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기아, 글로벌 전기차 판매 ‘나홀로 뒷걸음’…“IRA 여파”

올 1분기 전기차 판매 11.9만대…전년 대비 2.2%↓
미국 IRA 타격 본격화…테슬라발 ‘가격 전쟁’ 영향도
리스차 비중 늘릴 방침…아이오닉6·EV9로 반등 노려

현대자동차·기아가 올해 1분기 글로벌 전기차 판매 상위 10개 기업 중 유일하게 마이너스 성장을 이어갔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으로 전기차 보조금을 받지 못한 여파가 본격화한 것으로 분석된다.

10일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 세계 80개국에 등록된 전기차는 270만2000대로 전년 동기 대비 30.2% 증가했다.

1분기 기업별 판매량을 보면, 중국 비야디(BYD)가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전년 동기 대비 97% 급증한 56만6000대를 판매해 1위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미국 테슬라는 36.4% 증가한 42만3000대로 2위, 중국 상하이자동차는 13.1% 늘어난 19만6000대로 3위에 올랐다. 독일 폭스바겐은 17.4% 증가한 17만8000대로 4위, 중국 지리자동차는 40.6% 늘어난 15만5000대로 5위를 기록했다. 중국 토종 완성차 업체를 중심으로 모두 두 자릿수 이상의 성장률을 보이며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데 성공했다.

반면 현대차·기아는 스텔란티스(12만2000대·6위)에 이어 7위에 머물렀다. 특히 현대차·기아의 올해 1분기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은 11만9000대로 전년 동기 대비 2.2% 감소했다. 글로벌 전기차 판매 상위 10개사 중 역성장한 기업은 현대차·기아가 유일했다. 현대차·기아 다음으로 올해 1분기 르노·닛산·미쓰비시가 전년 동기 대비 15.5% 증가한 10만7000대로 8위를 기록했다. 이 기간 BMW는 20.9% 늘어난 10만4000대로 9위, 다임러(벤츠)는 21.4% 늘어난 9만대로 10위에 이름을 올렸다.

SNE리서치 관계자는 “세계 각국이 자국 산업 육성을 위해 무역장벽을 높이고 있는 가운데 전기차 시장에서 비야디·폭스바겐·테슬라처럼 중국·유럽·북미 지역별 현지 기업이 강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기아 EV9.<사진제공=기아>

현대차·기아의 전기차 판매 부진은 북미산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주는 미국 IRA의 영향이 본격화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현대차·기아가 올해 1분기 미국에서 판매한 전기차는 1만4703대로 전년 동기 대비 6.5% 감소했다. IRA 시행 이전인 지난해 1분기 현대차·기아가 테슬라에 이어 미국 전기차 시장 점유율 2위를 기록했던 것과 대조된다. IRA 보조금 탈락이 최종 확정된 지난 4월의 경우 현대차 아이오닉5의 미국 판매량은 2323대로 전년 동월 대비 13% 감소했고, 기아 EV6는 1241대로 52.8% 급감했다.

테슬라가 촉발한 일명 ‘가격 전쟁’도 현대차·기아 전기차의 가격 경쟁력을 약화시킨 요인으로 지목된다. 테슬라는 지난해부터 급격히 늘어난 재고를 해소하기 위해 올해 들어서만 여섯 차례나 가격을 인하했으며, 포드와 루시드를 비롯해 비야디·BMW·폭스바겐 등도 가격 인하 경쟁에 뛰어든 상태다. 전기차 후발주자의 추격을 견제하고 높은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기 위한 전략으로, 이날 기준 테슬라 모델3 롱레인지의 기본 판매 가격이 기아 EV6보다 오히려 1460달러(한화 약 193만원)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을 제외하면 미국은 유럽과 함께 양대 전기차 시장으로 꼽히는 국가로, 현대차·기아의 전기차 판매를 위한 핵심 시장”이라며 “올해 1분기 미국에서 완성차 판매 신기록을 쓴 현대차·기아로서는 전기차의 부진이 뼈아픈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기아는 미국에서 리스차 비중을 늘려 IRA 관련 변수에 대응하고, 아이오닉6와 EV9 등 전용 전기차를 앞세워 시장 점유율을 높여 나갈 방침이다. 현대차·기아 관계자는 “미국의 보조금 혜택을 받지 못하는 부분은 리스 부분을 활용해 커버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아이오닉6의 글로벌 판매를 본격화하고 EV9을 유럽과 미국에 투입하는 등 전기차 경쟁력을 강화해 점유율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병훈 기자 / andrew45@ceoscore.co.kr]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