사 내 지위도 높아지고 있다. 도시락리잔은 지난해 hy의 연결 기준 종속회사 11곳 중 비락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매출을 올렸다. 2021년까지만 해도 비락의 매출액이 1531억원으로 도시락리잔(710억원) 매출과 큰 차이를 보였는데, 지난해엔 비락 매출액이 1444억원으로 도시락리잔(1333억원)과 거의 비슷해졌다.

러시아에 진출한 국내 기업 일부에서 매출 하락을 우려하거나 법인을 청산하는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팔도 ‘도시락’ 제품 모습. <사진=팔도 공식 홈페이지 캡처>

도시락리잔은 지난해 수익성도 높았다. 도시락리잔 당기순이익은 2021년 7억원에서 2022년 160억원으로 약 23배 커졌다. 판매량이 늘고 여기에 가격 인상을 단행한 것도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회사 측은 지난해 러시아에서 도시락의 가격 인상을 진행한 바 있다. 특히, 도시락리잔은 현지에서 제품을 생산하기 때문에 밀과 같은 원재료 수입 가격 인상에도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장점도 있다.  

hy 자회사인 도시락리잔 외에도 hy 최대주주 기업인 팔도의 러시아 자회사 매출도 수직 상승했다. 팔도 자회사로 편입돼 있는 러시아 현지 도시락 유통판매 법인인 도시락루스의 매출도 도시락의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도시락루스의 지난해 매출은 3778억원으로 전년(2219억원)과 비교해 70.3%(1559억원) 증가했다.

국내 기업들이 장기화하는 전쟁에 러시아에서 발을 빼고 있는 상황이지만, hy는 오히려 노를 젓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해 hy는 신규 자회사로 ‘Europe Foods GB’를 편입시키기도 했다. Europe Foods GB는 스페인의 글로벌 식품생산업체인 GB Foods의 러시아 사업부로, 지난해 연 매출은 280억원이다. 소스류, 라면, 허브티 등을 제조·판매하고 있다.

hy 관계자는 “(도시락의) 러시아 내 매출이 상승함에 따라 자연스레 리잔 매출도 증가하게 됐다”면서 “Europe Foods GB 인수로 러시아 현지 법인 사업을 강화하고, 글로벌 사업 확장 등을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윤선 기자 / yskk@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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