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그룹 지배구조 진단] ⑯이중근 회장 ‘1인 체제’ 부영그룹…핵심 과제는 ‘신사업 발굴’

부영엔터테인먼트 제외 21개 계열사 직간접 지배
임대주택 사업 탄탄…미래 먹거리 호텔·대형병원
이중근 회장 경영 공백 장기화…세대 교체는 숙제

부영의 전신은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이 1983년 자본금 5000만원을 들여 설립한 삼진엔지니어링이다. 주택사업을 통해 몸집을 키운 삼진엔지니어링은 1993년 사명을 부영으로 변경하고, 임대주택사업을 본격적으로 확장하며 사세를 키웠다. 이후 2009년 주택사업과 해외사업 부문을 물적분할해 부영주택을 설립하면서 부영그룹은 지주회사 체제로 완전히 전환하는 데 성공했다.

부영그룹은 안정적인 임대주택사업 운영을 발판 삼아 1998년 외환위기와 2009년 금융위기를 넘기며 대형 건설업체로 자리 잡았다. 이후 지속적인 성장으로 부영그룹은 지난해 기준 재계 순위는 19위까지 올라섰다. 지난해 공정자산총액은 21조7360억원이다. 부영그룹은 현재 주택사업, 레저사업, 해외사업, 보육지원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미래 먹거리 사업은 호텔, 대형병원, 테마파크가 대표적이다.

올해 창립 40주년을 맞이한 부영그룹의 핵심 과제는 경영권 승계가 될 전망이다. 부영그룹의 총수인 이중근 회장의 경영 공백 장기화로 인해 경영 시계 제로 상태가 장기간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부영그룹이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신규 사업 발굴이 필수적인 만큼 향후 2세 경영 구도의 틀을 마련해 지배구조 개편에 나설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중근 회장 지배력 굳건…네 자녀 계열사 지분율 낮아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사진제공=부영그룹>

18일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대표 김경준)가 2022년 대기업 집단 상위 30곳 중 총수가 있는 25개 그룹을 대상으로 최근 10년간 지배구조 변화를 조사한 결과,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의 부영 지분율은 2012년 말 기준 74.18%에서 2022년 말 기준 93.79%로 증가했다. 이는 2013년 말 이 회장과 배우자 나길순 씨가 30년간 친족·임원 명의로 보유하고 있던 부영·광영토건·남광건설산업·부강주택관리·신록개발·부영엔터테인먼트 등 6개 계열사의 주식을 실명 전환한 데 따른 것으로, 이 회장 중심의 지배구조가 수면 위로 떠오르는 계기가 됐다.

부영그룹의 지배구조는 이중근 회장의 ‘1인 체제’로 요약된다. 부영그룹 지배구조는 ‘이중근(동일인)→부영(지주사)→부영주택(자회사)→손자회사’ 형태로, 이 회장은 부영그룹의 22개 계열사 중 부영엔터테인먼트를 제외한 21개 계열사를 직·간접 지배하고 있다. 부영엔터테인먼트의 경우 이 회장의 배우자인 나길순 씨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이 회장의 지배력이 뻗치지 않는 부영그룹 내 유일한 계열사인 셈이다.

이 회장은 지주사 부영 지분의 93.79%를 보유 중이며, 부영을 통해 자회사 부영주택을 포함한 10개 계열사에 강력한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다. 부영이 부영주택 지분 100%를 보유하고, 부영주택이 손자회사인 부영환경산업(100%), 부영유통(100%), 비와이월드(100%), 오투리조트(100%), 천원종합개발(99.57%), 더클래식CC(98.85%), 무주덕유산리조트(74.95%), 인천일보(49.87%)의 지분 대부분을 보유하는 구조다. 인천일보는 인천출판사를 100% 자회사로 두고 있다.

부영그룹의 지주사 체제에 들어있지 않은 나머지 10개 계열사는 이 회장이 압도적인 지분율을 바탕으로 직접 지배하고 있다. 실제로 이 회장은 자회사인 남광건설산업(100%), 남양개발(100%), 부강주택관리(100%), 대화도시가스(95%), 동광주택산업(91.52%), 한라일보사(49%), 광영토건(42.83%)에 대한 높은 지분율을 확보한 상태다. 동광주택산업은 동광주택을, 남광건설산업은 부영CC를, 한라일보사는 에이치아이엠을 각각 100% 자회사로 두고 있다.

반면 이 회장의 네 자녀인 이성훈 부영주택 부사장, 이성욱 천원종합개발 대표, 이성한 부영엔터테인먼트 대표, 이서정 부영주택 전무의 부영그룹 계열사 지분율은 낮다. 이성훈 부사장이 네 남매 중 유일하게 부영 지분 2.18%와 광영토건 지분 8.33%를 보유하고 있지만, 이 회장의 부영 지분(93.79%)·광영토건 지분(42.83%)과 비교하면 미미하다. 이 밖에 네 남매가 동광주택산업의 지분을 각각 0.87%씩 보유 중인데, 이 역시 이 회장의 동광주택산업 지분(91.52%) 대비 크게 낮은 수준이다.

부영그룹의 독특한 지배구조는 올해 들어 더욱 주목받고 있다. 분양 한파에도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강화 차원에서 배당금 확대, 자사주 소각 등 주주가치 제고에 나서고 있는 대부분 건설사와 달리 부영그룹은 상장사가 아예 없고, 총수 일가의 지배력이 아직 막강하기 때문이다. 부영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인 부영만 해도 현재 이중근 회장과 이성훈 부사장의 지분율이 95.97%에 달하며, 비영리법인인 우정학원의 지분 0.79%, 자사주 3.24%를 포함하면 사실상 총수 일가가 지분 100%를 쥐고 있다.

◇경영 공백 장기화…세대 교체 통한 신사업 발굴 시급

서울시 중구 서소문동에 위치한 부영그룹 본사 사옥 전경.<사진제공=부영그룹>

부영그룹은 지난 40년간 내실 경영을 바탕으로 주력 사업인 주택건설과 주택임대에 집중하며 자산 20조원대 대기업 집단의 기반을 마련했다. 부영그룹에 따르면 창립 이후 현재까지 수도권과 지방에 건설한 주택은 352개 단지, 27만6603가구에 달한다. 특히 부영그룹은 국내 최대 민간임대주택사업자로, 민원 대응과 하자 보수 등 부담에도 해당 분야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 전환기 무주택자의 임대주택 수요가 증가한 만큼 부영그룹은 올해에도 임대주택사업을 안정적으로 영위할 수 있을 전망이다.

하지만 부영그룹은 미래 먹거리 사업인 호텔, 대형병원, 테마파크 건설은 물론 신규 사업 발굴에도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이 회장의 경영 공백에 있다. 앞서 이 회장은 2018년 문재인 정부 당시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은 이후 2021년 가석방됐지만, 지난해 윤석열 정부의 첫 특별사면 대상자 명단에서 제외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에 따른 5년 취업제한 제약을 받고 있다. 부영그룹이 지난 2월 신임 직무대행 회장으로 이희범 전 산업자원부 장관을 선임했지만, 이는 앞서 도입한 전문경영인 체제의 연장선상의 인사로 해석된다.

부영그룹의 핵심 과제 중 하나는 경영권 승계가 될 전망이다. 부영그룹의 경영 승계와 세대 교체 관련 움직임은 아직 없지만, 이 회장이 올해 83세의 고령인 데다 경영 공백 장기화로 인해 그룹의 경영 시계가 사실상 멈춰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재계에서는 이 회장의 네 자녀 중 막내인 이서정 부영주택 전무의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2021년 부영의 사내이사진에 이름을 올린 이 전무는 현재 부영을 비롯해 동광주택산업, 동광주택, 광영토건, 오투리조트 등 5개 계열사의 사내이사직을 겸임하고 있다. 이 회장의 장남인 이성훈 부영주택 부사장이 2014년 부영 사내이사에서 물러난 이후 현재 미등기 임원 신분인 것과 대조된다.

재계 관계자는 “부영그룹의 2세 경영권 승계에 대한 밑그림이 전혀 나오지 않았고, 이 회장의 지분 증여 움직임 또한 포착되지 않아 새로운 후계자가 누가 될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라며 “국내 위주의 사업 구조를 바탕으로 안정적인 성장을 이어왔지만, 향후 해외 진출 등을 통한 신사업 발굴을 위해서는 세대 교체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병훈 기자 / andrew45@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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