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차 뺨치는 인기”…경기 불황 속 ‘중고 디젤차’ 수요 늘었다

싼타페·티볼리·QM6 디젤 시세 보합
낮은 유지비 강점…경차 대체재 부상
경유 가격 안정…구매 수요 증가 전망

현대차 4세대 싼타페(TM).<사진제공=현대자동차>

국내 중고차 시장에서 가솔린차 대비 유류비 부담이 적은 디젤차가 경차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경유가 휘발유보다 비싼 ‘가격 역전’ 현상이 해소되면서 가성비가 좋은 중고 디젤차에 대한 구매 수요가 늘어난 여파로 분석된다.

15일 케이카에 따르면 현대자동차 싼타페(TM) 디젤과 KG모빌리티 티볼리 디젤의 5월 시세는 각각 2354만원, 892만원으로 지난 4월과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같은 기간 르노코리아자동차 QM6 디젤의 시세는 1388만원으로 오히려 0.1% 상승했다.

기아의 대표 경차인 모닝(JA) 가솔린의 5월 시세가 807만원으로 전월 대비 2.3% 하락한 것과 대조된다. 이 기간 레이 가솔린의 시세도 777만원으로 2.2% 내려갔다. 시간이 지날수록 시세가 하락하는 중고차의 특성을 고려하면 저가 디젤차가 경차보다 높은 수요를 기록한 것이다.

중고 시세가 5000만원 전후인 가솔린차와 디젤차도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제네시스 G80(RG3)의 5월 시세는 4927만원으로 전월 대비 2.1% 하락했고, 벤츠 S클래스(W222)도 6815만원으로 2.5% 내려갔다. 반면 디젤 비중이 높은 벤츠 GLC클래스(X253)의 5월 시세는 4876만원으로 전월 대비 0.6% 하락했으며, GLE클래스(W166)는 4679만원으로 0.3% 내려가 하락 폭이 크지 않았다.

중고 디젤차의 시세 방어가 지속된 건 지난해 경유 가격이 휘발유 가격을 넘어서는 가격 역전 현상으로 시세가 하락해 구매 진입장벽이 낮아진 영향이 컸다. 특히 고유가, 고금리 등에 따른 경기 침체로 유지비가 좋은 중고차가 큰 인기를 끌면서 경차의 대체재를 찾는 수요가 저가 디젤차로 이동한 점도 한몫했다는 평가다.

앞서 경유·휘발유 가격 역전 현상이 발생한 가장 큰 이유는 지난해 2월 발발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경유 수급 차질이 심화했기 때문이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지난해 5월 11일 기준 전국 평균 경유 가격은 리터당 1948원으로 휘발유 가격(1946원)을 추월했다. 국내에서 경유 가격이 휘발유 가격을 웃돈 것은 2008년 6월 이후 약 14년 만이었다. 경유와 휘발유의 가격 격차는 한때 230원 넘게 벌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가격 차가 좁혀지다 지난 2월 23일을 기점으로 휘발유 가격이 리터당 1579원을 기록하며 경유 가격(1578원)을 약 8개월 만에 재역전했다. 정부가 올해 1월 1일부터 휘발유에 붙는 유류세 인하 폭을 기존 37%에서 25%로 축소한 반면 경유 유류세 인하 폭을 37%로 유지한 것이 계기가 됐다. 실제로 이날 기준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1640원으로 경유 가격(1490원)을 웃돌았다. 다만 정부가 오는 8월 말 유류세 인하 조치 종료를 예고한 점은 향후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민구 케이카 PM팀 수석 애널리스트는 “국산 경차가 높은 시세에 거래되는 상황에서 휘발유 가격이 부담이 커지자 저가 디젤 차량을 대체재로 선호하는 경향이 이어지고 있다”며 “대형 가솔린 차량의 경우 같은 가격대의 신차 구매를 검토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중고차 구매 시 가격 경쟁력이 가장 중요한 기준인 점을 고려할 때 중고 디젤차의 판매가 당분간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동일 차종 기준 중고 디젤차는 중고 가솔린차보다 구매 가격은 높지만, 연비가 더 좋아 유류비를 포함한 유지비 부담이 비교적 적은 특징이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경유 가격이 하향 안정화 추세를 이어가면서 그동안 디젤차를 외면했던 소비자들이 다시 돌아오고 있다”며 “중고 디젤차의 시세가 다시 상승할 가능성이 있지만, 수요는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병훈 기자 / andrew45@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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