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한전채 줄이고 단기채 늘려…하반기부터 역마진 해소 전망

순발행 1월 3조원대서 4월 1조원대로 감소
CP·전단채 등 단기채 규모 증가

<사진제공=연합뉴스>

재정난을 겪고 있는 한국전력이 한전채 발행을 줄이는 대신 단기 채권 발행을 늘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전채가 일반 기업의 회사채 수요를 흡수한다는 비판의 목소리를 의식한 것으로 해석된다.

22일 금융투자업계와 한전에 따르면 지난 18일 기준 올해의 한전채 순발행 규모는 10조3500억원으로 집계됐다.

순발행 규모는 10조원을 넘어섰지만, 월별 한전채 순발행 규모는 꾸준히 감소하는 추세다. 1월 3조2000억원에서 2월에는 2조7000억원, 3월에는 2조1000억원, 4월에는 1조5000억원까지 줄었다. 이달 들어 한전채 순발행 규모는 총 8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조9000억원) 대비 절반 이상 수준으로 떨어졌다.

반면 기업어음(CP)과 전자단기사채(전단채) 등 만기가 짧은 단기채 발행은 눈에 띄게 늘었다.

CP의 경우 3월에는 1000억원 순발행에 그쳤지만, 지난달 순발행 규모가 다시 2500억원으로 늘었다. 이달 들어서는 3000억원을 넘어섰다.

전단채는 1월부터 3월까지 순발행이 마이너스(-)를 이어갔다. 순발행 규모는 해당 기간 전체 발행 규모에서 만기가 도래한 채권 규모를 뺀 것으로, 마이너스는 그 기간에 발행된 채권보다 상환된 물량이 더 많음을 뜻한다. 그러나 이런 상환 기조는 지난달 전단채 순발행이 1조원을 넘어서면서 끊겼다. 이달에도 이미 5000억원에 가까운 전단채가 순발행된 상태다.

한전이 한전채를 줄이고 대신 단기채권 발행을 늘린 배경엔 시장 우려를 고려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채권 시장에서는 시장 신용도가 좋은 한전채 발행이 급증하면서 일반 기업 회사채로 가야할 수요까지 흡수하는 ‘쏠림 현상’을 우려하는 여론이 커지고 있다.

김상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단기채 시장은 회사채 시장보다 머니마켓펀드(MMF) 등 수요층이 견고하고 유동성 공급이 좋은 편”이라며 “한전 단기채가 늘더라도 다른 기업들의 단기채 수급까지 빨아들이는 현상은 발생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봤다.

다만 한전의 채권 발행은 하반기에 들어서야 점차 감소세에 접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전기요금 인상 폭인 ‘킬로와트시(kWh)당 8원’은 한전의 재정난을 해소하기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정부는 작년 연말 국회에 제출한 한전의 경영 정상화 방안 문건에서 올해 필요한 전기요금 인상 폭을 kWh당 51.6원으로 산정한 바 있다. 이에 비해 지난 1분기(kWh당 13.1원)와 최근의 전기요금 인상 폭은 총 kWh당 21.1원에 그친다.

또한 최근 주요 발전 연료인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이 하락했지만, 한전이 각 발전사로부터 사들이는 전력도매가격(SMP)에 반영되기까지 2∼3개월 정도 시차가 있다는 점도 이유로 꼽힌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은서 기자 / keseo@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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